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건,『러브라이브!』를 위한 지구예선이 끝난 직후였다.사건 전조는 있었다.우리가 9명이 돼서 처음으로 라이브를 한 누마즈 불꽃놀이 때,시즈오카시에서 원정 라이브로 온 남자 그룹 『오렌지오렌지』 멤버와 교류할 기회가 있었다.난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치카 쨩은 이것이 기회라고 기뻐서 신바람 나서 저쪽 리더와 ID를 교환했다.
「스캔들 무서워어.스캔들 되면 아웃이려나아?」
「스캔들 기자님,이런 수수한 곳 노리지 않으니까」
「시즈신(시즈오카신문)와버리려나아」
「그것보다 현대는 트위터 쪽이 위험할 거야.조심하자」
그날부터 1개월 조금 돼서,치카 쨩은 그 사람에게 자신이 고백해서 OK를 받았다.우치우라에선 물론,누마즈에서도 어지간한 유명인이라서,치카 쨩은 전철을 타고 시즈오카까지 2회나 만나러 간 것 같다.연애 쪽이 즐거워서 아이돌 그만해!란 말을 꺼내지 않을까 해서 간담이 서늘했지만,조금 전부터 『스캔들』만 걱정하니,일단 마지막까지 완수할 의사는 있는 것 같아.
「서로 시즈오카 대표는 정해졌고,이번엔 중부대표를 노리자고 약속했으니까! 이제 말야,내일부터 척척 연습할 거야! 누가 뭐래도 토쿄에 가니까,요우 쨩과 리코 쨩도 협력해줘!」
오히려 치카 쨩에게 그와 공통점은 아이돌 활동 정도여서인지,점점 『러브라이브!』를 목표로 정열이 높아지는 듯했다.『반짝이고 싶어!』란 처음 목표는 어딘가에 놔두고 온 것 같았다.그런 치카 쨩의 행복한 연애 이야기를,나와 와타나베 양은 맨 먼저 듣는다.아니야.우리 두 사람만 특별히 공유해준다.『무조건 비밀』인 상대엔,가족과 반 친구와 마을 사람은 물론,『Aqours』 1학년과 3학년도 포함됐으니까.
「시즈오카 대표그룹 리더끼리 열애라든가 위험하네.100만RT되버리겠네」
「100만은 아니지만,러브라이브! 끝날 때까지 안 만나는 쪽이 무난할지도 모르겠네」
「리코 쨩,그건 무리인걸.그게 뇌 안이 팝핑 파티인걸!」
「뭔가 영문 모르겠지만 큰일인 듯하네」
치카 쨩은 여름 햇빛으로 밝아진 머리를 안고 난처해 했다.그런데도 얼굴은 계속 웃었다.정말 단 귤을 먹을 때처럼 완전히 녹았다.데뷔곡을 만들 때,『연애를 모르니까 아이돌을 향한 마음을 사랑 노래에 담자』고 한 게 먼 예전인 듯했다.치카 쨩이 지금,사랑 노래 가사를 만든다면,매우 듣기 힘들고 부끄러운 걸 완성해버릴 듯했다.
그런 치카 쨩이 재미있어서,난 생각한 것보다 냉정히 축복할 수 있었지만,여느 때처럼 침대에 앉은 와타나베 양에게 의식을 한 순간도 끊기는 일은 없었다.와타나베 양은 새우 쿠션을 안고 쭉 가만히 있었다.어딘가 먼 산을 보면서,손가락을 꼬며,짧은 대사로 『잘됐네』라 할 뿐이었다.여느 때처럼 비눗방울을 부풀려서 틀어박힐 기운도 없는 듯했다.
「그래서,오늘은 그 보고였어요!」
금요일 방과 후에,시간은 5시 정도였다.이제부터 치카 쨩은 용돈 목적으로 여관 상차림을 거든다고 이야기했다.심부름으로 모은 용돈으로 또 시즈오카에 간다고 힘이 넘쳤다.빨리 크리스마스 안 오려나아라든가,이상할 정도로 장래 이야기를 해서,난 놀리면서 치카 쨩 자택을 뒤로했다.와타나베 양도 여느 때처럼 『실례했어요』라고 인사했지만,여느 때랑 다르게 작은 목소리여서 치카 쨩 언니에겐 닿지 않고,거실에서 졸린 듯한 『시이타케』만이 반응했다.
………
밖은 비가 내렸다.일기예보에선 강수확률 20%였다.그건 나에게 『내리지 않아』란 의미여서,치카 쨩 집 처마 밑에서 원망스러운 듯이 내내 섰다.그래도 뭐,내 집은 치카 쨩 집 바로 뒤에 있어서,종종걸음으로 돌아가면 거의 젖지 않을 듯했다.흘끗 와타나베 양 쪽을 봤다.와타나베 양은 학교 가방에서 청색 접는 우산을 꺼냈다.
「와타나베 양,항상 접이식을 갖고 있어?」
「그렇지도 않아.오늘은 내릴 것 같아서」
와타나베 양은 나직이 힘없이 대답하며 접는 우산을 펼쳤다.그다음에 무표정인 채 『쓸래?』라고 나에게 내밀어왔다.완전히 의미를 몰라서 눈썹을 찌푸렸다.내 집은 바로 거기였는데,와타나베 양은 지붕 없는 버스정류장에서 30분에 1개밖에 안 오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데.
「와타나베 양이 젖어버리잖아?」
「바보니까 감기 따위 안 걸리고,내가 젖어서 감기에 걸려도 아무도 곤란하지 않아」
반사적으로 팔을 눌러서 참았다.때리고 싶을 정도로 애탔고,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애달팠다.간신히 『내가 곤란해』라 되돌려보내자,와타나베 양은 편 우산을 자신의 머리에 덮어 가리고 멋대로 걷기 시작했다.비눗방울이 우산과 같이 와타나베 양 몸을 덮어가는 듯했다.난 뒤쫓아가서 우산 안에 들어가서,적어도 버스가 올때까지 함께 있고 싶었지만,달리기 시작했을 때 깜짝 놀라며 단념했다.
두 사람이 되면,와타나베 양은 또 미소를 지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그리고 물론,와타나베 양이 혼자 울고 싶어 하는 정도,두개골이 삐걱거리고 비명을 지를 정도라고 이해했다.난 잠깐 처마 밑에 섰다.거긴 담 덕분에 버스정류장에선 안 보이는 위치였다.그런데도,버스를 기다리며 와타나베 양이 우는 걸 알았다.그러나,그 우는 얼굴까지는 상상 못 했다.
잠시 후에 『토치만』 부지를 나왔다.와타나베 양은 벌써,없었다.내리퍼붓는 비 맞은편엔 낮은 방파제와 회색 바다만이 있었다.달려서 돌아가는 걸 그만두고,굵은 빗줄기로 아픔을 씻어버리기로 정했다.
마음에 든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혼자였다.카페 의자를 하나 점령하고,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시며 유유히 음악을 들었다.아이돌 노래가 아니라 오랜만에 클래식을 틀었다.고1까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고2가 되고 갑자기 『항상 누군가와 함께』란 상황이 되자,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하면 조금이지만 지쳤다.
퍼스트라이브가 끝나고부터,후배 1학년이 3명이나 그룹에 참가해서,선배・후배란 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날 더욱더 지치게 했다.그래서,집 볼 일이 있다고 미안한 듯이 거짓말을 하고,오늘은 아이돌 연습을 땡땡이치고,물론 치카 쨩 방에도 가지 않고 역 앞에 왔다.
아직 점심 전이었다.오늘은 듬뿍 땡땡이치기로 정했다.그런 날 어수선하게 한 건,역시 와타나베 양이었다.와타나베 양은 눈에 띄지 않는 감색 저지 모습으로,검은 운동 가방을 어깨띠에 걸었다.그리고 혼자였다.혼자 마을에 있는 와타나베 양을 본 건 물론 처음이었다.
스마트폰 음악을 멈추고,빈 컵과 접시를 서둘러서 반환구에 돌려줬다.숄더백을 어깨에 걸치고 뛰어나가자,와타나베 양은 역 개찰을 향해서 걸었다.왠지가 아니라 목적지가 있는 건 분명했다.감색 저지 등엔 황색 퓨마가 그려졌다.몰래 뒤쫓아가자고 꾸몄지만,하지만,그 작전은 곧바로 포기하고 말을 걸기로 했다.들켜서 경멸받는 게 무서웠으니까.
「와타나베 양」
분발한다는 느낌은 아니고,가능한 한 자연히 그러나 똑똑히 말을 걸었다.와타나베 양이 돌아다보고 여느 때처럼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아주 가까이서 보자,눈동자는 컬러 콘택트렌즈를 넣은 듯이 깊고 새파랬다.『사쿠라우치 양』.답례라는 듯이 성으로 불렸다.치카 쨩과 3명이 함께 아이돌이 돼서,마을 모두 앞에서 라이브를 한 사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그래도,그게 현재 우리 거리인 건 확실했다.
「어딘가 가?」
「다이빙 연습이야.후지까지 가」
와타나베 양은 감추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말하면서 걷고,매표소에서 300엔 정도 표를 샀다.와타나베 양은 다이빙을 은퇴했을 터인데,어째서 전철에 타면서까지 연습하러 가는 것일까.이것저것 생각할 시간은 없어서,좀 있으면 와타나베 양은 『그럼』이라고 손을 흔들어버릴 것이었다.
난 대부분 겁 많지만,자신도 놀랄 정도로 무모한 데가 있다.소극적인 성질이 얼굴을 내밀기 전에 입이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면이 어쩌다 있었고,틀림없이 지금도 그랬다.난 지갑을 꺼내며 와타나베 양에게 질문했다.이 기회를 놓치면,와타나베 양을 풀어낼 실마리를 놓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저기 말야,연습,보러 가도 돼?」
그 질문은 냉정한 와타나베 양을 똑똑히 곤혹스럽게 했다.달갑지 않을까 했지만,망설일 뿐이었다.와타나베 양 마음에는 부정적인 기분을 표정에 내지 않는 기능이 갖춰진 듯했다.만약 그런 기능이 있다면,안면 수준으로 감정적으로 되기 쉬운 나에게 분배했으면 했다.
「치카 쨩한테 들었는데,볼일이 있지 않아?」
「벌써 끝났으니까 괜찮아」
「봐도 재미없어」
「보고 싶을 뿐이니 재미없어도 돼」
너의 핵심에 다가가고 싶어서,라는 말은 할 수 없고,억지로 밀고 나가며 동행한다.개찰을 빠져나가서 시즈오카 방면 홈에서 전철을 기다린다.흥미가 있는 듯한 대사를 내뱉어놓고 인터뷰를 시작하지도 않으며,흰선 안쪽에 늘어서며 축축한 바람을 쐰다.옆의 와타나베 양을 바라본다.마음의 눈은 어렴풋이 무지개 비눗방울을 붙잡는다.나에게 마음을 열 생각 따위 없을 거라고,곧바로 알아버린다.
「다이빙은,누마즈에선 연습 못 해?」
「판자 다이빙은 할 수 있지만,하이 다이빙은 못 해」
전철에 올라타서 콕하고 질문하자,콕하고 되돌아온다.서투른 사람끼리 테니스 같아.치카 쨩과 있을 때조차,상기해보면,와타나베 양 쪽에서 술술 이야기를 건 장면은 거의 없었다.와타나베 양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설령 치카 쨩이 상대라도 그렇다.더구나,신참자인 나 따위에게,방해자인 나 따위에게,스스로 정보제공을 할 리 없겠지.
그렇다고 해서,정보를 손에 넣으려는 날 거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아니려나.모른다.어쩌면,사실은 『알았으면 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모른다.그래서 알고 싶어.
「치카 쨩은 못 했던 것 같은데,어째서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어?」
「좀 더 수준 높은 연기를 하고 싶어서 말야」
가로로 긴 자리에 앉아서,와타나베 양은 머리 숙인 모습으로 대답했다.와타나베 양과 비교하면 난 대단히 거짓말이 능숙하다고 확신했다.와타나베 양은 순수하고 매우 거짓말이 서툴러서,난 더욱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하지만,너무 발을 들여놓는 건 금물이었다.그때 가서는 와타나베 양은 비눗방울조차 버리고 도망가버릴 테니까,그렇게 되면 나에게 미소조차 돌려주지 않게 될 것 같아서,매우 진중하게 됐다.
덕분에 다음 질문을 생각하지 못 한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와타나베 양은 운동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걷기 시작했다.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지만,날 내버려 두고 가지 않도록 유의해줬다.개찰을 나온 곳은 2층으로,푸르고 구름 없는 후지산이 우치우라보다도 아득히 크게 보였다.
와타나베 양은 계단을 내려가서 로터리로 향했다.거기엔 하얗고 아담한 차가 기다렸고,아버지 정도 연령에 단발인 남자가 운전석에 있다.와타나베 양은 손을 들고 조수석에 올라타면서,아마 나를 설명했다.그다음에 이쪽을 향해서 『뒤에 타』라고 말을 걸어왔다.
난 얌전히 좁은 뒷좌석에 들어가고,출발한 차 안에서 대화를 귓결로 들으며,운전하는 남자가 와타나베 양의 『코치』라고 이해했다.아직 고등학생인데 전속 코치가 있다니,분명 전문가겠구나 하고 부러워졌다.동시에,어째서 『그만뒀』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좀 거칠게 운전했지만 20분도 안 돼서 『수영장』에 도착했다.거기에선 후지산이 더욱더 크게 보였지만,무엇보다 놀랍게도,거리 변두리에 있는 푸른 하늘과 녹색 잔디밭에 둘러싸인 『수영장』은,마치 SF에 나오는 우주선을 생각할만한 거대한 은색 오브제였다.
「굉장해.이거,체육관이야?」
「수영장밖에 없어.체육관도 좀 있으려나」
와타나베 양은 매우 익숙한 걸음으로 우주선 입구로 향했다.손이 닿지 않는 장소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도 보였다.원피스 옷단을 조심하면서 나도 계단을 올랐다.들어간 곳에서 표를 사는 것 같지만,나에게 헤엄칠 생각은 없었다.하지만,관객석은 2층에 있는 것 같아서,와타나베 양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말해봤더니,특별히 사복 모습 채로 견학시켜주게 됐다.수영도 안 하는 친구를 손님 취급해버릴 정도로,와타나베 양이 이 시설에서 특별한 존재라고 판단했다.
………
우주선 안은 정말로 수영장이라,10코스나 있는 50미터 수영장과,그 맞은편에 다이빙대를 갖춘 수영장이 있었다.모두가 수영복으로 있는 가운데,혼자만 사복이어서,생리다 감기다로 거짓말을 하곤 반드시 견학했던 수영 수업을 생각해냈다.샌들을 빌려서 풀사이드에서 불안하게 기다리자,와타나베 양은 푸른 경기수영복으로 나타났다.그게 평상복인 것처럼 태연히 걸어왔다.
처음으로 본 수영복 모습은 동갑 여자의 스타일이라곤 생각되지 않았다.팽팽한 수영복에 숨겨진 가슴은 나보다 작았다.하지만,어깨도 팔도 등도,허벅지도 종아리도,넘치는 근육으로 덮인 야생 동물 같았다.평범한 세일러복이라든가 들뜬 무대의상 따위로 감춰버린 게 아까울 정도로,17살까지 겹겹이 쌓아온 노력을 웅변했다.
「굉장한 근육이네」
「일단 지금도 근육 단련하니까」
와타나베 양은 총총 걸어서 다이빙대가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다.충분히 단련된 등은 아름답지만,작은 상처를 내면 한껏 부풀어 터져버릴 듯해서 무서웠다.텔레비전에서 나온 남성적인 운동선수와는 다른 식으로 보였다.난 와타나베 양과 좀 떨어져서 뒤를 걸었다,하지만,다이빙대 모서리까지 와서 압도돼버렸다.올려다보며 입을 멍청하게 열어버렸다.
다이빙 높이가 10미터란 건 조사했지만,눈앞에 우뚝 솟은 건 아치를 그린 하얀 절벽이었다.스키 점프 경기도 그렇지만,이런 걸 『스포츠』로서 제안한 사람은 분명히 머리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나이프와 유리병을 두드려서 악기로 하는 것이었다.
와타나베 양은 흰 훈련복을 입은 코치와 뭔가 협의를 했다.춤과 노래 연습을 할 때는 보인 적 없는 진지한 얼굴이어서,아이돌은 절대로 본심이 아니라고 느꼈다.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과 같은 걸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확신했다.그렇다면,오히려 치카 쨩이 수영을 떠나고부터,일부러 이런 경기에 도전하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와타나베 양이 다이빙대로 향했다.계단을 재빨리 올라서 금세 10미터 끝에 모습을 보였다.수영복 색으로 와타나베 양이라고 인식할뿐,표정이라곤 도저히 판단되지 않을 정도로 멀었다.10미터는 3층 맨션 옥상 정도니까,내 집 지붕보다 훨씬 높았다.와타나베 양이 등을 돌리고 양손을 폈다.난 무서워져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하지만,눈을 떼지 못하고 손가락 사이로 와타나베 양을 바라봤다.
와타나베 양의 작은 몸이 하늘을 떠돌았다.
자신을 껴안듯이 해서 공중에서 팽이처럼 돌고,마지막엔 몸을 일직선으로 했다.
그렇게 근육으로 덮인 몸을 했는데,거의 물보라를 치지 않고 수면을 돌파했다.
겨우 2초 정도였다.푸른 수영복이 이쪽으로 헤엄쳐 도착하고,흠뻑 젖은 와타나베 양은 나에게 감상을 구하거나 하지 않고,코치에게 가서 지금 연기에 확인과 질문을 했다.그리고 또 계단을 올랐다.난 마치 빌듯이 손을 깍지끼고 와타나베 양을 바라봤다.다이빙대 끝에서 손을 편 와타나베 양은 십자가 같았다.마치 무엇인가 죄를 짊어지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이 느꼈다.
와타나베 양 몸이 다이빙대를 떠나고,난 몸을 깎여가듯이 흔들렸다.3회,4회.와타나베 양의 연기는,인터넷 동영상으로 본 선수들과 비슷한 정도로 뛰어나고 매력적이었지만,난 그걸 스포츠라든가 예술이라든가,그런 식으론 이해되지 않았다.만약 와타나베 양이 그걸 『스포츠』라고 “호언장담”하면,틀림없이 지금쯤 전국이라든가 세계를 노렸을 테니까.
5회째.와타나베 양이 계단으로 향했을 때,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코치에게 이야기를 걸었다.와타나베 양이 어째서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는지 아마 모르겠지만,어째서 일선을 물러났는지는 아는 느낌이 들었다.그을고 윤곽 뚜렷한 얼굴을 한 코치는,다가서는 기미를 살피고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와타나베 양,일본대표로 뽑으려 하셨죠?」
「그래,재작년 가을에 말야.하지만,스스로 사퇴했어」
「이유를 아시나요?」
「상세히는 몰라.단지,『이 이상,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무서워』라곤 했어.모두 함께 설득했지만 소용없었어.재능이 아까우니까 연습을 같이했지만,고등학교를 나올 때까지라고 했어.뭐,복귀는 무리겠지만,착수의 아름다움을 말하면 지금도 일본제일이야.정말로 아까워」
코치는 재능을 개화시키지 못한 걸 아쉬워했지만,내 사고는 『유명하게 되는 게 무서워』란 단 하나에 집중했다.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이 수영을 떠나고부터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다.와타나베 양에겐 세계를 노릴 재능이 있었고,좀 더 유명하게 될 것을 자각했다.
갑자기,눈앞에 와타나베 양이 내려왔다.유성이라면 대홍수를 일으키겠지만,와타나베 양은 한 줄기 푸른 빛이 돼서 수면아래로 사라져갔다.5회 뛰어들어,5회 다 거의 물보라를 치지 않았다.마치 자신이 존재한 흔적을 지우는가 싶어서,그건 내 부정적인 억측이었으면 했다.
자신도 무엇이 하고 싶은지 잘 몰랐다.그런데도 와타나베 양만 생각했다.퍼스트라이브 쪽은 모두에게 도움받아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치카 쨩은 나를 『천재야』라고 칭찬해줬고,내 쪽은 오래간만에 누군가가 감동해줘서 기뻤다.
그날도,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 옆에서 웃었다.『다행이야』라고 안심하며 웃었다.아마,치카 쨩의 꿈이 무너지지 않아서 『다행이야』였을 것이다.자신과 치카 쨩 둘만의 세상에,사쿠라우치 리코란 정체 모를 녀석을 불러들인 판단이 옳아서 『다행이야』였을 것이다.이건 나쁜 의미는 아냐.내가 두 사람에게 외부자인 건 틀림없으니까.
난 그런 그들의 근원을 알고 싶어서 배에 탔다.어디까지 알고 싶은지,그걸 알아서 어쩔지.그런 앞일은 생각하지 않았다.두 사람을 알만한 사람을 지금 단계에서는 한 사람밖에 몰랐다.바다소리가 듣고 싶다고 제멋대로 말했을 때,치카 쨩이 『소꿉친구』라고 소개해준 사람이었다.그 사람은 배로 5분 정도 떨어진 섬에 살고,치카 쨩한테는 『카난 쨩』이라 불리고,와타나베 양한테는 『카난 씨』라 불렸다.
황금 주간을 지나고 초여름 갯바람은 기분 좋았지만,자외선차단제는 잊지 않는다.붉게 되기 쉬운 난 듬뿍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섬을 목표로 했다.난 낯가림 심한 성격이고,상대는 취미가 해양스포츠란 외계인이니까,물론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경계도 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카난 씨 집은 있었다.통나무집이 가게로 돼 있고,인접한 목조 집이 주거하게 돼 있는 것 같다.통나무 간판에는 『바다 만물상・마츠우라』라 쓰였고,문자대로 뭘 다루는 가게인지 전혀 몰랐다.그러나,갑자기 주거 인터폰을 울릴 용기는 없어서,통나무집 샷시 창을 옆으로 움직였다.초여름 햇살이 내리쬈지만,통나무집 안은 썰렁하고 좀 어두웠다.나무 냄새에 물가 냄새가 섞여서,좋아하는 냄새는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었다.1번 더,아까보다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 불렀다.가게 안에는 낚시 도구라든가 서프보드라든가,그걸 손질하는 물품이라든가,스노클이라든가,수제 같은 목걸이라든가 귀고리가 적당히 진열됐고,값은 붙어있고 안 붙어있고 해서,장사할 마음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요!?」
도둑질해서 들킨 듯이,여기에 묵묵히 존재하는 자체가 죄같이 느껴지고,초조해서 소리를 질렀다.그랬더니 갑자기 뒤에서 탁하고 등을 쳐서 『싫어어!』라고 비명을 질러버린다.머리를 마구 흩뜨리고 180도 몸을 회전시키자,카난 씨가 푸른 잠수복 모습으로 서 있었다.전에 만났을 때랑 똑같이,미소는 커녕 표정다운 것조차 없고,풍성한 흑발은 물을 머금어 축축했다.활동적인 스포츠를 하는 사람치고는,그 머리는 너무 길다고 느꼈다.
「응,요전의,치카 친구.누구더라」
「사쿠라우치 리코예요.가게,아무도 없나요?」
「쇼핑?」
「그건 아니지만요」
눈썹이 짙고 콧날 늠름한 용모인데,카난 씨 말은 천연 바보처럼 요점이 어긋났다.그래도 둥근 나무 의자를 가져와 줘서 거기에 앉았다.카난 씨도 똑같은 의자를 가져와서 걸터앉았다.작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나와,잠수복 카난 씨가 마주 보자,굉장히 위화감이 들었다.이 사람과 친해질 일은 영원히 없을 거라고,재빨리 일방적으로 단정해도 좋을 정도였다.
일어서서 진열된 공간을 엿보자,유리와 조가비를 배합했다.카난 씨 취미는 나쁘지 않지만,오늘은 악세사리를 사러 온 게 아니라서 일찌감치 본제로 들어가기로 했다.하지만,밝은 이야기가 아니고,그 두 사람과 카난 씨 관계도 미지수라서 태도는 매우 신중했다.
「오늘,듣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치카네 이야기?」
「어째서 아시나요?」
「아가씨가 혼자 일부러 오셨으니까」
아가씨라고 불려서 조금이지만 욱한다.하지만,화내면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참는다.4살부터 피아노를 받아서 일주일에 몇 번이나 레슨에 다니고 콩쿠르에도 나온 나는,아마 세간에서는 『아가씨』일 것이다.치카 쨩 이외의 반 친구가 지금도 공손한 말씨로 이야기 걸어주는 것도,토쿄에서 온 아가씨를 꺼리는 것이다.와타나베 양이 이야기 걸어오지 않는 건,그래도,아마 다른 이유에서일 것이다.
「치카 쨩과 와타나베 양은,언제부터 친했나요?」
와타나베 양.그렇게 말한 순간 카난 씨를 관찰했지만,표정에 변화는 없었다.냉정이라기보단 냉담하게 느꼈다.아버지가 다친 탓에 휴학하고 가게를 돕는다고 들었다.나 같은 아가씨와 다르게,생활해가는 게 바쁜 탓일지도 모른다.어른답다기보다,어른인 척을 하지 않을 수 없단 인상을 받았다.하지만 그건,카난 씨 가치관을 매우 완고하게 한 느낌이 든다.
「그 두 사람은 수영교실에서 서로 알았으니까.4살 정도려나」
필요최저한인 답만을 받았다.카난 씨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내가 피아노를 시작했을 때,두 사람은 서로 알게 된다.물론 나에게도 4살 때 서로 알게 된 아이는 있지만,지금도 교류가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치카 쨩에겐 와타나베 양이 있다.와타나베 양에겐 치카 쨩이 있다,그런 것이다.
「카난 씨와 치카 쨩과는?」
「부모님끼리 사이좋으니까,나랑 치카는 기억에 없는 때부터 함께 있어.그래도,어릴 때는 혼자선 배에 탈 수 없어서,부모님이 마을에 외출할 때 『토치만』에 들러서,날 치카랑 놀게 둔 느낌이려나.치카는 겁에 질리고 싫증을 잘 내서 금방 울고 금방 화내고,까놓고 말해서 아주 귀찮았어」
카난 씨는 담담하게 그리워했다.동시에,요즘은 그렇지도 않다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사실,치카 쨩한테 카난 씨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대대로 이어오는 여관의 말하자면 『아가씨』인 치카 쨩을,카난 씨가 성장함에 따라 피하게 됐을지도 몰라.잠시,그런 상상도 해봤다.
이 마을의 공기는 『질소』와 『산소』와 『균형』으로 구성되고,각자 성장환경이라든가 형편에 응해서 자연히 마땅한 거리를 잡는다.새로 온 사람이면서 아가씨인 나는 어디쯤 자리 잡으면 좋을 것인가.그건 아직 모르지만,적어도 화려하고 주제넘게 나서서는 안 될 것이다.
「카난 씨와 와타나베 양과는?」
「초5 정도였으려나.통학구역도 동네도 전혀 다르지만,그 녀석은 이쪽 행사에도 참여해서 말야,여름축제 때 치카에게 소개받았어.『카난 쨩과 승부를 겨룰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야.그 녀석은 치카와는 반대로 기어코 태연한 얼굴을 해버려서,뜨거워지지 않아서,승부라든가 이전에 까놓고 말해서 재미없었어」
「와타나베 양 집,멀지요」
「엄청 멀어.달리면 지칠 정도.어째서 우치우라 행사에 올까?라고 느꼈어」
치카 쨩과 함께 있고 싶어서일 거예요.말하다가 말았다.그런 거,벌써 깨달았을 것이다.내가 알고 싶은 건,깨달아서,그걸 어떻게 생각했느냔 감상이었다.동 세대,게다가 치카 쨩 소꿉친구인 카난 씨 눈으로,와타나베 양이 어떤 식으로 비췄는지를 알고 싶었다.
「와타나베 양,항상 치카 쨩 방에 있는데요,치카 쨩은 와타나베 양 집에 가거나 하나요? 치카 쨩,와타나베 양 가족 이야기라든가 전혀 안 해서,좀 의문이에요」
이건 제법 소중한 질문이었다.난 초등학생 때,반 친구 『생일잔치』란 것에 몇 번인가 불려서 참가한 적이 있다.거기에서 우정을 깊게 한 상대는 없었지만,하여간 누군가의 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하지만,자신의 방에 누군가를 불러오다니 절대로 싫었다.만약 불러오게 된다면,그래,함께 비눗방울에 들어가서 피아노를 칠만한,그런 사이좋은 친구뿐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그랬더니,카난 씨는 처음으로 내 앞에서 웃었다.매우 유쾌한 듯이 웃었다.드물게 재밌는 걸 찾았을 때 웃음이었다.그리고,나에겐 어째서인지,카난 씨 웃음이 매우 불쾌하게 느껴져,그 마음을 표정에 내지 않도록 집중했다.
「그건 아니지.나 말야,중학교 때 누마즈까지 자주 갔는데,돌아오는 길에 튜브가 고물이 될 정도로 펑크 나서,아무래도 이쪽까지 되돌아올 수 없게 됐어.전화하고 신신부탁해서 그 녀석 집에 묵었는데,아마,치카가 그 녀석 방에 들어오자 썰렁했을 거야」
「썰렁? 무슨 말인가요?」
거듭 질문했지만 대답은 받지 못했다.카난 씨는 그때 일을 생각해내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계속해서 웃고,난 내버려 둘 뿐이었다.가슴 안에선 기분 나쁜 덩어리가 부풀어왔다.난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다.치카 쨩과 카난 씨와,와타나베 양이 『다르단』 걸.그리고,그 『차이』로 와타나베 양이 고민하는 걸,두 사람이 요만큼도 깨닫지 못하게.
「저기,마지막으로 물어도 될까요?」
「마지막? 벌써 돌아가?」
네.끄덕였다.카난 씨는 웃음을 치우고 의아한 듯한 얼굴이 됐다.아직 카난 씨와 대화를 시작하고 10분 정도밖에 안 지났다.일부러 섬에 건너온 사람으로선 대단히 짧은 면담이었다.하지만,이 이상 질문해도,내가 요구하는 대답을 꺼내줄 것 같지 않았다.그래서,예정했던 질문 중에서 하나만 추가하기로 했다.그 하나도 또,나에게 소중한 질문이었다.
「와타나베 양이 어째서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는지 아시나요? 치카 쨩 자신이,다이빙은 조금 했지만 『하이 다이빙』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그렇게 말해서 궁금해서」
「공교롭게 모르네.그 녀석이 하이 다이빙을 시작했을 때,치카가 수영교실을 그만둔 뒤인걸.대강 말야,겁에 질린 치카가 하이 다이빙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 없으니까」
카난 씨가 성가신 듯한 표정이 된 것과,내 볼일이 끝난 건 동시였다.감사 인사를 하고 등을 돌릴 때,카난 씨는 깊은 보라색을 한 눈동자를 향하고 이런 말을 해왔다.
「저기 말야,뭐가 하고 싶은지 모르지만,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아줄래?」
쓸데없는 짓의 의미는 곧바로 알았다.이 마을에,쓸데없는 짓이란 건,모두가 유지하는 균형이란 걸 무너뜨리는 게 틀림없었다.하지만,그건 마을 모두의 방자함이라고 느꼈다.그 균형이란 것 탓에,누군가 한 사람이 고초를 겪다니 불합리하다고 느꼈다.그래도,타관사람인 내가 주제넘게 참견할 장면이 아니니까,『알겠어요』라고 냉정히 대답하고 섬을 뒤로했다.
며칠 뒤,우리는 역시 3명이 함께 치카 쨩 방에 있었다.학교가 끝나고부터 해 질 녘까지 모래사장에서 춤 연습을 했다.치카 쨩 여관에서 도로를 두고 곧바로 있는 해변은,모래라기보단 흙에 가까운 느낌이라,신발 안이 모래투성이가 돼버리진 않고,그래서 연습하기에 딱 좋았다.
지금은 고정카메라로 촬영한 춤을 컴퓨터로 복습한다.가로로 늘어선 3명 나란히 크지 않은 노트북을 얼굴을 내밀며 들여다본다.치카 쨩을 한가운데에 두고 3명의 얼굴이 다가와서,난 살짝 와타나베 양 표정을 확인한다.오늘도 『출입금지』 선을 넘는 듯한 얼굴을 한다.이 이상은 안 된다며 괴로운 듯하다.뭐가 안 되는지 쭉 생각해왔지만,매번 너무나도 똑같은 반응이라서 답에는 다가서지 못한다.
그런데도,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에게 너무 다가가지 않도록 의식한다.치카 쨩에게 너무 다가가자 열심히 태연한 표정을 겉꾸민다.그래서 방에 있을 때도,좀 떨어져서 앉는지도 모른다.여자에게 곧잘 있는 친구끼리 끈적끈적한 『장난』을 안 할지도 모른다.
「후우,잠깐 휴식하자」
세 몸이 뿔뿔이 흩어져서,와타나베 양 눈매는 여느 때처럼 시원하고 온화해졌다.치카 쨩은 컴퓨터를 닫고 그 위에 잡지를 펼쳤다.스쿨 아이돌 잡지에는,전국 아이돌을 취재한 기사라든가,인기 아이돌 그라비아라든가,순위라든가,다양한 정보가 가득 찼다.스쿨 아이돌을 하자고 정하고 맨 먼저 산 게 이 잡지 같고,지금은 최신 5월호를 훌훌 바라본다.
「으ー응,역시 멋있네에.미남이랄까?」
「멋있어? 누가?」
세운 팔꿈치로 멍하게 있는 치카 쨩에게 이끌려서 지면에 눈을 향하자,거긴 남자 아이돌 미남 순위코너였다.본디부터 『러브라이브!』는 여자 스쿨 아이돌 한정경기였지만,2년전부터 남자 부문도 설립된 것 같아서,똑같이 전국각지 그룹이 우승을 노리고 힘낸다.는 것 같다.그런 사실을 최근 알았지만,치카 쨩처럼 흥미를 갖진 않았다.
「치카 쨩은 어떤 사람이 취향이야?」
「이 사람! 시즈오카 그룹이야? 예선이라든가에서 만나지 않으려나?」
「흐응.우선은 예선에 나갈 수준이 돼야겠네」
「취미가 서핑이랑 바다낚시.밝고 기운찬 사람이 취향이라고! 나,해당하지 않으려나!? 서핑은 서툴고,낚시는 곧바로 싫증 나버리지만,밝고 기운차지 않아!?」
치카 쨩이 눈을 반짝인다.시즈오카시 『오렌지오렌지』란 3인조 유닛 리더로,겉보기엔 똑똑히 말해서 내가 서투른 유형이지만,아무래도 치카 쨩은 야성적이랄까 숨 막힐 듯 더운 용모인 남자가 좋은 것 같다.난 남녀 불문하고 중성적인 사람이 좋으려나.생각하며 흘끗 시선을 돌리자,와타나베 양은 침대에 앉아서 새우 쿠션을 안은 채 멍하니 있다.
아마,멍하니 있는 『척』을 한다.치카 쨩은 이따금 남자 이야기를 하는데,와타나베 양은 절대로 넘어가지 않고,그럴 때는 반드시 쿠션을 안고 기색을 지운다.
자신 안에서는 『미소녀가 취향』이라 입에 담는 게 망설임이 없었다.막연하지만,연애 따위 어디에서라도 일어난다고 생각했다.다만,피아노만 쳤던 난 남자와 너무나도 인연이 없었다.중학교 시절은 공학이었지만,호의를 품은 남자 따위 없었다.3학년 때,2번 정도 고백 같은 걸 받았지만,어쨌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어서 남자친구로 하자고 1밀리도 생각 안 해서,『미안해』라고 그곳에서 머리를 숙이고 거절했다.
그래서,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이 될 때까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 어이없을 정도로 무지한 나와,조용히 침대에 앉은 와타나베 양,쌍방에 들리는 밝고 기운찬 목소리로,치카 쨩은 이렇게 단언했다.그래.치카 쨩은 의견을 애매하게 하지 않아.O or X.할게 or 하지 않아.좋아 or 좋아하지 않아.구원받은 사람도 많지만,상처 입은 사람도 적지 않을 터다.
「그건,미소녀는 정말 좋아하지만,그거랑 연애랑은 다르잖아?」
「어째서?」
「어째서?냐니,그게 말야,난 여자인걸!」
그늘 없이 곧은 말을 들었을 때,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에 따끔한 아픔을 느꼈다.실처럼 가는 바늘로 갈비뼈 틈으로 마음을 찔린 듯이 아팠다.하지만,그 이상으로 와타나베 양이 걱정돼서,시야를 옆으로 넓게 해서 와타나베 양 표정 변화를 뒤쫓았다.뒤쫓지 않을 수 없었다.
와타나베 양은 여전히 침대에서 새우 쿠션을 안았다.하지만,그 시선은 멍하니 떠돌지 않았다.그렇기는 커녕 눈에 비친 세상을 『텅 빈 것』으로 하는 듯이 느꼈다.표정에 무언가가 떠오르는 듯한 걸 열중해서 퍼내듯이 느껴졌다.현실에서 도망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와타나베 양을 그렇게까지 동요시킨 것의 정체까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그런데도,소리조차 내지 않고 호흡하는 와타나베 양이,그 뒤쪽에서 필사적으로 두꺼운 비눗방울을 부풀리는 느낌이 들어서,난 입을 막고 목소리를 잃었다.
………
그날 돌아올 때,치카 쨩과 바이바이하고 나서,난 길모퉁이를 도는 곳에서 발을 멈췄다.여느 때라면,난 그대로 근처에 있는 집에 돌아가고,와타나베 양은 누마즈역 방향으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간다.그래서,치카 쨩 집을 나와서 단둘이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물론,그건 3인조로 활동해가는 동료로선 좋지 않은 태도지만,와타나베 양도 나도 분명 서로를 너무 의식했다.
난 치카 쨩 집 담에 달라붙었다.마치 탐정처럼 버스정류장의 와타나베 양을 바라봤다.와타나베 양은 석양에 오렌지로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버스를 기다렸다.학교 가방을 어깨부터 들고 아련히 『토치만』 별채를 바라봤다.스마트폰을 꺼내지도 않고,그저 아련히 서 있다.아까까지 거기에 있었는데,이제 돌아갈 수 없는 용궁 성을 바라보는 우라시마 타로 같았다.
그런데도 난 단언했다.와타나베 양은 내일 아침,반 친구 누구보다도 빨리 일어날 거라고.그리고 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도 빨리 버스에 타서,치카 쨩 방을 방문할 거라고.똑같은 비눗방울에 들어갈 수 없어도,제일 가까이에서 치카 쨩을 바라보기 위해서,『토치만』 현관을 뚫을 거라고.
깨달으니 호흡을 잊었다.버스가 다가와서 와타나베 양을 데려갔다.종종걸음으로 해안도로를 건너서,아까 와타나베 양이 했듯이 버스정류장 옆에 서봤다.역사 있는 『토치만』은 오렌지색 궁전 같았다.치카 쨩은 그 안에 사는 『공주님』이고,그리고 분명,아직 못 본 『왕자님』을 찾는다.
퍼스트라이브가 정해졌을 때,난 베란다에서 치카 쨩과 이야기했다.나의 이사 온 집은 치카 쨩 자택 바로 뒤에 있어서,우리 방은 손이 닿아버릴 정도로 가까웠다.그래서,목욕 마치고라든가 자기 조금 전에,『이야기하자』라 권유해서 베란다에 나온 적이 곧잘 있었다.토쿄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큰 변화였다.일주일에 몇 번이나 레슨에서 만나는데도 이름밖에 모르는 애가 많았으니까.
「리코 쨩 곡 말야,벌써 100번 정도 들어버렸어! 왠지 이제,빨리 부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어! 작곡하는 사람이 없으면 시작 못 한다고,학생회장이 말한 대로네!」
「너무 들었어.빨리 가사랑 춤도 완성해야겠네」
「그래그래! 요우 쨩 의상도 된 것 같고!」
4월 끝은 밤바람도 대단히 따뜻하고,달빛도 온화해서,우리는 길 때는 1시간 정도 재잘거렸다.치카 쨩은 토쿄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지만,토쿄 시절 난 대부분 밖에서 놀지 않았고,피아노로 슬럼프에 빠진 기억 쪽이 강해서,별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다.그래서 이것저것 말하고,치카 쨩이 자신과 우치우라 마을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근데,오늘 밤은 듣고 싶은 게 있어서,드물게 내 쪽에서 질문했다.
「저기 말야,치카 쨩」
「왜?」
「와타나베 양은 어떤 사람?」
「요우 쨩!?」
치카 쨩 목소리가 올라가서 오선지를 삐져나왔다.좋아하는 거겠지.최고의 친구겠지.이름이 나왔을 뿐인데 기운이 넘칠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라니,지금 나에겐 한 명도 없다.
「요우 쨩은 말야,굉장해! 굉장한 사람이야!」
「굉장하다니?」
「지금은 안 하지만,하이 다이빙으로 일본 대표 전형까지 갔으니까!」
「흐응.어째서 지금은 안 해?」
거기까지 깊이 들어갔을 때,치카 쨩은 모호해짐을 통과하고,『으ー응』이라고 완전히 멈춰버린다.『하이 다이빙』도 『일본 대표』도 얼른 이해가 안 됐지만,그 정도 열중한 걸 『그만둔』 이유를,친구면서 치카 쨩이 듣지 못한 것만은 똑똑히 알았다.
머리 땋기를 푼 머리를 흔들며,치카 쨩은 자신의 일처럼 열변을 토했다.자랑스런 친구란 건 이해했다.허나,만약 와타나베 양처럼 『굉장한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나도 치카 쨩처럼 됐을지도 모른다.『평범』한 것에 열등감을 품을지도 모른다.
아니야,그렇지 않아.그렇지 않다.난 처음부터 와타나베 양 쪽 사람이었다.치카 쨩이 말한 『특별성인』이었다.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사쿠라우치・리코』는 모두의 동경은 아닌,하물며 친구 따위가 아닌,이해는 커녕 접촉조차 꺼려지는 듯한 외계인이었다.
차이가 있다면,와타나베 양에겐 치카 쨩이 있고,나에겐 아무도 없었단 것.그 차이는 적잖이 질투를 낳을 터인데,불가사의할 정도로,와타나베 양을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와타나베 양은 어떤 성격이야? 그다지 이야기한 적 없어서」
「요우 쨩은 말야,굉장히 다정한 인기인이야! 아이돌도 함께 해줬고!」
그건 안다.누마즈 역 앞에서 라이브 전단을 돌렸을 때도,와타나베 양은 혼자 내 몇 배나 전단을 나눠줬고,모두 함께 사진을 찍어서 고조됐다.일본 대표에 다가갔던 여자아이니까 고장에선 유명인일지도 모른다.그러니까,밝게 싱글벙글 행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내가 알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냐.바로 요전,와타나베 양이 혼자만 비눗방울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듯이 보인 이유를 알고 싶어.그게 착각인지 진실인지를 알고 싶어.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걱정돼서 어쩔 수 없는 천성이니까,치카 쨩에겐 말 안 하지만 요즘은 와타나베 양만 생각해버린다.그런데도 와타나베 양 진짜 성격 같은 걸 상상할 수 없어서 한숨만 쉬어버린다.
「실은 치카 쨩,와타나베 양을 그다지 몰라?」
「뭐ー엇!? 그런 거 아니야! 10년 이상 함께야!?」
달빛 아래에서,치카 쨩은 좀 화난 모습으로 볼을 부풀렸다.지금 질문은 요점을 찔렀지만 경솔했다.역시 그 이상은 발을 들여놓지 않고,꽤 으스스 추워져서 슬슬 자기로 했다.『잘자』라고 인사를 주고받고 등을 돌리려 했을 때,치카 쨩이 망설이며 말을 걸어왔다.
「저기 말야,리코 쨩」
「왜?」
「이유를 잘 말 못 하지만,『와타나베 양』이라 부르는 거,그만했으면 해」
「응,알았어.미안해」
치카 쨩 눈이 진지해서,즉시 끄덕였다.치카 쨩은 안심하고 눈을 가늘게 했다.자신이 누구보다도 소중히 하는 사람을,이제부터 힘을 합쳐갈 동료가 언제까지나 『양』 붙여서 부르는 건 기분 나쁠 것이다.그런 『감촉』을 말하는 걸,치카 쨩은 매우 서툴러 한다.그리고,치카 쨩의 감각이 좀처럼 말로 변하지 않는 걸,어째선지 와타나베 양은 바라는 느낌이 든다.
「요우 쨩」
샷시 창과 커튼을 닫으며 중얼거렸다.모험과는 다른 의미로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름으로 부르면,와타나베 양을 인기인 자리에 추대하는 불특정 다수 중 1명이 돼버릴 것 같았다.와타나베 양은 누구보다도 자연스런 미소로 내 이름을 불러줄 것이다.그러나,그건 현재 내가 바라는 대응과는 동떨어졌다.그런 주제에,와타나베 양의 어떤 대응을 바라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난 전학 간 학교인 우라노호시 여학원에서 스쿨 아이돌을 하게 됐다.『아이돌』이라니 수수한 나에게 어울리지 않지만,피아노로 슬럼프에 빠진 나에겐 그 정도 단호한 처리가 필요한 느낌도 들었다.아이돌을 해봐서 뭔가가 변한다면 또 피아노를 재개하면 된다고,반 친구 타카미 양――치카 쨩은 그런 식으로 나를 권해왔다.피아니스트를 노리는 도중에 몇 개월이나 연습에서 떨어지는 건 매우 불안했지만,지금대로라면 벽에 부딪힌 채 극복할 수 없을 듯해서,결국,치카 쨩의 다정한 말에 넘어가서 현재를 바꿔보기로 했다.
요즘은 콩쿠르를 위해서가 아닌,아이돌 노래를 만들기 위해 피아노를 만진다.
………
「어머니 아는 분이 편곡해준 곡이 와서 가지고 올게」
「알았어! 요우 쨩이랑 기다릴게!」
평일.학교가 끝나면 『스쿨 아이돌부』는 활동을 시작한다.부 활동으로 인정받지 않아서 부실 같은 건 주지 않아서,치카 쨩 방이 그 대신이었다.치카 쨩 집은 메이지 때부터 온천여관을 경영해서,별채 자택에 친구가 놀러 와서 묵고 가는 건 아주 익숙해서 태연한 듯했다.
부원은 2학년만 3명이었다.나와 치카 쨩과,그리고 와타나베 양이었다.와타나베 양은 『요우』란 드문 이름인데,둘이 함께 이야기한 횟수가 매우 적어서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았다.애초에 어릴 때부터 친구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누군가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대모험이었다.그런대로 얼굴을 마주친 피아노 교실 아이조차 『성+양』으로 불렀으니까.
치카 쨩은 그런 과혹한 모험을 간단히 넘기게 해준 귀중한 친구였다.처음으로 이야기한 바닷가에서,치카 쨩은 자신을 『평범 괴수』라든가라며 놀랄 정도로 겸손했지만,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붙임성 있어서,마치 뭐라도 들어가 버리는 커다란 등산배낭 같은 여자였다.
그 반면에,치카 쨩 소꿉친구인 와타나베 양은 매우 불가사의한 사람이었다.와타나베 양은 부원이 5명밖에 없는 수영부와 겸임했다.머리끝을 느슨히 물결친 애쉬그레이 머리를 어깨에 바싹 닿지 않는 길이로 했다.눈앞의 바다처럼 온화한 표정을 하고,강한 감정이란 걸 완전히 얼굴에 띄우지 않았다.대개 웃었지만,치카 쨩이 보이는 개방적인 미소와는 분명히 달랐다.
간단히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듯해서,스스로 타인에게 접근하는 게 서투른 나에겐 솔직히 사귀기 어려운 상대였다.허나,그런 의식을 태도로 낼 수도 없어서,치카 쨩이 자리를 뜰 때는 곤란한 듯한 분위기가 흘러서,둘이 함께 목적도 없이 스마트폰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와타나베 양은 항상 치카 쨩과 함께 있다.그래서,바로 근처에 사는가 했더니,여기에서 버스로 30분이나 달리는 곳에 자택이 있었다.우치우라보다 누마즈역 쪽이 훨씬 가까웠다.그런데도,매일 치카 쨩 방을 방문해서,때로는 아침밥까지 함께 먹었다.
와타나베 양이 우리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건 틀림없었고,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 방에 머그컵과 칫솔까지 뒀다.누군가의 방에 자신의 칫솔을 두다니,큰소리론 말 못 하지만 『동거』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갈아입을 속옷을 뒀어도 결코 이상하진 않았다.
그런 와타나베 양이,봄부터 갑자기 등장한 나를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곧바로 헤아렸다.어쩌면,내가 없을 때 와타나베 양은 좀 더 밝은 아이였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을 고쳤다.굉장히 큰 개도 풀어놓아서,되도록 치카 쨩 방에는 가지 않도록 하고 싶었는데,어쨌든 부실 대신이라서 그렇게도 말할 수 없었다.더구나,피아노를 치는 데다가 『오토노키자카 학원』에서 찾아온 나는,치카 쨩에게 대단히 마음에 들어버려서,결국 우리는 3명이 함께 있는 게 당연해졌다.
CD를 갖고 다시 치카 쨩 집에 돌아온다.별채 현관으로 오르자,『시이타케』란 이름의 다른 머리모양(?)인 개가 오늘도 허둥지둥한다.개는 정말로 무서워서 서투르다고 했는데,내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매뒀으면 했는데,조금도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내가 겁내자 웃어버린다.지구상에 개 싫어하는 사람이라니 있을 리 없잖아?라는 듯한 얼굴로 웃는다.
이 시골은 토쿄와 전혀 달라서,『모두 똑같으니까』란 분위기로 가득 찼다.모두가 『똑같도록』 정해지고 서로 믿어서 균형이 잡힌다.다른 사람은 있지만 뛰어난 사람은 없다.있을지도 모르지만,모두와 『다른』 걸 눈에 띄지 않도록 사는 느낌이 든다.
「가져왔어」
『시이타케』를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치카 쨩 방에 들어가자,치카 쨩은 밥상 노트북으로 뭔가 조사하고,와타나베 양은 묵묵히 의상을 손바느질했다.둘이 함께 있는 걸 자매처럼 자연스럽게 느꼈다.이 사이 좋은 두 사람을 보고,갑자기 비눗방울을 생각해냈다.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와,들러붙은 큰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돌고 싶다고,어릴 때 그렇게 원하던 걸 생각해냈다.
「사이좋네」
CD 얇은 케이스를 밥상에 두고,두 사람에게 말을 향해봤다.그걸 소리 낸 건 처음이었다.그래서,확인할 정도로 들렸을지도 모른다.치카 쨩은 망설이지 않고 크게 끄덕였지만,와타나베 양은 어딘가 망설이는 미소를 지을 뿐이라,나에겐 마치 와타나베 양만이 크고 두꺼운 비눗방울 안에 있는 듯이 보였다.와타나베 양 혼자 비눗방울에 들어가고,치카 쨩은 그렇지 않은 듯한 이미지가 솟아 나왔다.그런 부정적인 의심으로,가슴 안쪽에 있는 잘 모르는 공간이 떨떠름해져 온다.
「당장 들어보자!」
당혹감을 뿌리치도록 손뼉을 쳐본다.치카 쨩 방에는 오디오기기가 없고,그래서 노트북으로 듣기로 했다.와타나베 양도 만들던 의상을 카펫에 뒀다.치카 쨩이 CD를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자,영상이 나오는 게 아닌데 자연히 들러붙게 모였다.
내 바로 눈앞에서,치카 쨩과 와타나베 양 볼이 한없이 다가왔다.그때,흐르기 시작한 음악이 들리지 않게 될 정도로,내 오감은 눈앞의 광경을 이해하는 것에만 집중해버렸다.
명도를 올린 내 시야 안에서,치카 쨩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그런데도,항상 침착하게 미소짓는 와타나베 양은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호흡하는 타이밍을 잊은 듯이 긴장해서,그걸 절대로 깨닫지 않도록 참는 게 전해져왔다.
꼭 작년 콩쿠르에서 한 음도 내지 못 했던 때 나와 매우 닮은 느낌이 들었다.피아노를 쳐야만 해서,그런데도 능숙하게 칠 기운이 전혀 바로 서지 않아서,상을 받는다니 절대 무리라서,하나라도 음을 낸다면 피아노 그 자체에 자신의 역사를 부정당해버린 듯했다.
그래서 알아차려 버렸다.와타나베 양에겐 굉장히 강한 마음이 있는데,그걸 표현할 수 없고,표현할 수 없어서,괴로워 발버둥치는 것까지 알아차려 버렸다.그치만,난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물론 질문한다니 가능할 리가 없다.내가 와타나베 양에게 호기심이라 부를 수 없는 유형의 관심을 품은 건,그날이 처음이었다.
맨션에 살아서 넓은 마당이 없어서,베란다에서 어머니와 함께 불며 놀았다.플라스틱제인 다채로운 도구가 몇 개인가 들어서,다양한 비눗방울을 만드는 세트로 돼 있었다.작은 비눗방울을 많이 만드는 도구보다,큰 비눗방울을 하나 만드는 도구 쪽이 좋았다.
큰 무지개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서,둥실둥실 하늘을 날며 쭉 피아노를 친다면 근사할 것 같았다.큰 비눗방울이 두 개 들러붙을 때는 더욱더 기뻤던 기억이 있다.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와 둘이 함께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돈다면 분명히 즐겁겠네라 꿈꿨다.
하지만,『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 같은 건 없었다.피아노교실에서 항상 보는 여자아이가 몇 명인가 있었지만,레슨이 끝나면 각자 어머니가 마중하러 와서,『또 봐』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차나 전철로 자신의 집에 돌아갔다.쥬니어 콩쿠르에서도 여러 여자아이와 만났지만,『이번에야말로 사쿠라우치 양에게 이기세요』라는 그런 라이벌 같은 오라가 어머니들에게서 나와서,그런 곳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사귈 수 있을 정도로 천진하게 붙임성 있진 않았다.
초등학생이 됐을 때는 벌써,비눗방울은 잊었다.비눗방울을 생각해낸 건,살고 있던 아키하바라 맨션에서 시즈오카로 이사할 때였다.내 방 벽장에 쌓아둔 바구니 하나에서 나와서,『두고 가지 마』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보여서 골판지 안에 넣어줬다.난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오를 때,좀 불어보자곤 역시 생각하지 않았다.
비눗방울 세트는 버리지 않고 누마즈 우치우라란 곳까지 왔는데,역시 이제 놀지 않을 거라 판단돼서,이번엔 공부책상에 붙은 조금 큰 서랍 안쪽으로 넣었다.이번엔 잊어버린 게 아니라,공부책상 안에 있는 걸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
상급생이고,좀 더 관계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자연히 볼이 풀어진다
「리코 쨩,혹시……나를 싫어해?」
「싫…달까,전혀 몰라서…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이네요」
「……리코 쨩은 인기 있지」
「카난 언니 정도는 아니에요」
치카 쨩과 요우 쨩에게 들은 이야기론 카난 언니는 학교에서도 다이빙 가게에서도 인기 있는 것 같다.그것 자체는 이해가 됐다.카난 언니는 스타일도 좋고,성격도 소꿉친구가 관계되지 않는 한은 시원시원하고 멋있다.좋아하게 되는 쪽 마음도 모르지는 않는다.
「하,하여간……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말 안 해요,저랑 카난 언니만의 비밀이네요」
「…다행이야…」
한 시름 놓은 표정에 덜컥 가슴이 뛰었다.
조금이지만 식어버린 핫 코코아는 처음에 마실 때보다 훨씬 달게 느꼈다
그날부터 카난 언니랑 이야기할 기회가 늘었다.
지금까지 몰랐던 걸 많이 가르쳐줘서,내 안에 카난 언니의 지식이 늘어가는 게 기뻐서 어쩔 수 없었다.설령,그 지식이 치카 쨩을 비롯한 소꿉친구가 아는 거라도 난 기뻤다.
그리고 깨달으니 난 카난 언니를 눈으로 좇게 됐다
좋아한다고 자각은 아직 하지 못 했지만,아마 이때는 좋아하게 된 것 같다.명확히 좋아한다고 인식한 건…카난 언니에게 꽉 껴안긴 때였다.카난 언니는 자타공인하는 허그마다.별일 아닌 평소대로 스킨쉽할 셈으로 나에게 부둥켜안겨 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내 가슴은 몹시 크게 울렸다.
기온은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는데 얼굴과 몸이 뜨거워져서,정말로 열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새빨갛게 됐을 터.걱정한 카난 언니가 들여다봐 와서,그 예쁜 얼굴이 지근거리까지 바라봐와서.겨우 자신이 카난 언니를 좋아하게 됐다고 자각했다.
상대가 카난 언니여서인지 속이는 건 간단했다.평범하게 「카난 언니가 갑자기 부둥켜안아 오니까 부끄러웠어」라 말하면,마리 언니에게 「익숙하지 않은 하급생에게 부둥켜안기면 안 된다고 했지」라고 혼나는 카난 언니가 있고.미안하지만,모두의 시선이 그쪽에 향해줘서 살았다고 느꼈다.
그게,이런 세상에서 보면 이상한 마음,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으니까.깨우칠 수도 없으니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치카 쨩에게도 「당신 소꿉친구를 좋아하게 돼버렸어」라니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유는…동성끼리니까.나 자신은 전혀 그런 것에 편견은 없다.연애하는 방법 같은 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결론짓는다.하지만,그건 나 개인의 이야기며,치카 쨩과 다른 멤버가 받아들여 줄지는 모른다.
그래서,말할 수 없다.기분 나쁘다고 여겨지고 싶지 않다
자기중심적인 줄 아는데,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고 느낀다
마음을 자각하고부터 나날은 대부분 변하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 좇는 정도로 극히 드물게 닿고 싶다고 느끼지만 부둥켜 안겼을 때 일을 생각해내면,그런 마음은 사라져버린다.
애초에 사귀고 싶다는 주제넘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마음을 전하는 일 따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바꾼 건 요우 쨩이었다
기분이 나쁜 듯한 요우를 보건실까지 데려가서,연약한 눈으로 질문받았다.
「리코 쨩은,카난 쨩을 좋아해?」
들은 직후,상대에게도 전해져버릴 정도로 동요했다
분명히 「그래요」라는 듯해서,속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눈앞의 요우 쨩 안색이 단숨에 나빠지고,입가에 손을 붙였다.
토할 것 같단 건 몸짓으로 전해져서 매우 당황해서 보건실에 놓인 통을 요우에게 건네줬다.기분이 나쁜 듯이 토해내 가는 요우의 등을 문지르며,문득 생각했다.
혹시,요우 쨩은 내가 동성을 좋아하게 된 걸 혐오해서 구토한 건 아닐까 하고…
온몸의 혈기가 빠져가는 걸 느꼈다.다 토한 요우 쨩에게 수건을 건네주자 작은 목소리로 「미안…」이라고 사과했다.
「괜찮은데,요우 쨩은 괜찮아? 역시,선생님을…」
얼굴을 향하지 않고,뒤돌아보자 동시에 「기다려…」라고 가냘프게 팔을 잡혔다.돌아보자 아까보다도 후련한 표정인 요우 쨩이 똑바로 나를 바라봐서.무슨 말을 들을지 무서워졌다.
「그 전에 아까 질문,대답해줘…」
「……내가 카난 언니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응…」
어쩌지,솔직히 말하는 쪽이 좋아?
아니면 속이는 쪽이 좋아?
하지만,속이려 해도 아까 일로 들켜버렸을 터.그렇다면 이제 차라리 말해버리는 쪽이 편하게 될 것이다.
본인에게 고백하는 게 아닌데 긴장해서 입술이 떨렸다.내가 몇 번인가 심호흡하는 사이에 요우 쨩은 한 번 더 수건을 입가에 억눌렀다.
「……그렇네,좋아해.아마 요우 쨩이 생각하는…친구가 아닌 좋아한다는 의미로…」
이걸로 전해졌을 것이다…
뭐라 들릴지 불안에 휩싸이자 요우 쨩 손이 내 팔에서 떨어져 간다.거절당했어…?라고 생각하며 요우를 봐도 고개 숙여서 뭘 생각하는지 모른다.
울먹거리게 되는 걸 필사적으로 견뎠다.지금이라면 아직 되돌아올 수 있단 걸 알았는데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려는 찰나,요우 쨩으로부터 의외인 한 마디가 날아왔다.
「응원해…」
아마 잘못 듣지 않았다.
응원해란 건…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그렇게 확인하고 싶었지만,요우 쨩 몸 상태가 나쁜 듯한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내가 요우에게 할만한 말은 뭘까라며 어휘력 없는 머리속을 찾았다.그리고 찾은 말을 요우에게 던졌다.
「고마워….그런데,그 전에 몸 상태를 좋게 해야지」
그것만을 전하고 커튼을 열고,닫았다.보건실을 나가자 요시코 쨩이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왠지 쏘아보는 느낌이 드는데,기분 탓…이지
「…빨리,여기에서 물러나」
「엇?」
「됐으니까」
「으,응…」
여느 때와 분위기 다른 요시코 쨩에게 작게 끄덕이고,보건실 앞에서 물러났다.한창 교실까지 돌아가다가,문득 뒤를 보자 요시코 쨩은 보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단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문에 기대며 매달릴 뿐이었다.
뭔가 있단 건 명백했다.그치만,그걸 내가 물어도 되는지 몰라서 못 본 척했다.
오전 수업은 정말이지 집중할 수 없었다.요우 쨩이 걱정됐으니까
상당히 기분 나쁜 듯했는데,괜찮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5교시와 6교시를 보냈다.그건 치카 쨩도 같은 듯 해서 수업 중,몇 번이나 요우 쨩 책상을 바라봤다.오늘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려 퍼지자,치카 쨩이랑 둘이 함께 요우 쨩 이야기를 하자,문이 열리며 타이밍 좋게 나타난 요우 쨩.
엎드려서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여전히 기분이 나쁜듯했다.자리에 앉은 요우 쨩에게 치카 쨩이 「괜찮아?」라고 말을 걸어서 나도 「오늘은 빨리 돌아가서 쉬어」라고 전했다.
「고마워」
엎드려서 돌아온 목소리는 몹시 연약했다.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면 해.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요우 쨩에게 나도 치카 쨩도 그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때마침 선생님이 들어와서 HR이 시작했다.그게 끝나자 치카 쨩이 「자,부실로 가자!」라고 힘차게 일어섰다.그것과 동시에 치카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겍,미토 언니한테서……」
「미토 언니,무슨 일?」
「………으으,집 심부름하라고 들었어어…」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봐오는 치카 쨩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집 심부름이라면 어쩔 수 없어.치카 쨩은 가방을 한 손에 들고 「그럼,치카는 먼저 돌아갈게!」라며 교실을 나갔다.문득 시선을 내리자 요우 쨩 모습이 상당히 이상했다.가냘프게 일어서서 교실에서 나가려는 요우 쨩의 팔을 돌연히 잡았다.
이런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듯한 상태인 요우를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요우 쨩,함께 돌아가자」
분명히 싫은 듯한 목소리로 「엇…?」이라 들려오지만 신경 안 쓰는 척을 하고 말을 이었다.
「…걱정되니까,알겠지?」
「아니,괜찮아…….리코 쨩은 연습에…」
「아ー,연습 말인데…오늘은 쉬게 됐어」
치카 쨩에겐 전하기 전에 돌아가 버렸지만 말야
쓴웃음을 지으며 고했다.그리고 마리 언니는 이사장 일,학생회장을 은퇴한 다이아 언니는 그걸 감시,하나마루 쨩은 급한 볼일,루비 쨩은 열로 학교 자체를 휴식,인원이 모이지 않은 가운데 연습을 해도 할 수 없어서 쉬게 됐단 걸 전했다.
「그러니,함께 돌아가자? 괜찮다면,간병해도…」
「아,알았어…! 함께 돌아갈 테니,간병은 사양해둘게…」
「그래……」
간병은 뻔뻔스러웠네…
요우의 팔을 끌고,교실을 나갔다.어느 쪽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승강구에 도착해서,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걸 깨달았다.
「요우 쨩,우산은?」
「아ー,실은 집에서 잊어버렸……」
도중에 요우의 목소리가 끊겼다.천천히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가슴이 크게 울렸다.
정말 좋아하는 카난 언니가 서 있었으니까
그런데,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된 걸까라고 생각하자 요우 쨩으로부터 「카난 쨩,우산이 없어서 곤란한 것 같아…」라 들어서,언니의 표정이 의미가 이해됐다.동요하는 나에게 요우 쨩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줬다.
「리코 쨩 우산에 들여주자」
「하지만,내 우산에 세 명이나 들어오려나…」
접는 우산 정도는 아니지만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우산을 바라보고,눈썹이 떨어졌다.
카난 언니에겐 미안하지만,요우 쨩이 걱정되고,이번엔 못 본 척을 할 수밖에 없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자 요우 쨩은 또 도와줬다.
「나,사물함에 둔 거 잊었어….난 내 걸 쓸 테니까 리코 쨩 우산에 카난 쨩을 들여줘!」
「그,그럼,카난 언니랑 둘이 함께 기다릴게…!」
「안 기다려도 되니까,둘이 함께 돌아가!」
「하지만…」
「응원한다고 했지」
깜짝 놀랐다.역시 그때 말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어깨에 손을 얹고,얼굴을 들자 슬픈 듯이 웃는 요우 쨩이 서 있어서 가슴이 아팠다.
어째서,요우 쨩이 그런 얼굴을 해?
묻고 싶은데,물으면 안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입을 다문다
「리코 쨩,힘내!」
이어서 들은 「바이바이」란 말이 여느 때랑 다르게 들렸다.달려가는 작은 등을 바라보며 「고마워…」라고 중얼거렸다.돌아보니 아직도 곤란한 표정으로 비 오는 하늘을 바라보는 카난 언니가 있어서,달려갔다.
이상하게 생각하자 치카 쨩에게 「요ー 쨩이랑 리코 쨩도 이리와!」라고 들어서,뛰기 시작했다.리코 쨩도 나보다 조금 타이밍이 늦었지만,걷기 시작했다.
「카난 쨩,마리 쨩,좋은 아침요소로!」
「요우 쨩이랑…그리고 리코 쨩도 좋은 아침」
「샤이니!」
「마리,오늘은 흐려서…」
왠지 기시감을 느끼는 대사네에…
버스 안에서 리코 쨩에게 들은 말을 생각해낸다.
「마리 언니……음,카난 언니도 좋은 아침이에요」
「Oh,왠지 딱딱하네요〜」
「그,그런…여느 때처럼이에요…」
「응응,리코 쨩은 여느 때처럼 사랑스러워」
선뜻 부끄러운 대사를 말하며 웃는 카난 쨩.리코 쨩은 「그렇지 않아요…」라 말하며 아까보다도 얼굴이 붉어졌다.
싫은 예감이 가슴을 웅성거린다
기분탓이야,카난 쨩이 부끄러운 말을 하니까 리코 쨩은 쑥스러울 뿐…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을 타이른다.
「그럼,우리는 이제 갈 테니까」
「Bye!」
「또 방과 후에 만나자〜!」
떠나가는 카난 쨩이랑 마리 쨩에게 대답한 건 치카 쨩뿐이었다.
난 갖가지 생각을 해서지만,리코 쨩은…
다시 한번,리코를 보자 여전히 볼을 붉히고 카난 쨩 등을 바라봤다.
그 순간,또 가슴이 웅성거렸다
교실에선 여느 때처럼 리코 쨩으로 돌아가서,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었다.
여느 때처럼인 리코에게 안심할 때일 텐데,너무 여느 때처럼이라 역으로 내 가슴을 떨떠름하게 할 뿐이었다.
어째서,카난 쨩을 그런 얼굴로 봤어?
어째서,카난 쨩이 있을 때는 여느 때 리코 쨩이 아닌 거야?
그런 의문이 수업 중까지 따라 다녀와서,제대로 집중도 못 하고 몇 번이나 선생님께 혼났다.
그 탓에 리코 쨩과 다른 반친구…그리고,치카 쨩까지 나에게 「요우 쨩,몸 상태 나빠?」라고 질문해왔다.
몸 어디도 나쁘지 않아.구태여 말하자면 마음이 아파…
그래도,그런 말을 치카 쨩과 리코 쨩네에게 할 수도 없어서 「그러려나…」라고 쓴웃음을 돌려줬다.
점심시간이 되자 모두가 보건실에 가기를 권해서,선생님께 호출을 받은 치카 쨩을 대신해 리코 쨩이 부축해서 와줬다.
걱정해준 모두에겐 미안하지만,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리코 쨩에게 진실을 듣자…
보건실에 도착하자 선생님은 예상대로 없었다.
예상대로란 건,보건실 선생님은 점심시간이 되면 교무실로 돌아가 버리는 걸 난 알았으니까
「선생님,없네.불러올까?」
「아니야,괜찮아.침대에 누우면…」
그렇게 말하며,이불 안에 들어간다.드러눕자 리코 쨩이 이불을 덮어줘서 「고마워」라며 웃어 보였다.
곁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기며,옆에 앉는 리코 쨩.우울한 얼굴,아니,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걱정 끼쳐버려서 미안해,그래도…몸 상태는 나쁘지 않아
「요우 쨩,몸 상태가 나쁘다면…」
「저기 말야,리코 쨩」
「뭐야?」
「하나만 물어도 돼?」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리코 쨩은,카난 쨩을 좋아해?」
물은 직후,격하게 후회했다.
리코 쨩의 호박색 눈동자가 커져서,동요로 흔들려서
분명히 「그래요」라는 듯해서
병은 마음에서,란 말이 있지만…아까까지 없었던 구역질이 나를 덮쳤다.입을 막는 태도를 보이자,당황한 모습으로 통을 가져와 준 리코 쨩.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보기 흉한 모습 따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견디지 못했다.
가슴에 모인 떨떠름함이 입으로 내뱉어왔다.
그런 나에게 리코 쨩은 싫은 기색 하나 없이,등을 문질러 준다.하지만,역으로 그 다정함이 지금 나에겐 기분 나빴다.
토할 게 없어져서,통에서 얼굴을 떼자 리코 쨩은 수건을 건네줬다.입을 막으며 「미안…」이라며 작고 분명하지 못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괜찮은데,요우 쨩은 괜찮아? 역시,선생님을…」
「기다려……그 전에 아까 질문,대답해줘…」
「……내가 카난 언니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응…」
정해진 듯하지만,아직 리코 입에서 대답을 듣지 않았다.
리코 쨩 표정을 보니 역시 급소를 지적된 듯했다.
빨리 대답해서,날 편하게 해줘…
좀 더 리코 쨩을 좋아하게 되기 전에 내 사랑을 끝내줘
리코가 입을 연 것과 동시에 나는 수건을 입에 바짝 댔다.또 갑작스러운 구역질이 덮쳐와도 괜찮다.
「……그렇네,좋아해.아마 요우 쨩이 생각하는…친구가 아닌 좋아한다는 의미로…」
이번엔 구역질 따위 덮쳐오지 않았다.
단지 전신의 힘이 빠져서,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아,위험해…….울 것 같아…
리코 쨩 앞에선 울고 싶지 않아
이제 보기 흉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마지막 남은 힘을 최대한으로 쥐어짜서 난 리코에게 중얼거렸다.
「응원해…」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나가…같은 말을 하면 되는데,어째서 응원한다니….난 절실히 선인인체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눈물을 볼 수 없도록 눈에 팔을 억누른다.
리코 쨩은 어떤 얼굴을 하려나…
「고마워….그런데,그 전에 몸 상태를 좋게 해야지」
커튼이 열리고,닫히는 소리가 들린다.그 뒤에 문이 열리고,닫히는 소리가 났다.
즉,선생님이 올 때까진 보건실에 나 혼자란 말로…
이제 안 참아도 돼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 안의 무언가가 무너진 듯이 눈물이 흘러 넘쳐왔다.몇 번 닦아도,멈추지 않고.오열 섞인 목소리까지 방에 울린다.
괴로워……고통스러워,리코 쨩
정말 좋아하는데,이제 전할 수 없어.
정했는데,언젠가 자신에게 자신감이 붙어서 리코 쨩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이 생기면 고백하자고.
『리코 쨩을 정말 좋아해요』
본인이 없어져도,그 대사만은 입에 내지 못 했다
어느새인가 잠든 듯 깨어나자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왠지,눈이 아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생각해본다.
그래,그런가…나,실연해서…울었어
이 상태로 교실 따위 돌아가지 않아.그래도,기분도 나쁘지 않은데 보건실에 눌러앉을 수도 없다.그런 마음이 될 정도로 『우등생』이 몸에 찌든 자신이 밉살스러웠다.
보건실에서 나올 때,선생님께 「괴로우면,여기에 있어도 돼?」라 들었지만,고개를 내저었다.
인사하고 문을 닫는다.창밖에 펼쳐진 하늘은 아침보다도 어두침침하게 흐려서,마치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우선,얼굴만 씻고…그다음에 교실로 돌아간다.
오늘은 안경을 갖고 온 게 정답이었다.끼면 다소지만,눈이 붉어진 걸 감출 터다.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고,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놀랐다.
그건,선생님도 걱정할 터다…
거울에 비친 나는 도저히 『학원의 왕자님』이라 불리는 사람이 할만한 얼굴이 아니었다.
자신도 눈을 피하고 싶을 정도로,비참한 얼굴이었다.
그런가,실연이란 이렇게 사람을 바꿔버려…
그걸 실감했을 때,가슴에 품은 건 리코 쨩은 실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보통이라면,자신을 이렇게 너덜너덜하게 만든 사람을 원망해야 할지도 모르지만,무리다.
그게,좋아하니까
위선자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행복하게 됐으면 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니까
리코 쨩이 보건실에서 나갈 때 「응원해」라고 해버린 이유도 아마 그거다.
크게 한숨을 내뿜은 순간,오늘 수업 종료를 고하는 종이 울려 퍼진다.
항상 듣는 소리가 오늘 나의 사랑 종료를 고하는 종으로도 들려서,쓸쓸해졌다
황급히 교실로 돌아오며 HR이 시작하기 전에,허둥지둥 자리에 앉는다.옆자리에 앉은 치카 쨩한테선 「괜찮아?」라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고,리코 쨩한테선 「오늘은 빨리 돌아가서 쉬어」라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실례인 줄 알면서도 얼굴을 들 수 없어서,엎드려서 「고마워」라고 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