아침 6시.난 여느 때보다 30분 일찍 일어났다.콩쿠르 전야 같은 긴장감으로,그다지 깊게 자지 못 했다.굉장히 졸릴 터인데,긴장과 기대와 흥분이 가슴 속에서 격하게 연주를 한다.자기 전에 요우 쨩한테 『아침밥 먹을까』라고 메일이 왔으니까,집에서 아침밥은 빼기로 정했다.커튼을 열었더니,마주 보는 치카 쨩 방은 아직 아침의 방문을 거부했다.
「치카 쨩 집? 너무 이르지 않아?」
「조금 말야.오늘부터 일찍 일어날 거야」
어머니의 의아한 듯한 말을 뒤로하고 현관을 뛰어나갔다.치카 쨩 여관 담을 따라걷자,우치우라의 조용한 바다는 배후에서 아침 해를 받고,반짝반짝하게 철금 음색이 아름답게 반짝였다.난 해안도로를 건너서 편의점 옆에 섰다.눈부심에 눈을 가늘게 뜨자,맞은편 차선에 정거장에서 버스가 멈췄다.
내린 건 여자아이 한 사람뿐이었다.똑같은 라이트 그레이 세일러복을 입고,똑같은 붉은 리본을 달고,여자아이는 버스가 떠나고부터 도로를 가벼운 걸음으로 건너서,그다음에 내 모습을 찾고,처음 보는 얼굴로 살짝 웃었다.그건 치카 쨩조차 절대로 본 적 없는 편안해지는 미소로,그래서,난 눈물이 넘쳐흐를 정도로 기뻤다.배가 고픈 걸 잊을 정도로 가슴 쪽이 가득해졌다.
내 눈앞에 서서,여자아이는,요우 쨩은,경례 자세라든가 『요소로』라든가,그런 멋쩍음을 감추는 것 같은 동작을 일절 하지 않고,그러니까 누를 수 없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작게 손을 들고 말했다.
요우 쨩 집은,바닷가가 아닌 강가에 있었다.한없이 하구에 가까워서 콘크리트 제방이 곁에 있었다.누마즈역에서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내리고나서 또 5분 정도 걸어간 곳에 있었다.요우 쨩은 돌아서 가지 않아도 우라노호시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에 살았다.우라노호시 수영부는 완전히 무명이었다.여러 가지를 생각할 때,요우 쨩이 지금 학교를 고른 이유는 하나로 좁혀졌다.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은 학교에 간다』.그건 고등학교를 고르는 이유로서 보통일까.난 몰랐다.내가 우라노호시를 고른 건,학생 수가 매우 적어서란 이유였으니까.학생이 적으면 따돌림당할 피해도 적을 거라고,입학 전부터 소극적으로 생각했다.
애초에,누군가와 함께인 게 좋아서 무언가를 고른단 경험이,나에겐 한 번도 없었다.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상대라는 걸 만난 적이 없었다.하지만,요우 쨩은 그렇지 않았다.요우 쨩은 치카 쨩과 함께 있고 싶단 이유만으로,폐부 직전 수영부밖에 없는 우라노호시를 골랐다.
여기야.말과 함께 『와타나베』란 문패가 보였다.
요우 쨩 집은 극히 흔한 외딴집으로,내 집과 그렇게 큰 차이는 없었다.저지 모습 요우 쨩과 함께 현관을 빠져나갔다.수영장에서 여기까지 가는 길에 대화는 거의 없었다.허나,요우 쨩은 날 집에 데려가는 걸 싫어하는 느낌은 아니었다.『방이 더러우니까』라든가 변명을 해서 거절할 수도 있었는데,생각해보면 요우 쨩이 무언가를 『거부하는』 걸 본 적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난 요우 쨩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어머니도 평범한 사람 같았다.스스로 그렇게 느끼며,무슨 이유로 『평범』이라 판단했는지 똑똑히는 몰랐다.아마,요우 쨩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낀 탓일까.난 치카 쨩과 똑같이 요우 쨩을 『특별』이라고 느꼈고,하지만 치카 쨩과는 다르게,그 『특별』이 능력적인 의미로 경계 지을 수 없는 걸 깨달았다.
계단을 다 올라온 곳에서 요우 쨩은 멈춰섰다.
문은 요트 모양을 한 판이 걸렸고,『YOU』란 로고가 떠 있었다.
요우 쨩은 문고리에 손을 올리기 전에 뭔가를 말하려 했다.하지만,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보면 안다고 말하는 듯했다.그리고,석양이 들어오는 방에 들어갔을 때,난 요우 쨩을 너무나도 깊게 알아버려서,태연한 얼굴 따위 만들지 못 한 채 굳어버렸다.
「기분 나쁘지?」
요우 쨩은 아무렇게나 내뱉었다.난 머리가 날뛸 정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오른쪽에는 침대가 있고,거기엔 수족관 마스코트 쿠션이 나뒹굴었다.왼쪽엔 공부책상이 있고,정면엔 나무 옷장이 있고….아니야,그런 건 어떻든 상관없다.방 여기저기에 코르크판이 있고,그 전부가 치카 쨩 사진으로 꽉 찼단 사실만으로,판단력 같은 게 용량초과가 돼버렸다.
오로지 치카 쨩 사진뿐이었다.요우 쨩과 함께 찍힌 것도 있지만,치카 쨩 혼자만인 사진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학교 수영복도 있고,다른 초등학교일 터인데 운동회 장면도 있고,여관 안인지 어릴 때 속옷 모습도 있고,얼굴이 찍히지 않은 뒷모습까지 있다.이 방엔,치카 쨩 자신이 보존한 것보다도 많은 사진이 있을 듯했다.
난 아무 말 하지 못 한 채 서고,요우 쨩은 배후에 운동 가방을 내렸다.
『기분 나쁘지?』.요우 쨩은 자신을 경멸하며 반복했지만,불가사의하게도 난 그렇겐 안 느꼈다.이렇게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요우 쨩을 부럽다고 느꼈고,만약 자신이 누군가를 격하게 짝사랑한다면,분명 비슷한 짓을 할 것이었다.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따위,어떻든 상관없었다.하지만,내가 그렇게 느끼는 걸 능숙하게 요우 쨩에게 전하지 못할 듯했다.
그래도,뭔가 말해야 해.
「기분 나쁘지 않아.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저기 말야,문제는 그게 아닌데」
강하게 막으며 돌아다봤다.석양을 옆으로 받으며,요우 쨩은 감정을 띄우지 않고 이쪽을 바라봤다.어쩌면,속마음은 격하게 쏘아볼지도 모른다.하지만,요우 쨩은 진 감정을 얼굴에 내지 않고,그래서 무표정인지도 모른다.힘껏 부정을 호소하기 위한 0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게 아냐.그건 안다.사실은 벌써 알았으니까.
「알아.난,난 치카 쨩과는 다르니까」
뭔가를 호소하고 싶어서,하지만,부주의하게 『평범』 따위 말을 쓰지 않고,치카 쨩과 나와는 똑같지 않다고 호소해봤다.요우 쨩은 치카 쨩을 좋아하는데,쭉 좋아하는데,치카 쨩이 자신과는 『다르단』 걸로 쭉 고민해왔다.
아니야,그것만이 아냐.예를 들면,이 방에 들어간 카난 씨라도,요우 쨩을 별난 녀석이라고 느꼈을 뿐이었다.요우 쨩은,자신 혼자만이 우치우라란 좁은 세상에서 『특별』한 것에 괴로워해 왔다.그걸 누구에게도 숨김없이 이야기하지 못하고 살아왔다.그래서,바깥에서 온 난,좀 더 넓은 세상에서 나타난 난,요우 쨩 마음을 어떻게든 해방해주고 싶었다.
「뭐가?」
하지만,요우 쨩은 내가 필사적으로 고른 말을 듣고 뺨만 웃었다.방이 무더워서 원피스가 피부에 달라붙어 왔다.또 요우 쨩이 웃었다.그건 여느 때의 자연스러운 미소도 아니고,자조적이지도 않고,날 차분히 시험하는 듯이 웃기 시작해왔다.그래서,난 거기에 응해야만 한다고 느꼈다.정확히 요우 쨩의 『특별』과 마주 봐야만 한다고 느꼈다.
「요우 쨩이 여자를 좋아하는 거,이해할 수 있어」
「뭐? 뭘 머리속으로 이해했다고 걱정하는 거야?」
갑자기였다.갑자기 손목을 잡고 탁하고 다리를 후려쳤다.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는 유도 기술 같았다.난 균형 나쁜 목각인형이 쓰러진 것처럼 마루에 나뒹굴고,요우 쨩은 그런 날 덮쳐왔다.허리춤을 허벅지에 끼워 넣어서,팔은 벌린 상태로 마루에 꽉 눌려서,즉 이제,목과 발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뭐 하는 거야』라고,아래에 들리지 않는 조용한 비명을 질렀지만,요우 쨩은 그런 날 얼빠진 얼굴로 내려다 봐왔다.창에서 꽂힌 석양이 요우 쨩 얼굴을 오렌지색으로 비췄다.
「내가 여자만 좋아한단 걸 아는 주제에,기장 짧은 원피스 입고 말야,머리에서 좋은 향기 나게 하고 말야,어슬렁어슬렁 방까지 오고 말야.뭘 어떻게 이해해? 내가 어떤 생각으로 치카 쨩 『근처』에 있고,내가 어떤 생각으로 치카 쨩 『곁』에 있지 않은지 알아? 저기? 사쿠라우치 양? 응?」
요우 쨩 손이 내 가슴을 억지로 눌렀다.격해진 한숨에서 스포츠음료의 달콤한 향기가 났다.『그만해』라고 거역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요우 쨩은 콧김을 거칠게 쉬며 열심히 자신의 욕망과 싸우는 것 같았다.난 그런 요우 쨩에게 가슴을 만져지는 상황을 용서하지 못했지만,결코 『싫어』라곤 느끼지 않았다.그래서,곧바로 무저항을 고를 수 있었다.
뜨거운 눈물이 똑바로 떨어져 내려서 내 뺨에 흘렀다.요우 쨩이 내 앞에서 비눗방울에 틀어박히지 않는 선택을 했다.요우 쨩이 내 가슴에 계속해서 닿은 덕분에 내 한 손은 자유롭게 돼고,그래서,그 손을 써서 요우 쨩 뺨을 만졌다.매끈매끈한 뺨은 곧바로 손에 친숙해진다.
「어째서 저항 안 해? 기분 나쁘잖아? 여자로서 끝났잖아?」
요우 쨩의 소년 같은 목소리는 몹시 쉬었다.듣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렸다.난 널빤지에 쓰러진 채,요우 쨩 뺨에 손을 댄 채,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부정했다.이 정도로 태연했다.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그건 요우 쨩이 치카 쨩밖에 보지 않는 거였다.내가 이렇게나 요우 쨩을 보는데,요우 쨩은 치카 쨩밖에 보지 않는 게 용서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안 끝나.아직,아무것도 안 시작했어」
요우 쨩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를 차례로 만졌다.요우 쨩 머리카락은 수영장 물을 마셔서 대단히 퍼석했다.요우 쨩 몸은 매우 근육질이지만,얼굴은 어디를 만져도 몰랑했다.귓불도,코도,입술도,전부 섬세하고 여린 듯해서,손끝에 힘을 넣으면 부서져 버릴 듯했다.그래서 난 건반을 치는 것보다도 몇십 배나 부드럽게,요우 쨩 얼굴 모든 부분을 손끝으로 누르고 다녔다.
「요우 쨩을,제대로 가르쳐줘.알고 싶지 않은 것 따위 생각하지 마」
마음속에서 비눗방울을 단숨에 부풀어 오르게 했다.그건 곧바로 커지고 커져서,나와,나에게 올라타서 우는 요우 쨩을 쑥하고 싸서 안에 넣었다.요우 쨩 눈물이 고요해지고,그다음에 나에게만 이야기해줬다.요우 쨩은 내 옆에 누워서,난 요우 쨩 손을 쭉 꽉 쥐었다.요우 쨩의 말은 도중에 끊어지지 않고,그래서,요우 쨩이 쭉쭉 알아줬으면 했단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초등학생 말,자신이 모두와 『다르단』 걸 깨달아버린 것.물론 누구에게도 말 않고,하지만,정말 좋아하는 치카 쨩에게서 떨어질 수 없던 것.치카 쨩과 거리를 두기 위해 혼자 수영을 계속한 것.10미터 높이에서 다이빙하면 다양한 고민과 괴로움이 깨끗이 사라진 것.그쪽으로 유명해져 버리면,이다음엔 자신의 『다름』을 세간에 알리는 게 맹렬히 무서워진 것.
그리고 치카 쨩에게 남자친구가 생겨서,『다름』과 고독만이 남아버린 것.듣는 사이에,비눗방울에 싸여서 둥실둥실 보내지도 않고 방황해온 이미지로 머리가 가득해졌다.
「이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
요우 쨩은 연약하게 중얼거렸다.작은 남자아이 같은 목소리였다.치카 쨩 사진에 둘러싸여서,요우 쨩이 매일 이런 식으로 괴로워해 온 걸,난 전혀 상상 못 했다.자신의 무지를 용서할 수 없어서,요우 쨩을 어떻게든 구하고 싶어졌다.아니야.구한다는 잘난체하는 말은 할 수 없었다.난 이렇게 있는 걸 기쁘게 느꼈고,더욱더 요우 쨩을 알고 싶다고 느꼈다.그리고,난 아마 요우 쨩과 『똑같』지만,그래도,그건 이 장면에선 결코 말할만한 게 아니란 것도 이해했다.
「요우 쨩」
「왜?」
난 과감히 요우 쨩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휘감아봤다.요우 쨩이 여자를 『좋아하게 된』 사람이라면,물론이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그래서 새로운 용기가 필요했다.요우 쨩은 싫어하지 않고,우리는 나란히 뒹군 채 서로의 가슴 사이에 손을 쥐었다.
「내일부터 30분 정도 일찍 일어나서,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릴 테니까,치카 쨩 방에 가기 전에 이야기하자.아침밥 안 먹었으면 세븐에서 사서 함께 먹자.돌아올 때도,치카 쨩 집을 나와서 둘이 함께 이야기하자.마지막 버스가 가버리면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보내줄 테니 말야」
힘껏 제안하자,요우 쨩은 내 손을 쥔 채 조금씩 끄덕여줬다.요우 쨩은 아직 당분간,어쩌면 쭉,치카 쨩을 좋아할지도 모르지만,난 지금 똑똑히 요우 쨩 『곁』에 있고,손을 뻗으면 닿는 것조차 할 수 있어서,그걸로 만족했다.
이번엔 연습을 땡땡이친다든가가 아니다.오늘은 처음부터 『Aqours』 연습이 예정되지 않았다.리더 치카 쨩은 그 남자친구와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시즈오카로 간다.사랑에 얽매인 게 아냐.외골수인 치카 쨩은 연인을 얻어서 꿈을 향한 큰 추진력도 손에 넣었다.오늘만 전체휴일이 됐지만,평일은 물론 토요일까지,매일 흐물흐물하게 될 때까지 노래와 춤을 되풀이한다.
넷 순위도 올라왔고,순조롭게 가면 중부예선도 돌파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이건 내 감일 뿐이지만,내 승부 육감 같은 건 꽤 날카롭다.중학교 시절 피아노콩쿠르도,다른 아이 연주 따위 듣지 않아도,자신의 반응만으로 『이겼네』라고 안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 일요일,난 치카 쨩보다 조금만 늦어서 역을 방문했다.마음에 든 원피스를 입고,혼자 버스에 타고,버스를 내린 그 장소에 섰다.우치우라 방면에서 버스는 반드시 여기에 멈춰서 모든 승객을 내뱉으니까.난 확신했다.와타나베 양이 오늘,반드시 다이빙 연습에 간다고 확신했다.
허나,와타나베 양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면 좋을지는 아쉽지만 알 수 없었다.격려한다든가,위로한다든가,동정한다든가,온갖 상상이 와타나베 양을 기쁘게 하지 못 했다.그런데도 난 와타나베 양을 만나고 싶었다.나 이외에 와타나베 양을 만날만한 사람 따위 없다고,이 또한 완전히 믿었다.확신하기 쉬운 건 내 결점이라고 느끼고,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분 나쁜 것도,내 큰 결점이라고 느낀다.
1시간.토쿄와 비교하면 시원하지만,역시 심한 늦더위 속,난 페트병 물을 한 손에 뒀다.정거장은 역 건물 바로 옆이어서 그늘이었지만,겨드랑이와 이마가 축축이 땀을 흘려서,수영복을 가져왔으면 좋았을 거라 느꼈다.몇 번인가 시계를 보고,그런데도 포기하는 마음은 일어나지 않았다.황소고집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참을성은 갖춰져서,부모님한텐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고 여겨져 왔다.
기다린 지 1시간 반.예상한 대로 와타나베 양은 찾아왔다.『감사해요』라고 버스 운전사님에게 인사하는 게 들려온다.요전과 같은 감색 푸마 상하의에,검은 운동 가방을 어깨부터 들었다.아이돌 연습 때는,색다른 T셔츠와 감각적으로 미묘한 모자를 썼는데,지금 와타나베 양은 척척인 운동부원 같고,실태는 물론 그 이상이었다.
애쉬그레이 머리가 여름 햇빛을 시원할 정도로 연주했다.말을 거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멋있고,그런데 여전히 비눗방울 안에 있는 것 같았다.모두에게 미움받지도 않고,누구에게도 알리지도 않고,고요하고 조용히 사는 걸 바라는 듯했다.그 소원에 배반하는 듯한 짓을 한다면,온순한 와타나베 양에게 사상 최고 수준으로 미움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와타나베 양에게 『사람을 미워하는』 선택을 하게 하는 건,와타나베 양을 상처입히는 것과 다름없었다.토쿄에서 떠돌다가 다다른 나 따위에게 그럴 권리는 있을까.자문해서 낸 답은 제멋대로였다.
「와타나베 양!」
말을 걸었다.돌아다본 와타나베 양은 드물게 놀랐다.전과 다르게,난 분명하게 기다렸고,기다렸던 기색을 숨기려 하진 않았다.즉,실컷 스토커 요소를 내포했다.와타나베 양은 『왜 그래?』라고 질문해오고,난 『기다렸어』라고,와타나베 양을 불안하게 하는 걸 알아들으며 대답했다.
「연습,가려나 해서.또 보고 싶어서」
내버려 두라고 화내는 것과,무관심한 듯이 동의받는 건,비슷비슷하다고 느꼈다.그래도,와타나베 양은 『마음 내키는 대로 해』라고 말해서,난 전과 똑같이 함께 전철에 탔다.전철에도 탔지만 배도 타기 시작해서,음악을 듣지도 책을 펴지도 않고 와타나베 양에게 질문을 거듭해봤다.
「일본 대표가 될듯했는데,어째서 사퇴했어?」
「그다지.내 안에서 만족했으니까」
그러면,그렇다면 어째서 코치에게 부탁해서까지 연습을 계속하는가.와타나베 양 거짓말은 너무 서툴러서 짜증 나지만,모순을 폭로해서 도리어 화내는 건 역시 무서웠다.벌써 너무 충분할 정도로 자제를 거듭한 와타나베 양 감정을 폭발시키다니,그걸 혼자 받아내다니,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계속해서 질문을 고르지 못한 사이에 내릴 역에 도착해버렸다.전과 똑같이 개찰을 나온 곳에서 후지산이 크게 푸르게 보이고,그리고 로터리에서 기다리던 코치의 하얀 차에 탔다.
………
우주선 같은 수영장 속에서,와타나베 양은 묵묵히 10미터부터 다이빙을 되풀이했다.넷으로 조사했더니,수영에 실패하면 크게 다치는 일도 있는 것 같고,그래서 와타나베 양도 코치도 진심이었다.이미 세계를 노릴 셈도 아닌데,와타나베 양은 자신의 다이빙 자세를 공들여 확인했다.그래서,쭉 이야기 걸 타이밍은 없었다,그래도,단 하나 알아낸 게 있었다,다이빙에 집중할 때 와타나베 양에겐,비눗방울에 싸인 듯한 분위기가 없었다.
2시간 후.와타나베 양이 코치에게 『감사했어요!』라고 기합이 담긴 목소리로 인사말을 했다.그건 전에 왔을 때와 똑같은 광경이었지만,그런 체육계통인 와타나베 양을 보는 게 매우 즐거웠다.와타나베 양에겐 세일러복보다도 아이돌 의상보다도,단연코 경기용 수영복 쪽이 어울린다고 단언했다.그런데,와타나베 양은 다양한 의상을 입는 게 좋아서,경기용 수영복을 걸치고 세계에 도전하는 길을 고르지 않았다.
어째서 난 그렇게 구애되는가.
오늘,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생각하며,낸 대답은 결국 질투였다.피아니스트를 노리면서 피아노에 막힌 난,스스로 미래를 버린 와타나베 양을 질투한다.그래서,난 매우 추하게,와타나베 양의 선택은 치사하다고 느꼈다.
하지만,동시에,『알려지는 게 무서워』란 수수께끼 대사도 빙빙 돌아서,벌써 머리속은 와타나베 양으로 잔뜩이었다.이렇게나 누군가로 머리가 채워진 건 첫 경험이어서,요즘은 잠까지 얕아졌다.이제부터 『Aqours』 연습이 더욱더 열기를 띠는 걸 고려하면,잠 부족 요인은 가능한 한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느꼈다.
「슬슬 돌아갈 건데」
알아차리자 와타나베 양이 눈앞에 있다.팽팽한 피부가 작은 물방울을 많이 만들었다.비눗방울에 숨지 않은 와타나베 양은 매우 자신감에 가득 차서,난 이런 와타나베 양을 보고 싶었다고 느꼈다.와타나베 양은 누가 봐도 매력적인 여자고,하지만,본인은 필사적으로 그걸 눈에 띄지 않게 한다.
「저기,1번만,다이빙대에 올라가도 돼?」
와타나베 양이 멀뚱거리며 이쪽을 봤다.그런 표정을 처음으로 봐서,나로서도 대단히 의표를 찌른 걸까.멀뚱거린 얼굴은 매우 순수했다.아직 내가 모르는 와타나베 양이 많이 있다고 확신했다.
「올라가서 어쩔 거야?」
「어떤 전망이려나,해서」
내 말에 거짓은 없었다.허나,내가 원하는 전망은 풍경은 아니었다.와타나베 양이 보는 걸 알고 싶었다.10미터 높이에 올라간다면,뭔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와타나베 양은 거부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코치에게 이야기를 걸었다.『나중에 1번만 괜찮을까요?』와 『사쿠라우치 양이 다이빙대에 올라가보고 싶은듯해요』라고,두 가지를 확인했다.승낙을 얻었는지,와타나베 양은 『따라와』라고 다이빙대로 향했다.바로 아래에 와도,역시 하얗고 큰 절벽으로밖에 안 보였다.
와타나베 양이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난 원피스 옷단을 누르며 뒤를 따랐다.계단은 반환점이 되고,마음만 먹으면 풀사이드에서 내 속옷을 보는 건 가능했지만,아무래도 이 다이빙수영장엔 진심으로 연습하러 온 사람밖에 없는 것 같았다.층계참으로 되돌아갈 때마다 점점 풀사이드는 멀어져가서,10미터 꼭대기는 난간도 울타리도 없는 『가늘고 긴 옥상』이었다.
눈앞에 있는 건 2층 관람석은커녕,빛을 들어가게 하기 위한 창이었다.
「이렇게,이렇게 높았어?」
난 솔직히 말하면 높은 곳이 서툴렀다.관람차라든가 탑 전망대에서 멀리 보는 건 괜찮지만,이런 노골적인 높이는 정말로 안 됐다.토쿄에 있다면,맨션 5층 베란다에서 아래를 볼 때는 허리가 빠질 듯하게 돼서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이불을 걷는 심부름도 벌벌 떨었다.
여기는 그것보다 낮지만,우라노호시 교실 베란다보다는 완전히 높았다.무엇보다 몸을 지탱해주는 것도,기댈 것도,붙잡을 것도,아무것도 없었다.배후 계단 이외는 전부 벼랑 끝이었다.10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면,아무리 아래가 수영장이라도,어설프면 죽을 정도라 조사했다.
조금이라도 휘청거리면 떨어져 버릴듯해서,난 한심하게 웅크려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알 정도로 시야가 좁아져 왔다.바람 따위 불 리 없는데,겁낸단 이름의 분위기가 몸을 눌러오는 듯했다.기온이 10도 정도 내려간 느낌이 들었다.물론 바로 아래는 보일 리가 없다.시선 둘 곳이 너무 없어서,수영복 모습 와타나베 양에게 매달렸다.와타나베 양은 시원한 얼굴로 다이빙대 끝까지 걸어갔다.그리고,큰 창밖에 없는 공간을 뒤로하고 이쪽을 향했다.
「어떤 전망?」
와타나베 양이 내게 질문했다.둘이 함께 올라가면 꺾여버릴 듯한 다이빙대에,손톱을 세울 정도로 달라붙고,어울리지 않는 원피스 모습으로 목소리를 떨면서,난 『무섭지 않아?』라고 되물었다.그랬더니,와타나베 양은 미소지었다.또다시,본적 없는 얼굴이었다.하지만 그건,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무섭지 않아.아래가 콘크리트라도 말야.무섭지 않아」
난 『어째서?』라고 사라지는 듯한 목소리로 질문했다.와타나베 양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양손을 벌려서 십자가처럼 했다.한 번 더 볼이 웃었다.그다음에,콩쿠르에서 피아노 앞에 앉은 순간 나와 비슷하게,짧게 눈을 감았다.그다음에,내 눈앞에서,소리를 내지도 않고 작게 몸을 튀게 하며,스윽 하고 아무것도 없는 반대쪽으로 자취를 감췄다.아래가 수영장이라서 무섭지 않단 표정은 아니었다.게다가 설명이라니,할 수 없었다.
「요우 쨩!!」
이름을.외쳤다.무서워하는 것조차 잊고 다이빙대 옆으로 얼굴을 내밀자,하얀 물보라가 작게 올라왔다.난 납작 엎드리듯이 계단까지 이동해서,그다음에 단숨에 뛰어 내려갔다.겨우 안심할 수 있는 높이에 돌아왔을 때,와타나베 양은 『뭘 초조하게 구는 거야?』라는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봐왔다.
나 자신도 알 수 없었다.뭘 두려워했는지,뭘 불안해했는지.그걸 정말로 모르는지,자신 안에서 이해를 포기했는지,모르는 척을 할 뿐인지.
하나도 똑똑히 대답을 내지 못 할듯했지만,그런데도,와타나베 양이 좋아서 다이빙을 해온 것도,전국이라든가 세계라든가를 노리기 위해 해온 것도,하물며 치카 쨩에게 『굉장해』라고 칭찬받고 싶어서 해온 것도,『어느쪽도 아닌』 것만은 알아버렸다.
그리고,연습이 끝나서 우주선 같은 수영장을 나왔을 때,내가 처음으로 입에 담은 건 『요우 쨩 집에 가보고 싶어』란 대사였다.스스로 누군가의 집에 가고 싶다고 한 것도,스스로 먼저 누군가를 『쨩』 붙여서 부른 것도,무엇이든 처음이라,두근거림과는 정반대인 초조함에 목을 조였다.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건,『러브라이브!』를 위한 지구예선이 끝난 직후였다.사건 전조는 있었다.우리가 9명이 돼서 처음으로 라이브를 한 누마즈 불꽃놀이 때,시즈오카시에서 원정 라이브로 온 남자 그룹 『오렌지오렌지』 멤버와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난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치카 쨩은 이것이 기회라고 기뻐서 신바람 나서 저쪽 리더와 ID를 교환했다.
「스캔들 무서워어.스캔들 되면 아웃이려나아?」
「스캔들 기자님,이런 수수한 곳 노리지 않으니까」
「시즈신(시즈오카신문)와버리려나아」
「그것보다 현대는 트위터 쪽이 위험할 거야.조심하자」
그날부터 1개월 조금 돼서,치카 쨩은 그 사람에게 자신이 고백해서 OK를 받았다.우치우라에선 물론,누마즈에서도 어지간한 유명인이라서,치카 쨩은 전철을 타고 시즈오카까지 2회나 만나러 간 것 같다.연애 쪽이 즐거워서 아이돌 그만해!란 말을 꺼내지 않을까 해서 간담이 서늘했지만,조금 전부터 『스캔들』만 걱정하니,일단 마지막까지 완수할 의사는 있는 것 같아.
「서로 시즈오카 대표는 정해졌고,이번엔 중부대표를 노리자고 약속했으니까! 이제 말야,내일부터 척척 연습할 거야! 누가 뭐래도 토쿄에 가니까,요우 쨩과 리코 쨩도 협력해줘!」
오히려 치카 쨩에게 그와 공통점은 아이돌 활동 정도여서인지,점점 『러브라이브!』를 목표로 정열이 높아지는 듯했다.『반짝이고 싶어!』란 처음 목표는 어딘가에 놔두고 온 것 같았다.그런 치카 쨩의 행복한 연애 이야기를,나와 와타나베 양은 맨 먼저 듣는다.아니야.우리 두 사람만 특별히 공유해준다.『무조건 비밀』인 상대엔,가족과 반 친구와 마을 사람은 물론,『Aqours』 1학년과 3학년도 포함됐으니까.
「시즈오카 대표그룹 리더끼리 열애라든가 위험하네.100만RT되버리겠네」
「100만은 아니지만,러브라이브! 끝날 때까지 안 만나는 쪽이 무난할지도 모르겠네」
「리코 쨩,그건 무리인걸.그게 뇌 안이 팝핑 파티인걸!」
「뭔가 영문 모르겠지만 큰일인 듯하네」
치카 쨩은 여름 햇빛으로 밝아진 머리를 안고 난처해 했다.그런데도 얼굴은 계속 웃었다.정말 단 귤을 먹을 때처럼 완전히 녹았다.데뷔곡을 만들 때,『연애를 모르니까 아이돌을 향한 마음을 사랑 노래에 담자』고 한 게 먼 예전인 듯했다.치카 쨩이 지금,사랑 노래 가사를 만든다면,매우 듣기 힘들고 부끄러운 걸 완성해버릴 듯했다.
그런 치카 쨩이 재미있어서,난 생각한 것보다 냉정히 축복할 수 있었지만,여느 때처럼 침대에 앉은 와타나베 양에게 의식을 한 순간도 끊기는 일은 없었다.와타나베 양은 새우 쿠션을 안고 쭉 가만히 있었다.어딘가 먼 산을 보면서,손가락을 꼬며,짧은 대사로 『잘됐네』라 할 뿐이었다.여느 때처럼 비눗방울을 부풀려서 틀어박힐 기운도 없는 듯했다.
「그래서,오늘은 그 보고였어요!」
금요일 방과 후에,시간은 5시 정도였다.이제부터 치카 쨩은 용돈 목적으로 여관 상차림을 거든다고 이야기했다.심부름으로 모은 용돈으로 또 시즈오카에 간다고 힘이 넘쳤다.빨리 크리스마스 안 오려나아라든가,이상할 정도로 장래 이야기를 해서,난 놀리면서 치카 쨩 자택을 뒤로했다.와타나베 양도 여느 때처럼 『실례했어요』라고 인사했지만,여느 때랑 다르게 작은 목소리여서 치카 쨩 언니에겐 닿지 않고,거실에서 졸린 듯한 『시이타케』만이 반응했다.
………
밖은 비가 내렸다.일기예보에선 강수확률 20%였다.그건 나에게 『내리지 않아』란 의미여서,치카 쨩 집 처마 밑에서 원망스러운 듯이 내내 섰다.그래도 뭐,내 집은 치카 쨩 집 바로 뒤에 있어서,종종걸음으로 돌아가면 거의 젖지 않을 듯했다.흘끗 와타나베 양 쪽을 봤다.와타나베 양은 학교 가방에서 청색 접는 우산을 꺼냈다.
「와타나베 양,항상 접이식을 갖고 있어?」
「그렇지도 않아.오늘은 내릴 것 같아서」
와타나베 양은 나직이 힘없이 대답하며 접는 우산을 펼쳤다.그다음에 무표정인 채 『쓸래?』라고 나에게 내밀어왔다.완전히 의미를 몰라서 눈썹을 찌푸렸다.내 집은 바로 거기였는데,와타나베 양은 지붕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30분에 1개밖에 안 오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데.
「와타나베 양이 젖어버리잖아?」
「바보니까 감기 따위 안 걸리고,내가 젖어서 감기에 걸려도 아무도 곤란하지 않아」
반사적으로 팔을 눌러서 참았다.때리고 싶을 정도로 애탔고,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애달팠다.간신히 『내가 곤란해』라 되돌려보내자,와타나베 양은 편 우산을 자신의 머리에 덮어 가리고 멋대로 걷기 시작했다.비눗방울이 우산과 같이 와타나베 양 몸을 덮어가는 듯했다.난 뒤쫓아가서 우산 안에 들어가서,적어도 버스가 올때까지 함께 있고 싶었지만,달리기 시작했을 때 깜짝 놀라며 단념했다.
두 사람이 되면,와타나베 양은 또 미소를 지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리고 물론,와타나베 양이 혼자 울고 싶어 하는 정도,두개골이 삐걱거리고 비명을 지를 정도라고 이해했다.난 잠깐 처마 밑에 섰다.거긴 담 덕분에 버스정류장에선 안 보이는 위치였다.그런데도,버스를 기다리며 와타나베 양이 우는 걸 알았다.그러나,그 우는 얼굴까지는 상상 못 했다.
잠시 후에 『토치만』 부지를 나왔다.와타나베 양은 벌써,없었다.내리퍼붓는 비 맞은편엔 낮은 방파제와 회색 바다만이 있었다.달려서 돌아가는 걸 그만두고,굵은 빗줄기로 아픔을 씻어버리기로 정했다.
마음에 든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혼자였다.카페 의자를 하나 점령하고,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시며 유유히 음악을 들었다.아이돌 노래가 아니라 오랜만에 클래식을 틀었다.고1까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고2가 되고 갑자기 『항상 누군가와 함께』란 상황이 되자,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하면 조금이지만 지쳤다.
퍼스트라이브가 끝나고부터,후배 1학년이 3명이나 그룹에 참가해서,선배・후배란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날 더욱더 지치게 했다.그래서,집 볼 일이 있다고 미안한 듯이 거짓말을 하고,오늘은 아이돌 연습을 땡땡이치고,물론 치카 쨩 방에도 가지 않고 역 앞에 왔다.
아직 점심 전이었다.오늘은 듬뿍 땡땡이치기로 정했다.그런 날 어수선하게 한 건,역시 와타나베 양이었다.와타나베 양은 눈에 띄지 않는 감색 저지 모습으로,검은 운동 가방을 어깨띠에 걸었다.그리고 혼자였다.혼자 마을에 있는 와타나베 양을 본 건 물론 처음이었다.
스마트폰 음악을 멈추고,빈 컵과 접시를 서둘러서 반환구에 돌려줬다.숄더백을 어깨에 걸치고 뛰어나가자,와타나베 양은 역 개찰을 향해서 걸었다.왠지가 아니라 목적지가 있는 건 분명했다.감색 저지 등엔 황색 퓨마가 그려졌다.몰래 뒤쫓아가자고 꾸몄지만,하지만,그 작전은 곧바로 포기하고 말을 걸기로 했다.들켜서 경멸받는 게 무서웠으니까.
「와타나베 양」
분발한다는 느낌은 아니고,가능한 한 자연히 그러나 똑똑히 말을 걸었다.와타나베 양이 돌아다보고 여느 때처럼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아주 가까이서 보자,눈동자는 컬러 콘택트렌즈를 넣은 듯이 깊고 새파랬다.『사쿠라우치 양』.답례라는 듯이 성으로 불렸다.치카 쨩과 3명이 함께 아이돌이 돼서,마을 모두 앞에서 라이브를 한 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그래도,그게 현재 우리 거리인 건 확실했다.
「어딘가 가?」
「다이빙 연습이야.후지까지 가」
와타나베 양은 감추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말하면서 걷고,매표소에서 300엔 정도 표를 샀다.와타나베 양은 다이빙을 은퇴했을 터인데,어째서 전철에 타면서까지 연습하러 가는 것일까.이것저것 생각할 시간은 없어서,좀 있으면 와타나베 양은 『그럼』이라고 손을 흔들어버릴 것이었다.
난 대부분 겁 많지만,자신도 놀랄 정도로 무모한 데가 있다.소극적인 성질이 얼굴을 내밀기 전에 입이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면이 어쩌다 있었고,틀림없이 지금도 그랬다.난 지갑을 꺼내며 와타나베 양에게 질문했다.이 기회를 놓치면,와타나베 양을 풀어낼 실마리를 놓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저기 말야,연습,보러 가도 돼?」
그 질문은 냉정한 와타나베 양을 똑똑히 곤혹스럽게 했다.달갑지 않을까 했지만,망설일 뿐이었다.와타나베 양 마음에는 부정적인 기분을 표정에 내지 않는 기능이 갖춰진 듯했다.만약 그런 기능이 있다면,안면 수준으로 감정적으로 되기 쉬운 나에게 분배했으면 했다.
「치카 쨩한테 들었는데,볼일이 있지 않아?」
「벌써 끝났으니까 괜찮아」
「봐도 재미없어」
「보고 싶을 뿐이니 재미없어도 돼」
너의 핵심에 다가가고 싶어서,라는 말은 할 수 없고,억지로 밀고 나가며 동행한다.개찰을 빠져나가서 시즈오카 방면 홈에서 전철을 기다린다.흥미가 있는 듯한 대사를 내뱉어놓고 인터뷰를 시작하지도 않으며,흰선 안쪽에 늘어서며 축축한 바람을 쐰다.옆의 와타나베 양을 바라본다.마음의 눈은 어렴풋이 무지개 비눗방울을 붙잡는다.나에게 마음을 열 생각 따위 없을 거라고,곧바로 알아버린다.
「다이빙은,누마즈에선 연습 못 해?」
「판자 다이빙은 할 수 있지만,하이 다이빙은 못 해」
전철에 올라타서 콕하고 질문하자,콕하고 되돌아온다.서투른 사람끼리 테니스 같아.치카 쨩과 있을 때조차,상기해보면,와타나베 양 쪽에서 술술 이야기를 건 장면은 거의 없었다.와타나베 양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설령 치카 쨩이 상대라도 그렇다.더구나,신참자인 나 따위에게,방해자인 나 따위에게,스스로 정보제공을 할 리 없겠지.
그렇다고 해서,정보를 손에 넣으려는 날 거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아니려나.모른다.어쩌면,사실은 『알았으면 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모른다.그래서 알고 싶어.
「치카 쨩은 못 했던 것 같은데,어째서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어?」
「좀 더 수준 높은 연기를 하고 싶어서 말야」
가로로 긴 자리에 앉아서,와타나베 양은 머리 숙인 모습으로 대답했다.와타나베 양과 비교하면 난 대단히 거짓말이 능숙하다고 확신했다.와타나베 양은 순수하고 매우 거짓말이 서툴러서,난 더욱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하지만,너무 발을 들여놓는 건 금물이었다.그때 가서는 와타나베 양은 비눗방울조차 버리고 도망가버릴 테니까,그렇게 되면 나에게 미소조차 돌려주지 않게 될 것 같아서,매우 진중하게 됐다.
덕분에 다음 질문을 생각하지 못 한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와타나베 양은 운동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걷기 시작했다.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지만,날 내버려 두고 가지 않도록 유의해줬다.개찰을 나온 곳은 2층으로,푸르고 구름 없는 후지산이 우치우라보다도 아득히 크게 보였다.
와타나베 양은 계단을 내려가서 로터리로 향했다.거기엔 하얗고 아담한 차가 기다렸고,아버지 정도 연령에 단발인 남자가 운전석에 있다.와타나베 양은 손을 들고 조수석에 올라타면서,아마 나를 설명했다.그다음에 이쪽을 향해서 『뒤에 타』라고 말을 걸어왔다.
난 얌전히 좁은 뒷좌석에 들어가고,출발한 차 안에서 대화를 귓결로 들으며,운전하는 남자가 와타나베 양의 『코치』라고 이해했다.아직 고등학생인데 전속 코치가 있다니,분명 전문가겠구나 하고 부러워졌다.동시에,어째서 『그만뒀』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좀 거칠게 운전했지만 20분도 안 돼서 『수영장』에 도착했다.거기에선 후지산이 더욱더 크게 보였지만,무엇보다 놀랍게도,거리 변두리에 있는 푸른 하늘과 녹색 잔디밭에 둘러싸인 『수영장』은,마치 SF에 나오는 우주선을 생각할만한 거대한 은색 오브제였다.
「굉장해.이거,체육관이야?」
「수영장밖에 없어.체육관도 좀 있으려나」
와타나베 양은 매우 익숙한 걸음으로 우주선 입구로 향했다.손이 닿지 않는 장소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도 보였다.원피스 옷단을 조심하면서 나도 계단을 올랐다.들어간 곳에서 표를 사는 것 같지만,나에게 헤엄칠 생각은 없었다.하지만,관객석은 2층에 있는 것 같아서,와타나베 양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말해봤더니,특별히 사복 모습 채로 견학시켜주게 됐다.수영도 안 하는 친구를 손님 취급해버릴 정도로,와타나베 양이 이 시설에서 특별한 존재라고 판단했다.
………
우주선 안은 정말로 수영장이라,10코스나 있는 50미터 수영장과,그 맞은편에 다이빙대를 갖춘 수영장이 있었다.모두가 수영복으로 있는 가운데,혼자만 사복이어서,생리다 감기다로 거짓말을 하곤 반드시 견학했던 수영 수업을 생각해냈다.샌들을 빌려서 풀사이드에서 불안하게 기다리자,와타나베 양은 푸른 경기수영복으로 나타났다.그게 평상복인 것처럼 태연히 걸어왔다.
처음으로 본 수영복 모습은 동갑 여자의 스타일이라곤 생각되지 않았다.팽팽한 수영복에 숨겨진 가슴은 나보다 작았다.하지만,어깨도 팔도 등도,허벅지도 종아리도,넘치는 근육으로 덮인 야생 동물 같았다.평범한 세일러복이라든가 들뜬 무대의상 따위로 감춰버린 게 아까울 정도로,17살까지 겹겹이 쌓아온 노력을 웅변했다.
「굉장한 근육이네」
「일단 지금도 근육 단련하니까」
와타나베 양은 총총 걸어서 다이빙대가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충분히 단련된 등은 아름답지만,작은 상처를 내면 한껏 부풀어 터져버릴 듯해서 무서웠다.텔레비전에서 나온 남성적인 운동선수와는 다른 식으로 보였다.난 와타나베 양과 좀 떨어져서 뒤를 걸었다,하지만,다이빙대 모서리까지 와서 압도돼버렸다.올려다보며 입을 멍청하게 열어버렸다.
다이빙 높이가 10미터란 건 조사했지만,눈앞에 우뚝 솟은 건 아치를 그린 하얀 절벽이었다.스키 점프 경기도 그렇지만,이런 걸 『스포츠』로서 제안한 사람은 분명히 머리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나이프와 유리병을 두드려서 악기로 하는 것이었다.
와타나베 양은 흰 훈련복을 입은 코치와 뭔가 협의를 했다.춤과 노래 연습을 할 때는 보인 적 없는 진지한 얼굴이어서,아이돌은 절대로 본심이 아니라고 느꼈다.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과 같은 걸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확신했다.그렇다면,오히려 치카 쨩이 수영을 떠나고부터,일부러 이런 경기에 도전하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와타나베 양이 다이빙대로 향했다.계단을 재빨리 올라서 금세 10미터 끝에 모습을 보였다.수영복 색으로 와타나베 양이라고 인식할뿐,표정이라곤 도저히 판단되지 않을 정도로 멀었다.10미터는 3층 맨션 옥상 정도니까,내 집 지붕보다 훨씬 높았다.와타나베 양이 등을 돌리고 양손을 폈다.난 무서워져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하지만,눈을 떼지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와타나베 양을 바라봤다.
와타나베 양의 작은 몸이 하늘을 떠돌았다.
자신을 껴안듯이 해서 공중에서 팽이처럼 돌고,마지막엔 몸을 일직선으로 했다.
그렇게 근육으로 덮인 몸을 했는데,거의 물보라를 치지 않고 수면을 돌파했다.
겨우 2초 정도였다.푸른 수영복이 이쪽으로 헤엄쳐 도착하고,흠뻑 젖은 와타나베 양은 나에게 감상을 구하거나 하지 않고,코치에게 가서 지금 연기에 확인과 질문을 했다.그리고 또 계단을 올랐다.난 마치 빌듯이 손을 깍지끼고 와타나베 양을 바라봤다.다이빙대 끝에서 손을 편 와타나베 양은 십자가 같았다.마치 무엇인가 죄를 짊어지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이 느꼈다.
와타나베 양 몸이 다이빙대를 떠나고,난 몸을 깎여가듯이 흔들렸다.3회,4회.와타나베 양의 연기는,인터넷 동영상으로 본 선수들과 비슷한 정도로 뛰어나고 매력적이었지만,난 그걸 스포츠라든가 예술이라든가,그런 식으론 이해되지 않았다.만약 와타나베 양이 그걸 『스포츠』라고 “호언장담”하면,틀림없이 지금쯤 전국이라든가 세계를 노렸을 테니까.
5회째.와타나베 양이 계단으로 향했을 때,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코치에게 이야기를 걸었다.와타나베 양이 어째서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는지 아마 모르겠지만,어째서 일선을 물러났는지는 아는 느낌이 들었다.그을고 윤곽 뚜렷한 얼굴을 한 코치는,다가서는 기미를 살피고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와타나베 양,일본대표로 뽑으려 하셨죠?」
「그래,재작년 가을에 말야.하지만,스스로 사퇴했어」
「이유를 아시나요?」
「상세히는 몰라.단지,『이 이상,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무서워』라곤 했어.모두 함께 설득했지만 소용없었어.재능이 아까우니까 연습을 같이했지만,고등학교를 나올 때까지라고 했어.뭐,복귀는 무리겠지만,착수의 아름다움을 말하면 지금도 일본제일이야.정말로 아까워」
코치는 재능을 개화시키지 못한 걸 아쉬워했지만,내 사고는 『유명하게 되는 게 무서워』란 단 하나에 집중했다.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이 수영을 떠나고부터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다.와타나베 양에겐 세계를 노릴 재능이 있었고,좀 더 유명하게 될 것을 자각했다.
갑자기,눈앞에 와타나베 양이 내려왔다.유성이라면 대홍수를 일으키겠지만,와타나베 양은 한 줄기 푸른 빛이 돼서 수면아래로 사라져갔다.5회 뛰어들어,5회 다 거의 물보라를 치지 않았다.마치 자신이 존재한 흔적을 지우는가 싶어서,그건 내 부정적인 억측이었으면 했다.
자신도 무엇이 하고 싶은지 잘 몰랐다.그런데도 와타나베 양만 생각했다.퍼스트라이브 쪽은 모두에게 도움받아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치카 쨩은 나를 『천재야』라고 칭찬해줬고,내 쪽은 오래간만에 누군가가 감동해줘서 기뻤다.
그날도,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 옆에서 웃었다.『다행이야』라고 안심하며 웃었다.아마,치카 쨩의 꿈이 무너지지 않아서 『다행이야』였을 것이다.자신과 치카 쨩 둘만의 세상에,사쿠라우치 리코란 정체 모를 녀석을 불러들인 판단이 옳아서 『다행이야』였을 것이다.이건 나쁜 의미는 아냐.내가 두 사람에게 외부자인 건 틀림없으니까.
난 그런 그들의 근원을 알고 싶어서 배에 탔다.어디까지 알고 싶은지,그걸 알아서 어쩔지.그런 앞일은 생각하지 않았다.두 사람을 알만한 사람을 지금 단계에서는 한 사람밖에 몰랐다.바다소리가 듣고 싶다고 제멋대로 말했을 때,치카 쨩이 『소꿉친구』라고 소개해준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배로 5분 정도 떨어진 섬에 살고,치카 쨩한테는 『카난 쨩』이라 불리고,와타나베 양한테는 『카난 씨』라 불렸다.
황금 주간을 지나고 초여름 갯바람은 기분 좋았지만,자외선차단제는 잊지 않는다.붉게 되기 쉬운 난 듬뿍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섬을 목표로 했다.난 낯가림 심한 성격이고,상대는 취미가 해양스포츠란 외계인이니까,물론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경계도 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카난 씨 집은 있었다.통나무집이 가게로 돼 있고,인접한 목조 집이 주거하게 돼 있는 것 같다.통나무 간판에는 『바다 만물상・마츠우라』라 쓰였고,문자대로 뭘 다루는 가게인지 전혀 몰랐다.그러나,갑자기 주거 인터폰을 울릴 용기는 없어서,통나무집 샷시 창을 옆으로 움직였다.초여름 햇살이 내리쬈지만,통나무집 안은 썰렁하고 좀 어두웠다.나무 냄새에 물가 냄새가 섞여서,좋아하는 냄새는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었다.1번 더,아까보다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 불렀다.가게 안에는 낚시 도구라든가 서프보드라든가,그걸 손질하는 물품이라든가,스노클이라든가,수제 같은 목걸이라든가 귀고리가 적당히 진열됐고,값은 붙어있고 안 붙어있고 해서,장사할 마음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요!?」
도둑질해서 들킨 듯이,여기에 묵묵히 존재하는 자체가 죄같이 느껴지고,초조해서 소리를 질렀다.그랬더니 갑자기 뒤에서 탁하고 등을 쳐서 『싫어어!』라고 비명을 질러버린다.머리를 마구 흩뜨리고 180도 몸을 회전시키자,카난 씨가 푸른 잠수복 모습으로 서 있었다.전에 만났을 때랑 똑같이,미소는 커녕 표정다운 것조차 없고,풍성한 흑발은 물을 머금어 축축했다.활동적인 스포츠를 하는 사람치고는,그 머리는 너무 길다고 느꼈다.
「응,요전의,치카 친구.누구더라」
「사쿠라우치 리코예요.가게,아무도 없나요?」
「쇼핑?」
「그건 아니지만요」
눈썹이 짙고 콧날 늠름한 용모인데,카난 씨 말은 천연 바보처럼 요점이 어긋났다.그래도 둥근 나무 의자를 가져와 줘서 거기에 앉았다.카난 씨도 똑같은 의자를 가져와서 걸터앉았다.작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나와,잠수복 카난 씨가 마주 보자,굉장히 위화감이 들었다.이 사람과 친해질 일은 영원히 없을 거라고,재빨리 일방적으로 단정해도 좋을 정도였다.
일어서서 진열된 공간을 엿보자,유리와 조가비를 배합했다.카난 씨 취미는 나쁘지 않지만,오늘은 악세사리를 사러 온 게 아니라서 일찌감치 본제로 들어가기로 했다.하지만,밝은 이야기가 아니고,그 두 사람과 카난 씨 관계도 미지수라서 태도는 매우 신중했다.
「오늘,듣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치카네 이야기?」
「어째서 아시나요?」
「아가씨가 혼자 일부러 오셨으니까」
아가씨라고 불려서 조금이지만 욱한다.하지만,화내면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참는다.4살부터 피아노를 받아서 일주일에 몇 번이나 레슨에 다니고 콩쿠르에도 나온 나는,아마 세간에서는 『아가씨』일 것이다.치카 쨩 이외의 반 친구가 지금도 공손한 말씨로 이야기 걸어주는 것도,토쿄에서 온 아가씨를 꺼리는 것이다.와타나베 양이 이야기 걸어오지 않는 건,그래도,아마 다른 이유에서일 것이다.
「치카 쨩과 와타나베 양은,언제부터 친했나요?」
와타나베 양.그렇게 말한 순간 카난 씨를 관찰했지만,표정에 변화는 없었다.냉정이라기보단 냉담하게 느꼈다.아버지가 다친 탓에 휴학하고 가게를 돕는다고 들었다.나 같은 아가씨와 다르게,생활해가는 게 바쁜 탓일지도 모른다.어른답다기보다,어른인 척을 하지 않을 수 없단 인상을 받았다.하지만 그건,카난 씨 가치관을 매우 완고하게 한 느낌이 든다.
「그 두 사람은 수영교실에서 서로 알았으니까.4살 정도려나」
필요최저한인 답만을 받았다.카난 씨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내가 피아노를 시작했을 때,두 사람은 서로 알게 된다.물론 나에게도 4살 때 서로 알게 된 아이는 있지만,지금도 교류가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치카 쨩에겐 와타나베 양이 있다.와타나베 양에겐 치카 쨩이 있다,그런 것이다.
「카난 씨와 치카 쨩과는?」
「부모님끼리 사이좋으니까,나랑 치카는 기억에 없는 때부터 함께 있어.그래도,어릴 때는 혼자선 배에 탈 수 없어서,부모님이 마을에 외출할 때 『토치만』에 들러서,날 치카랑 놀게 둔 느낌이려나.치카는 겁에 질리고 싫증을 잘 내서 금방 울고 금방 화내고,까놓고 말해서 아주 귀찮았어」
카난 씨는 담담하게 그리워했다.동시에,요즘은 그렇지도 않다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사실,치카 쨩한테 카난 씨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대대로 이어오는 여관의 말하자면 『아가씨』인 치카 쨩을,카난 씨가 성장함에 따라 피하게 됐을지도 몰라.잠시,그런 상상도 해봤다.
이 마을의 공기는 『질소』와 『산소』와 『균형』으로 구성되고,각자 성장환경이라든가 형편에 응해서 자연히 마땅한 거리를 잡는다.새로 온 사람이면서 아가씨인 나는 어디쯤 자리 잡으면 좋을 것인가.그건 아직 모르지만,적어도 화려하고 주제넘게 나서서는 안 될 것이다.
「카난 씨와 와타나베 양과는?」
「초5 정도였으려나.통학구역도 동네도 전혀 다르지만,그 녀석은 이쪽 행사에도 참여해서 말야,여름축제 때 치카에게 소개받았어.『카난 쨩과 승부를 겨룰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야.그 녀석은 치카와는 반대로 기어코 태연한 얼굴을 해버려서,뜨거워지지 않아서,승부라든가 이전에 까놓고 말해서 재미없었어」
「와타나베 양 집,멀지요」
「엄청 멀어.달리면 지칠 정도.어째서 우치우라 행사에 올까?라고 느꼈어」
치카 쨩과 함께 있고 싶어서일 거예요.말하다가 말았다.그런 거,벌써 깨달았을 것이다.내가 알고 싶은 건,깨달아서,그걸 어떻게 생각했느냔 감상이었다.동 세대,게다가 치카 쨩 소꿉친구인 카난 씨 눈으로,와타나베 양이 어떤 식으로 비췄는지를 알고 싶었다.
「와타나베 양,항상 치카 쨩 방에 있는데요,치카 쨩은 와타나베 양 집에 가거나 하나요? 치카 쨩,와타나베 양 가족 이야기라든가 전혀 안 해서,좀 의문이에요」
이건 제법 소중한 질문이었다.난 초등학생 때,반 친구 『생일잔치』란 것에 몇 번인가 불려서 참가한 적이 있다.거기에서 우정을 깊게 한 상대는 없었지만,하여간 누군가의 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하지만,자신의 방에 누군가를 불러오다니 절대로 싫었다.만약 불러오게 된다면,그래,함께 비눗방울에 들어가서 피아노를 칠만한,그런 사이좋은 친구뿐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그랬더니,카난 씨는 처음으로 내 앞에서 웃었다.매우 유쾌한 듯이 웃었다.드물게 재밌는 걸 찾았을 때 웃음이었다.그리고,나에겐 어째서인지,카난 씨 웃음이 매우 불쾌하게 느껴져,그 마음을 표정에 내지 않도록 집중했다.
「그건 아니지.나 말야,중학교 때 누마즈까지 자주 갔는데,돌아오는 길에 튜브가 고물이 될 정도로 펑크 나서,아무래도 이쪽까지 되돌아올 수 없게 됐어.전화하고 신신부탁해서 그 녀석 집에 묵었는데,아마,치카가 그 녀석 방에 들어오자 썰렁했을 거야」
「썰렁? 무슨 말인가요?」
거듭 질문했지만 대답은 받지 못했다.카난 씨는 그때 일을 생각해내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해서 웃고,난 내버려 둘 뿐이었다.가슴 안에선 기분 나쁜 덩어리가 부풀어왔다.난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다.치카 쨩과 카난 씨와,와타나베 양이 『다르단』 걸.그리고,그 『차이』로 와타나베 양이 고민하는 걸,두 사람이 요만큼도 깨닫지 못하게.
「저기,마지막으로 물어도 될까요?」
「마지막? 벌써 돌아가?」
네.끄덕였다.카난 씨는 웃음을 치우고 의아한 듯한 얼굴이 됐다.아직 카난 씨와 대화를 시작하고 10분 정도밖에 안 지났다.일부러 섬에 건너온 사람으로선 대단히 짧은 면담이었다.하지만,이 이상 질문해도,내가 요구하는 대답을 꺼내줄 것 같지 않았다.그래서,예정했던 질문 중에서 하나만 추가하기로 했다.그 하나도 또,나에게 소중한 질문이었다.
「와타나베 양이 어째서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는지 아시나요? 치카 쨩 자신이,다이빙은 조금 했지만 『하이 다이빙』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그렇게 말해서 궁금해서」
「공교롭게 모르네.그 녀석이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을 때,치카가 수영교실을 그만둔 뒤인걸.대강 말야,겁에 질린 치카가 하이 다이빙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카난 씨가 성가신 듯한 표정이 된 것과,내 볼일이 끝난 건 동시였다.감사 인사를 하고 등을 돌릴 때,카난 씨는 깊은 보라색을 한 눈동자를 향하고 이런 말을 해왔다.
「저기 말야,뭐가 하고 싶은지 모르지만,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아줄래?」
쓸데없는 짓의 의미는 곧바로 알았다.이 마을에,쓸데없는 짓이란 건,모두가 유지하는 균형이란 걸 무너뜨리는 게 틀림없었다.하지만,그건 마을 모두의 방자함이라고 느꼈다.그 균형이란 것 탓에,누군가 한 사람이 고초를 겪다니 불합리하다고 느꼈다.그래도,타관사람인 내가 주제넘게 참견할 장면이 아니니까,『알겠어요』라고 냉정히 대답하고 섬을 뒤로했다.
며칠 뒤,우리는 역시 3명이 함께 치카 쨩 방에 있었다.학교가 끝나고부터 해 질 녘까지 모래사장에서 춤 연습을 했다.치카 쨩 여관에서 도로를 두고 곧바로 있는 해변은,모래라기보단 흙에 가까운 느낌이라,신발 안이 모래투성이가 돼버리진 않고,그래서 연습하기에 딱 좋았다.
지금은 고정카메라로 촬영한 춤을 컴퓨터로 복습한다.가로로 늘어선 3명 나란히 크지 않은 노트북을 얼굴을 내밀며 들여다본다.치카 쨩을 한가운데에 두고 3명의 얼굴이 다가와서,난 살짝 와타나베 양 표정을 확인한다.오늘도 『출입금지』 선을 넘는 듯한 얼굴을 한다.이 이상은 안 된다며 괴로운 듯하다.뭐가 안 되는지 쭉 생각해왔지만,매번 너무나도 똑같은 반응이라서 답에는 다가서지 못한다.
그런데도,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에게 너무 다가가지 않도록 의식한다.치카 쨩에게 너무 다가가자 열심히 태연한 표정을 겉꾸민다.그래서 방에 있을 때도,좀 떨어져서 앉는지도 모른다.여자에게 곧잘 있는 친구끼리 끈적끈적한 『장난』을 안 할지도 모른다.
「후우,잠깐 휴식하자」
세 몸이 뿔뿔이 흩어져서,와타나베 양 눈매는 여느 때처럼 시원하고 온화해졌다.치카 쨩은 컴퓨터를 닫고 그 위에 잡지를 펼쳤다.스쿨 아이돌 잡지에는,전국 아이돌을 취재한 기사라든가,인기 아이돌 그라비아라든가,순위라든가,다양한 정보가 가득 찼다.스쿨 아이돌을 하자고 정하고 맨 먼저 산 게 이 잡지 같고,지금은 최신 5월호를 훌훌 바라본다.
「으ー응,역시 멋있네에.미남이랄까?」
「멋있어? 누가?」
세운 팔꿈치로 멍하게 있는 치카 쨩에게 이끌려서 지면에 눈을 향하자,거긴 남자 아이돌 미남 순위코너였다.본디부터 『러브라이브!』는 여자 스쿨 아이돌 한정경기였지만,2년전부터 남자 부문도 설립된 것 같아서,똑같이 전국각지 그룹이 우승을 노리고 힘낸다.는 것 같다.그런 사실을 최근 알았지만,치카 쨩처럼 흥미를 갖진 않았다.
「치카 쨩은 어떤 사람이 취향이야?」
「이 사람! 시즈오카 그룹이야? 예선이라든가에서 만나지 않으려나?」
「흐응.우선은 예선에 나갈 수준이 돼야겠네」
「취미가 서핑이랑 바다낚시.밝고 기운찬 사람이 취향이라고! 나,해당하지 않으려나!? 서핑은 서툴고,낚시는 곧바로 싫증 나버리지만,밝고 기운차지 않아!?」
치카 쨩이 눈을 반짝인다.시즈오카시 『오렌지오렌지』란 3인조 유닛 리더로,겉보기엔 똑똑히 말해서 내가 서투른 유형이지만,아무래도 치카 쨩은 야성적이랄까 숨 막힐 듯 더운 용모인 남자가 좋은 것 같다.난 남녀 불문하고 중성적인 사람이 좋으려나.생각하며 흘끗 시선을 돌리자,와타나베 양은 침대에 앉아서 새우 쿠션을 안은 채 멍하니 있다.
아마,멍하니 있는 『척』을 한다.치카 쨩은 이따금 남자 이야기를 하는데,와타나베 양은 절대로 넘어가지 않고,그럴 때는 반드시 쿠션을 안고 기색을 지운다.
자신 안에서는 『미소녀가 취향』이라 입에 담는 게 망설임이 없었다.막연하지만,연애 따위 어디에서라도 일어난다고 생각했다.다만,피아노만 쳤던 난 남자와 너무나도 인연이 없었다.중학교 시절은 공학이었지만,호의를 품은 남자 따위 없었다.3학년 때,2번 정도 고백 같은 걸 받았지만,어쨌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어서 남자친구로 하자고 1밀리도 생각 안 해서,『미안해』라고 그곳에서 머리를 숙이고 거절했다.
그래서,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이 될 때까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 어이없을 정도로 무지한 나와,조용히 침대에 앉은 와타나베 양,쌍방에 들리는 밝고 기운찬 목소리로,치카 쨩은 이렇게 단언했다.그래.치카 쨩은 의견을 애매하게 하지 않아.O or X.할게 or 하지 않아.좋아 or 좋아하지 않아.구원받은 사람도 많지만,상처 입은 사람도 적지 않을 터다.
「그건,미소녀는 정말 좋아하지만,그거랑 연애랑은 다르잖아?」
「어째서?」
「어째서?냐니,그게 말야,난 여자인걸!」
그늘 없이 곧은 말을 들었을 때,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에 따끔한 아픔을 느꼈다.실처럼 가는 바늘로 갈비뼈 틈으로 마음을 찔린 듯이 아팠다.하지만,그 이상으로 와타나베 양이 걱정돼서,시야를 옆으로 넓게 해서 와타나베 양 표정 변화를 뒤쫓았다.뒤쫓지 않을 수 없었다.
와타나베 양은 여전히 침대에서 새우 쿠션을 안았다.하지만,그 시선은 멍하니 떠돌지 않았다.그렇기는 커녕 눈에 비친 세상을 『텅 빈 것』으로 하는 듯이 느꼈다.표정에 무언가가 떠오르는 듯한 걸 열중해서 퍼내듯이 느껴졌다.현실에서 도망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와타나베 양을 그렇게까지 동요시킨 것의 정체까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그런데도,소리조차 내지 않고 호흡하는 와타나베 양이,그 뒤쪽에서 필사적으로 두꺼운 비눗방울을 부풀리는 느낌이 들어서,난 입을 막고 목소리를 잃었다.
………
그날 돌아올 때,치카 쨩과 바이바이하고 나서,난 길모퉁이를 도는 곳에서 발을 멈췄다.여느 때라면,난 그대로 근처에 있는 집에 돌아가고,와타나베 양은 누마즈역 방향으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간다.그래서,치카 쨩 집을 나와서 단둘이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물론,그건 3인조로 활동해가는 동료로선 좋지 않은 태도지만,와타나베 양도 나도 분명 서로를 너무 의식했다.
난 치카 쨩 집 담에 달라붙었다.마치 탐정처럼 버스정류장의 와타나베 양을 바라봤다.와타나베 양은 석양에 오렌지로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버스를 기다렸다.학교 가방을 어깨부터 들고 아련히 『토치만』 별채를 바라봤다.스마트폰을 꺼내지도 않고,그저 아련히 서 있다.아까까지 거기에 있었는데,이제 돌아갈 수 없는 용궁 성을 바라보는 우라시마 타로 같았다.
그런데도 난 단언했다.와타나베 양은 내일 아침,반 친구 누구보다도 빨리 일어날 거라고.그리고 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도 빨리 버스에 타서,치카 쨩 방을 방문할 거라고.똑같은 비눗방울에 들어갈 수 없어도,제일 가까이에서 치카 쨩을 바라보기 위해서,『토치만』 현관을 뚫을 거라고.
깨달으니 호흡을 잊었다.버스가 다가와서 와타나베 양을 데려갔다.종종걸음으로 해안도로를 건너서,아까 와타나베 양이 했듯이 버스정류장 옆에 서봤다.역사 있는 『토치만』은 오렌지색 궁전 같았다.치카 쨩은 그 안에 사는 『공주님』이고,그리고 분명,아직 못 본 『왕자님』을 찾는다.
퍼스트라이브가 정해졌을 때,난 베란다에서 치카 쨩과 이야기했다.나의 이사 온 집은 치카 쨩 자택 바로 뒤에 있어서,우리 방은 손이 닿아버릴 정도로 가까웠다.그래서,목욕 마치고라든가 자기 조금 전에,『이야기하자』라 권유해서 베란다에 나온 적이 곧잘 있었다.토쿄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큰 변화였다.일주일에 몇 번이나 레슨에서 만나는데도 이름밖에 모르는 애가 많았으니까.
「리코 쨩 곡 말야,벌써 100번 정도 들어버렸어! 왠지 이제,빨리 부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어! 작곡하는 사람이 없으면 시작 못 한다고,학생회장이 말한 대로네!」
「너무 들었어.빨리 가사랑 춤도 완성해야겠네」
「그래그래! 요우 쨩 의상도 된 것 같고!」
4월 끝은 밤바람도 대단히 따뜻하고,달빛도 온화해서,우리는 길 때는 1시간 정도 재잘거렸다.치카 쨩은 토쿄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지만,토쿄 시절 난 대부분 밖에서 놀지 않았고,피아노로 슬럼프에 빠진 기억 쪽이 강해서,별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다.그래서 이것저것 말하고,치카 쨩이 자신과 우치우라 마을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근데,오늘 밤은 듣고 싶은 게 있어서,드물게 내 쪽에서 질문했다.
「저기 말야,치카 쨩」
「왜?」
「와타나베 양은 어떤 사람?」
「요우 쨩!?」
치카 쨩 목소리가 올라가서 오선지를 삐져나왔다.좋아하는 거겠지.최고의 친구겠지.이름이 나왔을 뿐인데 기운이 넘칠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라니,지금 나에겐 한 명도 없다.
「요우 쨩은 말야,굉장해! 굉장한 사람이야!」
「굉장하다니?」
「지금은 안 하지만,하이 다이빙으로 일본 대표 전형까지 갔으니까!」
「흐응.어째서 지금은 안 해?」
거기까지 깊이 들어갔을 때,치카 쨩은 모호해짐을 통과하고,『으ー응』이라고 완전히 멈춰버린다.『하이 다이빙』도 『일본 대표』도 얼른 이해가 안 됐지만,그 정도 열중한 걸 『그만둔』 이유를,친구면서 치카 쨩이 듣지 못한 것만은 똑똑히 알았다.
머리 땋기를 푼 머리를 흔들며,치카 쨩은 자신의 일처럼 열변을 토했다.자랑스런 친구란 건 이해했다.허나,만약 와타나베 양처럼 『굉장한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나도 치카 쨩처럼 됐을지도 모른다.『평범』한 것에 열등감을 품을지도 모른다.
아니야,그렇지 않아.그렇지 않다.난 처음부터 와타나베 양 쪽 사람이었다.치카 쨩이 말한 『특별성인』이었다.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사쿠라우치・리코』는 모두의 동경은 아닌,하물며 친구 따위가 아닌,이해는 커녕 접촉조차 꺼려지는 듯한 외계인이었다.
차이가 있다면,와타나베 양에겐 치카 쨩이 있고,나에겐 아무도 없었단 것.그 차이는 적잖이 질투를 낳을 터인데,불가사의할 정도로,와타나베 양을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와타나베 양은 어떤 성격이야? 그다지 이야기한 적 없어서」
「요우 쨩은 말야,굉장히 다정한 인기인이야! 아이돌도 함께 해줬고!」
그건 안다.누마즈 역 앞에서 라이브 전단을 돌렸을 때도,와타나베 양은 혼자 내 몇 배나 전단을 나눠줬고,모두 함께 사진을 찍어서 고조됐다.일본 대표에 다가갔던 여자아이니까 고장에선 유명인일지도 모른다.그러니까,밝게 싱글벙글 행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내가 알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냐.바로 요전,와타나베 양이 혼자만 비눗방울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듯이 보인 이유를 알고 싶어.그게 착각인지 진실인지를 알고 싶어.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걱정돼서 어쩔 수 없는 천성이니까,치카 쨩에겐 말 안 하지만 요즘은 와타나베 양만 생각해버린다.그런데도 와타나베 양 진짜 성격 같은 걸 상상할 수 없어서 한숨만 쉬어버린다.
「실은 치카 쨩,와타나베 양을 그다지 몰라?」
「뭐ー엇!? 그런 거 아니야! 10년 이상 함께야!?」
달빛 아래에서,치카 쨩은 좀 화난 모습으로 볼을 부풀렸다.지금 질문은 요점을 찔렀지만 경솔했다.역시 그 이상은 발을 들여놓지 않고,꽤 으스스 추워져서 슬슬 자기로 했다.『잘자』라고 인사를 주고받고 등을 돌리려 했을 때,치카 쨩이 망설이며 말을 걸어왔다.
「저기 말야,리코 쨩」
「왜?」
「이유를 잘 말 못 하지만,『와타나베 양』이라 부르는 거,그만했으면 해」
「응,알았어.미안해」
치카 쨩 눈이 진지해서,즉시 끄덕였다.치카 쨩은 안심하고 눈을 가늘게 했다.자신이 누구보다도 소중히 하는 사람을,이제부터 힘을 합쳐갈 동료가 언제까지나 『양』 붙여서 부르는 건 기분 나쁠 것이다.그런 『감촉』을 말하는 걸,치카 쨩은 매우 서툴러 한다.그리고,치카 쨩의 감각이 좀처럼 말로 변하지 않는 걸,어째선지 와타나베 양은 바라는 느낌이 든다.
「요우 쨩」
샷시 창과 커튼을 닫으며 중얼거렸다.모험과는 다른 의미로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름으로 부르면,와타나베 양을 인기인 자리에 추대하는 불특정 다수 중 1명이 돼버릴 것 같았다.와타나베 양은 누구보다도 자연스런 미소로 내 이름을 불러줄 것이다.그러나,그건 현재 내가 바라는 대응과는 동떨어졌다.그런 주제에,와타나베 양의 어떤 대응을 바라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난 전학 간 학교인 우라노호시 여학원에서 스쿨 아이돌을 하게 됐다.『아이돌』이라니 수수한 나에게 어울리지 않지만,피아노로 슬럼프에 빠진 나에겐 그 정도 단호한 처리가 필요한 느낌도 들었다.아이돌을 해봐서 뭔가가 변한다면 또 피아노를 재개하면 된다고,반 친구 타카미 양――치카 쨩은 그런 식으로 나를 권해왔다.피아니스트를 노리는 도중에 몇 개월이나 연습에서 떨어지는 건 매우 불안했지만,지금대로라면 벽에 부딪힌 채 극복할 수 없을 듯해서,결국,치카 쨩의 다정한 말에 넘어가서 현재를 바꿔보기로 했다.
요즘은 콩쿠르를 위해서가 아닌,아이돌 노래를 만들기 위해 피아노를 만진다.
………
「어머니 아는 분이 편곡해준 곡이 와서 가지고 올게」
「알았어! 요우 쨩이랑 기다릴게!」
평일.학교가 끝나면 『스쿨 아이돌부』는 활동을 시작한다.부 활동으로 인정받지 않아서 부실 같은 건 주지 않아서,치카 쨩 방이 그 대신이었다.치카 쨩 집은 메이지 때부터 온천여관을 경영해서,별채 자택에 친구가 놀러 와서 묵고 가는 건 아주 익숙해서 태연한 듯했다.
부원은 2학년만 3명이었다.나와 치카 쨩과,그리고 와타나베 양이었다.와타나베 양은 『요우』란 드문 이름인데,둘이 함께 이야기한 횟수가 매우 적어서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았다.애초에 어릴 때부터 친구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누군가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대모험이었다.그런대로 얼굴을 마주친 피아노 교실 아이조차 『성+양』으로 불렀으니까.
치카 쨩은 그런 과혹한 모험을 간단히 넘기게 해준 귀중한 친구였다.처음으로 이야기한 바닷가에서,치카 쨩은 자신을 『평범 괴수』라든가라며 놀랄 정도로 겸손했지만,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붙임성 있어서,마치 뭐라도 들어가 버리는 커다란 등산배낭 같은 여자였다.
그 반면에,치카 쨩 소꿉친구인 와타나베 양은 매우 불가사의한 사람이었다.와타나베 양은 부원이 5명밖에 없는 수영부와 겸임했다.머리끝을 느슨히 물결친 애쉬그레이 머리를 어깨에 바싹 닿지 않는 길이로 했다.눈앞의 바다처럼 온화한 표정을 하고,강한 감정이란 걸 완전히 얼굴에 띄우지 않았다.대개 웃었지만,치카 쨩이 보이는 개방적인 미소와는 분명히 달랐다.
간단히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듯해서,스스로 타인에게 접근하는 게 서투른 나에겐 솔직히 사귀기 어려운 상대였다.허나,그런 의식을 태도로 낼 수도 없어서,치카 쨩이 자리를 뜰 때는 곤란한 듯한 분위기가 흘러서,둘이 함께 목적도 없이 스마트폰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와타나베 양은 항상 치카 쨩과 함께 있다.그래서,바로 근처에 사는가 했더니,여기에서 버스로 30분이나 달리는 곳에 자택이 있었다.우치우라보다 누마즈역 쪽이 훨씬 가까웠다.그런데도,매일 치카 쨩 방을 방문해서,때로는 아침밥까지 함께 먹었다.
와타나베 양이 우리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건 틀림없었고,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 방에 머그컵과 칫솔까지 뒀다.누군가의 방에 자신의 칫솔을 두다니,큰소리론 말 못 하지만 『동거』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갈아입을 속옷을 뒀어도 결코 이상하진 않았다.
그런 와타나베 양이,봄부터 갑자기 등장한 나를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곧바로 헤아렸다.어쩌면,내가 없을 때 와타나베 양은 좀 더 밝은 아이였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을 고쳤다.굉장히 큰 개도 풀어놓아서,되도록 치카 쨩 방에는 가지 않도록 하고 싶었는데,어쨌든 부실 대신이라서 그렇게도 말할 수 없었다.더구나,피아노를 치는 데다가 『오토노키자카 학원』에서 찾아온 나는,치카 쨩에게 대단히 마음에 들어버려서,결국 우리는 3명이 함께 있는 게 당연해졌다.
CD를 갖고 다시 치카 쨩 집에 돌아온다.별채 현관으로 오르자,『시이타케』란 이름의 다른 머리모양(?)인 개가 오늘도 허둥지둥한다.개는 정말로 무서워서 서투르다고 했는데,내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매뒀으면 했는데,조금도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내가 겁내자 웃어버린다.지구상에 개 싫어하는 사람이라니 있을 리 없잖아?라는 듯한 얼굴로 웃는다.
이 시골은 토쿄와 전혀 달라서,『모두 똑같으니까』란 분위기로 가득 찼다.모두가 『똑같도록』 정해지고 서로 믿어서 균형이 잡힌다.다른 사람은 있지만 뛰어난 사람은 없다.있을지도 모르지만,모두와 『다른』 걸 눈에 띄지 않도록 사는 느낌이 든다.
「가져왔어」
『시이타케』를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치카 쨩 방에 들어가자,치카 쨩은 밥상 노트북으로 뭔가 조사하고,와타나베 양은 묵묵히 의상을 손바느질했다.둘이 함께 있는 걸 자매처럼 자연스럽게 느꼈다.이 사이 좋은 두 사람을 보고,갑자기 비눗방울을 생각해냈다.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와,들러붙은 큰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돌고 싶다고,어릴 때 그렇게 원하던 걸 생각해냈다.
「사이좋네」
CD 얇은 케이스를 밥상에 두고,두 사람에게 말을 향해봤다.그걸 소리 낸 건 처음이었다.그래서,확인할 정도로 들렸을지도 모른다.치카 쨩은 망설이지 않고 크게 끄덕였지만,와타나베 양은 어딘가 망설이는 미소를 지을 뿐이라,나에겐 마치 와타나베 양만이 크고 두꺼운 비눗방울 안에 있는 듯이 보였다.와타나베 양 혼자 비눗방울에 들어가고,치카 쨩은 그렇지 않은 듯한 이미지가 솟아 나왔다.그런 부정적인 의심으로,가슴 안쪽에 있는 잘 모르는 공간이 떨떠름해져 온다.
「당장 들어보자!」
당혹감을 뿌리치도록 손뼉을 쳐본다.치카 쨩 방에는 오디오기기가 없고,그래서 노트북으로 듣기로 했다.와타나베 양도 만들던 의상을 카펫에 뒀다.치카 쨩이 CD를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자,영상이 나오는 게 아닌데 자연히 들러붙게 모였다.
내 바로 눈앞에서,치카 쨩과 와타나베 양 볼이 한없이 다가왔다.그때,흐르기 시작한 음악이 들리지 않게 될 정도로,내 오감은 눈앞의 광경을 이해하는 것에만 집중해버렸다.
명도를 올린 내 시야 안에서,치카 쨩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그런데도,항상 침착하게 미소짓는 와타나베 양은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호흡하는 타이밍을 잊은 듯이 긴장해서,그걸 절대로 깨닫지 않도록 참는 게 전해져왔다.
꼭 작년 콩쿠르에서 한 음도 내지 못 했던 때 나와 매우 닮은 느낌이 들었다.피아노를 쳐야만 해서,그런데도 능숙하게 칠 기운이 전혀 바로 서지 않아서,상을 받는다니 절대 무리라서,하나라도 음을 낸다면 피아노 그 자체에 자신의 역사를 부정당해버린 듯했다.
그래서 알아차려 버렸다.와타나베 양에겐 굉장히 강한 마음이 있는데,그걸 표현할 수 없고,표현할 수 없어서,괴로워 발버둥치는 것까지 알아차려 버렸다.그치만,난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물론 질문한다니 가능할 리가 없다.내가 와타나베 양에게 호기심이라 부를 수 없는 유형의 관심을 품은 건,그날이 처음이었다.
맨션에 살아서 넓은 마당이 없어서,베란다에서 어머니와 함께 불며 놀았다.플라스틱제인 다채로운 도구가 몇 개인가 들어서,다양한 비눗방울을 만드는 세트로 돼 있었다.작은 비눗방울을 많이 만드는 도구보다,큰 비눗방울을 하나 만드는 도구 쪽이 좋았다.
큰 무지개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서,둥실둥실 하늘을 날며 쭉 피아노를 친다면 근사할 것 같았다.큰 비눗방울이 두 개 들러붙을 때는 더욱더 기뻤던 기억이 있다.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와 둘이 함께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돈다면 분명히 즐겁겠네라 꿈꿨다.
하지만,『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 같은 건 없었다.피아노교실에서 항상 보는 여자아이가 몇 명인가 있었지만,레슨이 끝나면 각자 어머니가 마중하러 와서,『또 봐』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차나 전철로 자신의 집에 돌아갔다.쥬니어 콩쿠르에서도 여러 여자아이와 만났지만,『이번에야말로 사쿠라우치 양에게 이기세요』라는 그런 라이벌 같은 오라가 어머니들에게서 나와서,그런 곳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사귈 수 있을 정도로 천진하게 붙임성 있진 않았다.
초등학생이 됐을 때는 벌써,비눗방울은 잊었다.비눗방울을 생각해낸 건,살고 있던 아키하바라 맨션에서 시즈오카로 이사할 때였다.내 방 벽장에 쌓아둔 바구니 하나에서 나와서,『두고 가지 마』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보여서 골판지 안에 넣어줬다.난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오를 때,좀 불어보자곤 역시 생각하지 않았다.
비눗방울 세트는 버리지 않고 누마즈 우치우라란 곳까지 왔는데,역시 이제 놀지 않을 거라 판단돼서,이번엔 공부책상에 붙은 조금 큰 서랍 안쪽으로 넣었다.이번엔 잊어버린 게 아니라,공부책상 안에 있는 걸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