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학 간 학교인 우라노호시 여학원에서 스쿨 아이돌을 하게 됐다.『아이돌』이라니 수수한 나에게 어울리지 않지만,피아노로 슬럼프에 빠진 나에겐 그 정도 단호한 처리가 필요한 느낌도 들었다.아이돌을 해봐서 뭔가가 변한다면 또 피아노를 재개하면 된다고,반 친구 타카미 양――치카 쨩은 그런 식으로 나를 권해왔다.피아니스트를 노리는 도중에 몇 개월이나 연습에서 떨어지는 건 매우 불안했지만,지금대로라면 벽에 부딪힌 채 극복할 수 없을 듯해서,결국,치카 쨩의 다정한 말에 넘어가서 현재를 바꿔보기로 했다.
요즘은 콩쿠르를 위해서가 아닌,아이돌 노래를 만들기 위해 피아노를 만진다.
………
「어머니 아는 분이 편곡해준 곡이 와서 가지고 올게」
「알았어! 요우 쨩이랑 기다릴게!」
평일.학교가 끝나면 『스쿨 아이돌부』는 활동을 시작한다.부 활동으로 인정받지 않아서 부실 같은 건 주지 않아서,치카 쨩 방이 그 대신이었다.치카 쨩 집은 메이지 때부터 온천여관을 경영해서,별채 자택에 친구가 놀러 와서 묵고 가는 건 아주 익숙해서 태연한 듯했다.
부원은 2학년만 3명이었다.나와 치카 쨩과,그리고 와타나베 양이었다.와타나베 양은 『요우』란 드문 이름인데,둘이 함께 이야기한 횟수가 매우 적어서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았다.애초에 어릴 때부터 친구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누군가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대모험이었다.그런대로 얼굴을 마주친 피아노 교실 아이조차 『성+양』으로 불렀으니까.
치카 쨩은 그런 과혹한 모험을 간단히 넘기게 해준 귀중한 친구였다.처음으로 이야기한 바닷가에서,치카 쨩은 자신을 『평범 괴수』라든가라며 놀랄 정도로 겸손했지만,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붙임성 있어서,마치 뭐라도 들어가 버리는 커다란 등산배낭 같은 여자였다.
그 반면에,치카 쨩 소꿉친구인 와타나베 양은 매우 불가사의한 사람이었다.와타나베 양은 부원이 5명밖에 없는 수영부와 겸임했다.머리끝을 느슨히 물결친 애쉬그레이 머리를 어깨에 바싹 닿지 않는 길이로 했다.눈앞의 바다처럼 온화한 표정을 하고,강한 감정이란 걸 완전히 얼굴에 띄우지 않았다.대개 웃었지만,치카 쨩이 보이는 개방적인 미소와는 분명히 달랐다.
간단히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듯해서,스스로 타인에게 접근하는 게 서투른 나에겐 솔직히 사귀기 어려운 상대였다.허나,그런 의식을 태도로 낼 수도 없어서,치카 쨩이 자리를 뜰 때는 곤란한 듯한 분위기가 흘러서,둘이 함께 목적도 없이 스마트폰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와타나베 양은 항상 치카 쨩과 함께 있다.그래서,바로 근처에 사는가 했더니,여기에서 버스로 30분이나 달리는 곳에 자택이 있었다.우치우라보다 누마즈역 쪽이 훨씬 가까웠다.그런데도,매일 치카 쨩 방을 방문해서,때로는 아침밥까지 함께 먹었다.
와타나베 양이 우리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건 틀림없었고,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 방에 머그컵과 칫솔까지 뒀다.누군가의 방에 자신의 칫솔을 두다니,큰소리론 말 못 하지만 『동거』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갈아입을 속옷을 뒀어도 결코 이상하진 않았다.
그런 와타나베 양이,봄부터 갑자기 등장한 나를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곧바로 헤아렸다.어쩌면,내가 없을 때 와타나베 양은 좀 더 밝은 아이였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을 고쳤다.굉장히 큰 개도 풀어놓아서,되도록 치카 쨩 방에는 가지 않도록 하고 싶었는데,어쨌든 부실 대신이라서 그렇게도 말할 수 없었다.더구나,피아노를 치는 데다가 『오토노키자카 학원』에서 찾아온 나는,치카 쨩에게 대단히 마음에 들어버려서,결국 우리는 3명이 함께 있는 게 당연해졌다.
CD를 갖고 다시 치카 쨩 집에 돌아온다.별채 현관으로 오르자,『시이타케』란 이름의 다른 머리모양(?)인 개가 오늘도 허둥지둥한다.개는 정말로 무서워서 서투르다고 했는데,내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매뒀으면 했는데,조금도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내가 겁내자 웃어버린다.지구상에 개 싫어하는 사람이라니 있을 리 없잖아?라는 듯한 얼굴로 웃는다.
이 시골은 토쿄와 전혀 달라서,『모두 똑같으니까』란 분위기로 가득 찼다.모두가 『똑같도록』 정해지고 서로 믿어서 균형이 잡힌다.다른 사람은 있지만 뛰어난 사람은 없다.있을지도 모르지만,모두와 『다른』 걸 눈에 띄지 않도록 사는 느낌이 든다.
「가져왔어」
『시이타케』를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치카 쨩 방에 들어가자,치카 쨩은 밥상 노트북으로 뭔가 조사하고,와타나베 양은 묵묵히 의상을 손바느질했다.둘이 함께 있는 걸 자매처럼 자연스럽게 느꼈다.이 사이 좋은 두 사람을 보고,갑자기 비눗방울을 생각해냈다.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와,들러붙은 큰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돌고 싶다고,어릴 때 그렇게 원하던 걸 생각해냈다.
「사이좋네」
CD 얇은 케이스를 밥상에 두고,두 사람에게 말을 향해봤다.그걸 소리 낸 건 처음이었다.그래서,확인할 정도로 들렸을지도 모른다.치카 쨩은 망설이지 않고 크게 끄덕였지만,와타나베 양은 어딘가 망설이는 미소를 지을 뿐이라,나에겐 마치 와타나베 양만이 크고 두꺼운 비눗방울 안에 있는 듯이 보였다.와타나베 양 혼자 비눗방울에 들어가고,치카 쨩은 그렇지 않은 듯한 이미지가 솟아 나왔다.그런 부정적인 의심으로,가슴 안쪽에 있는 잘 모르는 공간이 떨떠름해져 온다.
「당장 들어보자!」
당혹감을 뿌리치도록 손뼉을 쳐본다.치카 쨩 방에는 오디오기기가 없고,그래서 노트북으로 듣기로 했다.와타나베 양도 만들던 의상을 카펫에 뒀다.치카 쨩이 CD를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자,영상이 나오는 게 아닌데 자연히 들러붙게 모였다.
내 바로 눈앞에서,치카 쨩과 와타나베 양 볼이 한없이 다가왔다.그때,흐르기 시작한 음악이 들리지 않게 될 정도로,내 오감은 눈앞의 광경을 이해하는 것에만 집중해버렸다.
명도를 올린 내 시야 안에서,치카 쨩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그런데도,항상 침착하게 미소짓는 와타나베 양은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호흡하는 타이밍을 잊은 듯이 긴장해서,그걸 절대로 깨닫지 않도록 참는 게 전해져왔다.
꼭 작년 콩쿠르에서 한 음도 내지 못 했던 때 나와 매우 닮은 느낌이 들었다.피아노를 쳐야만 해서,그런데도 능숙하게 칠 기운이 전혀 바로 서지 않아서,상을 받는다니 절대 무리라서,하나라도 음을 낸다면 피아노 그 자체에 자신의 역사를 부정당해버린 듯했다.
그래서 알아차려 버렸다.와타나베 양에겐 굉장히 강한 마음이 있는데,그걸 표현할 수 없고,표현할 수 없어서,괴로워 발버둥치는 것까지 알아차려 버렸다.그치만,난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물론 질문한다니 가능할 리가 없다.내가 와타나베 양에게 호기심이라 부를 수 없는 유형의 관심을 품은 건,그날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