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션에 살아서 넓은 마당이 없어서,베란다에서 어머니와 함께 불며 놀았다.플라스틱제인 다채로운 도구가 몇 개인가 들어서,다양한 비눗방울을 만드는 세트로 돼 있었다.작은 비눗방울을 많이 만드는 도구보다,큰 비눗방울을 하나 만드는 도구 쪽이 좋았다.
큰 무지개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서,둥실둥실 하늘을 날며 쭉 피아노를 친다면 근사할 것 같았다.큰 비눗방울이 두 개 들러붙을 때는 더욱더 기뻤던 기억이 있다.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와 둘이 함께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돈다면 분명히 즐겁겠네라 꿈꿨다.
하지만,『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 같은 건 없었다.피아노교실에서 항상 보는 여자아이가 몇 명인가 있었지만,레슨이 끝나면 각자 어머니가 마중하러 와서,『또 봐』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차나 전철로 자신의 집에 돌아갔다.쥬니어 콩쿠르에서도 여러 여자아이와 만났지만,『이번에야말로 사쿠라우치 양에게 이기세요』라는 그런 라이벌 같은 오라가 어머니들에게서 나와서,그런 곳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사귈 수 있을 정도로 천진하게 붙임성 있진 않았다.
초등학생이 됐을 때는 벌써,비눗방울은 잊었다.비눗방울을 생각해낸 건,살고 있던 아키하바라 맨션에서 시즈오카로 이사할 때였다.내 방 벽장에 쌓아둔 바구니 하나에서 나와서,『두고 가지 마』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보여서 골판지 안에 넣어줬다.난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오를 때,좀 불어보자곤 역시 생각하지 않았다.
비눗방울 세트는 버리지 않고 누마즈 우치우라란 곳까지 왔는데,역시 이제 놀지 않을 거라 판단돼서,이번엔 공부책상에 붙은 조금 큰 서랍 안쪽으로 넣었다.이번엔 잊어버린 게 아니라,공부책상 안에 있는 걸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