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우리는 역시 3명이 함께 치카 쨩 방에 있었다.학교가 끝나고부터 해 질 녘까지 모래사장에서 춤 연습을 했다.치카 쨩 여관에서 도로를 두고 곧바로 있는 해변은,모래라기보단 흙에 가까운 느낌이라,신발 안이 모래투성이가 돼버리진 않고,그래서 연습하기에 딱 좋았다.
지금은 고정카메라로 촬영한 춤을 컴퓨터로 복습한다.가로로 늘어선 3명 나란히 크지 않은 노트북을 얼굴을 내밀며 들여다본다.치카 쨩을 한가운데에 두고 3명의 얼굴이 다가와서,난 살짝 와타나베 양 표정을 확인한다.오늘도 『출입금지』 선을 넘는 듯한 얼굴을 한다.이 이상은 안 된다며 괴로운 듯하다.뭐가 안 되는지 쭉 생각해왔지만,매번 너무나도 똑같은 반응이라서 답에는 다가서지 못한다.
그런데도,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에게 너무 다가가지 않도록 의식한다.치카 쨩에게 너무 다가가자 열심히 태연한 표정을 겉꾸민다.그래서 방에 있을 때도,좀 떨어져서 앉는지도 모른다.여자에게 곧잘 있는 친구끼리 끈적끈적한 『장난』을 안 할지도 모른다.
「후우,잠깐 휴식하자」
세 몸이 뿔뿔이 흩어져서,와타나베 양 눈매는 여느 때처럼 시원하고 온화해졌다.치카 쨩은 컴퓨터를 닫고 그 위에 잡지를 펼쳤다.스쿨 아이돌 잡지에는,전국 아이돌을 취재한 기사라든가,인기 아이돌 그라비아라든가,순위라든가,다양한 정보가 가득 찼다.스쿨 아이돌을 하자고 정하고 맨 먼저 산 게 이 잡지 같고,지금은 최신 5월호를 훌훌 바라본다.
「으ー응,역시 멋있네에.미남이랄까?」
「멋있어? 누가?」
세운 팔꿈치로 멍하게 있는 치카 쨩에게 이끌려서 지면에 눈을 향하자,거긴 남자 아이돌 미남 순위코너였다.본디부터 『러브라이브!』는 여자 스쿨 아이돌 한정경기였지만,2년전부터 남자 부문도 설립된 것 같아서,똑같이 전국각지 그룹이 우승을 노리고 힘낸다.는 것 같다.그런 사실을 최근 알았지만,치카 쨩처럼 흥미를 갖진 않았다.
「치카 쨩은 어떤 사람이 취향이야?」
「이 사람! 시즈오카 그룹이야? 예선이라든가에서 만나지 않으려나?」
「흐응.우선은 예선에 나갈 수준이 돼야겠네」
「취미가 서핑이랑 바다낚시.밝고 기운찬 사람이 취향이라고! 나,해당하지 않으려나!? 서핑은 서툴고,낚시는 곧바로 싫증 나버리지만,밝고 기운차지 않아!?」
치카 쨩이 눈을 반짝인다.시즈오카시 『오렌지오렌지』란 3인조 유닛 리더로,겉보기엔 똑똑히 말해서 내가 서투른 유형이지만,아무래도 치카 쨩은 야성적이랄까 숨 막힐 듯 더운 용모인 남자가 좋은 것 같다.난 남녀 불문하고 중성적인 사람이 좋으려나.생각하며 흘끗 시선을 돌리자,와타나베 양은 침대에 앉아서 새우 쿠션을 안은 채 멍하니 있다.
아마,멍하니 있는 『척』을 한다.치카 쨩은 이따금 남자 이야기를 하는데,와타나베 양은 절대로 넘어가지 않고,그럴 때는 반드시 쿠션을 안고 기색을 지운다.
자신 안에서는 『미소녀가 취향』이라 입에 담는 게 망설임이 없었다.막연하지만,연애 따위 어디에서라도 일어난다고 생각했다.다만,피아노만 쳤던 난 남자와 너무나도 인연이 없었다.중학교 시절은 공학이었지만,호의를 품은 남자 따위 없었다.3학년 때,2번 정도 고백 같은 걸 받았지만,어쨌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어서 남자친구로 하자고 1밀리도 생각 안 해서,『미안해』라고 그곳에서 머리를 숙이고 거절했다.
그래서,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이 될 때까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 어이없을 정도로 무지한 나와,조용히 침대에 앉은 와타나베 양,쌍방에 들리는 밝고 기운찬 목소리로,치카 쨩은 이렇게 단언했다.그래.치카 쨩은 의견을 애매하게 하지 않아.O or X.할게 or 하지 않아.좋아 or 좋아하지 않아.구원받은 사람도 많지만,상처 입은 사람도 적지 않을 터다.
「그건,미소녀는 정말 좋아하지만,그거랑 연애랑은 다르잖아?」
「어째서?」
「어째서?냐니,그게 말야,난 여자인걸!」
그늘 없이 곧은 말을 들었을 때,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슴에 따끔한 아픔을 느꼈다.실처럼 가는 바늘로 갈비뼈 틈으로 마음을 찔린 듯이 아팠다.하지만,그 이상으로 와타나베 양이 걱정돼서,시야를 옆으로 넓게 해서 와타나베 양 표정 변화를 뒤쫓았다.뒤쫓지 않을 수 없었다.
와타나베 양은 여전히 침대에서 새우 쿠션을 안았다.하지만,그 시선은 멍하니 떠돌지 않았다.그렇기는 커녕 눈에 비친 세상을 『텅 빈 것』으로 하는 듯이 느꼈다.표정에 무언가가 떠오르는 듯한 걸 열중해서 퍼내듯이 느껴졌다.현실에서 도망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와타나베 양을 그렇게까지 동요시킨 것의 정체까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그런데도,소리조차 내지 않고 호흡하는 와타나베 양이,그 뒤쪽에서 필사적으로 두꺼운 비눗방울을 부풀리는 느낌이 들어서,난 입을 막고 목소리를 잃었다.
………
그날 돌아올 때,치카 쨩과 바이바이하고 나서,난 길모퉁이를 도는 곳에서 발을 멈췄다.여느 때라면,난 그대로 근처에 있는 집에 돌아가고,와타나베 양은 누마즈역 방향으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간다.그래서,치카 쨩 집을 나와서 단둘이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물론,그건 3인조로 활동해가는 동료로선 좋지 않은 태도지만,와타나베 양도 나도 분명 서로를 너무 의식했다.
난 치카 쨩 집 담에 달라붙었다.마치 탐정처럼 버스정류장의 와타나베 양을 바라봤다.와타나베 양은 석양에 오렌지로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버스를 기다렸다.학교 가방을 어깨부터 들고 아련히 『토치만』 별채를 바라봤다.스마트폰을 꺼내지도 않고,그저 아련히 서 있다.아까까지 거기에 있었는데,이제 돌아갈 수 없는 용궁 성을 바라보는 우라시마 타로 같았다.
그런데도 난 단언했다.와타나베 양은 내일 아침,반 친구 누구보다도 빨리 일어날 거라고.그리고 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도 빨리 버스에 타서,치카 쨩 방을 방문할 거라고.똑같은 비눗방울에 들어갈 수 없어도,제일 가까이에서 치카 쨩을 바라보기 위해서,『토치만』 현관을 뚫을 거라고.
깨달으니 호흡을 잊었다.버스가 다가와서 와타나베 양을 데려갔다.종종걸음으로 해안도로를 건너서,아까 와타나베 양이 했듯이 버스정류장 옆에 서봤다.역사 있는 『토치만』은 오렌지색 궁전 같았다.치카 쨩은 그 안에 사는 『공주님』이고,그리고 분명,아직 못 본 『왕자님』을 찾는다.
퍼스트라이브가 정해졌을 때,난 베란다에서 치카 쨩과 이야기했다.나의 이사 온 집은 치카 쨩 자택 바로 뒤에 있어서,우리 방은 손이 닿아버릴 정도로 가까웠다.그래서,목욕 마치고라든가 자기 조금 전에,『이야기하자』라 권유해서 베란다에 나온 적이 곧잘 있었다.토쿄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큰 변화였다.일주일에 몇 번이나 레슨에서 만나는데도 이름밖에 모르는 애가 많았으니까.
「리코 쨩 곡 말야,벌써 100번 정도 들어버렸어! 왠지 이제,빨리 부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어! 작곡하는 사람이 없으면 시작 못 한다고,학생회장이 말한 대로네!」
「너무 들었어.빨리 가사랑 춤도 완성해야겠네」
「그래그래! 요우 쨩 의상도 된 것 같고!」
4월 끝은 밤바람도 대단히 따뜻하고,달빛도 온화해서,우리는 길 때는 1시간 정도 재잘거렸다.치카 쨩은 토쿄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지만,토쿄 시절 난 대부분 밖에서 놀지 않았고,피아노로 슬럼프에 빠진 기억 쪽이 강해서,별로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다.그래서 이것저것 말하고,치카 쨩이 자신과 우치우라 마을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근데,오늘 밤은 듣고 싶은 게 있어서,드물게 내 쪽에서 질문했다.
「저기 말야,치카 쨩」
「왜?」
「와타나베 양은 어떤 사람?」
「요우 쨩!?」
치카 쨩 목소리가 올라가서 오선지를 삐져나왔다.좋아하는 거겠지.최고의 친구겠지.이름이 나왔을 뿐인데 기운이 넘칠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라니,지금 나에겐 한 명도 없다.
「요우 쨩은 말야,굉장해! 굉장한 사람이야!」
「굉장하다니?」
「지금은 안 하지만,하이 다이빙으로 일본 대표 전형까지 갔으니까!」
「흐응.어째서 지금은 안 해?」
거기까지 깊이 들어갔을 때,치카 쨩은 모호해짐을 통과하고,『으ー응』이라고 완전히 멈춰버린다.『하이 다이빙』도 『일본 대표』도 얼른 이해가 안 됐지만,그 정도 열중한 걸 『그만둔』 이유를,친구면서 치카 쨩이 듣지 못한 것만은 똑똑히 알았다.
머리 땋기를 푼 머리를 흔들며,치카 쨩은 자신의 일처럼 열변을 토했다.자랑스런 친구란 건 이해했다.허나,만약 와타나베 양처럼 『굉장한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나도 치카 쨩처럼 됐을지도 모른다.『평범』한 것에 열등감을 품을지도 모른다.
아니야,그렇지 않아.그렇지 않다.난 처음부터 와타나베 양 쪽 사람이었다.치카 쨩이 말한 『특별성인』이었다.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사쿠라우치・리코』는 모두의 동경은 아닌,하물며 친구 따위가 아닌,이해는 커녕 접촉조차 꺼려지는 듯한 외계인이었다.
차이가 있다면,와타나베 양에겐 치카 쨩이 있고,나에겐 아무도 없었단 것.그 차이는 적잖이 질투를 낳을 터인데,불가사의할 정도로,와타나베 양을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와타나베 양은 어떤 성격이야? 그다지 이야기한 적 없어서」
「요우 쨩은 말야,굉장히 다정한 인기인이야! 아이돌도 함께 해줬고!」
그건 안다.누마즈 역 앞에서 라이브 전단을 돌렸을 때도,와타나베 양은 혼자 내 몇 배나 전단을 나눠줬고,모두 함께 사진을 찍어서 고조됐다.일본 대표에 다가갔던 여자아이니까 고장에선 유명인일지도 모른다.그러니까,밝게 싱글벙글 행동할지도 모른다.
하지만,내가 알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냐.바로 요전,와타나베 양이 혼자만 비눗방울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듯이 보인 이유를 알고 싶어.그게 착각인지 진실인지를 알고 싶어.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걱정돼서 어쩔 수 없는 천성이니까,치카 쨩에겐 말 안 하지만 요즘은 와타나베 양만 생각해버린다.그런데도 와타나베 양 진짜 성격 같은 걸 상상할 수 없어서 한숨만 쉬어버린다.
「실은 치카 쨩,와타나베 양을 그다지 몰라?」
「뭐ー엇!? 그런 거 아니야! 10년 이상 함께야!?」
달빛 아래에서,치카 쨩은 좀 화난 모습으로 볼을 부풀렸다.지금 질문은 요점을 찔렀지만 경솔했다.역시 그 이상은 발을 들여놓지 않고,꽤 으스스 추워져서 슬슬 자기로 했다.『잘자』라고 인사를 주고받고 등을 돌리려 했을 때,치카 쨩이 망설이며 말을 걸어왔다.
「저기 말야,리코 쨩」
「왜?」
「이유를 잘 말 못 하지만,『와타나베 양』이라 부르는 거,그만했으면 해」
「응,알았어.미안해」
치카 쨩 눈이 진지해서,즉시 끄덕였다.치카 쨩은 안심하고 눈을 가늘게 했다.자신이 누구보다도 소중히 하는 사람을,이제부터 힘을 합쳐갈 동료가 언제까지나 『양』 붙여서 부르는 건 기분 나쁠 것이다.그런 『감촉』을 말하는 걸,치카 쨩은 매우 서툴러 한다.그리고,치카 쨩의 감각이 좀처럼 말로 변하지 않는 걸,어째선지 와타나베 양은 바라는 느낌이 든다.
「요우 쨩」
샷시 창과 커튼을 닫으며 중얼거렸다.모험과는 다른 의미로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이름으로 부르면,와타나베 양을 인기인 자리에 추대하는 불특정 다수 중 1명이 돼버릴 것 같았다.와타나베 양은 누구보다도 자연스런 미소로 내 이름을 불러줄 것이다.그러나,그건 현재 내가 바라는 대응과는 동떨어졌다.그런 주제에,와타나베 양의 어떤 대응을 바라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난 전학 간 학교인 우라노호시 여학원에서 스쿨 아이돌을 하게 됐다.『아이돌』이라니 수수한 나에게 어울리지 않지만,피아노로 슬럼프에 빠진 나에겐 그 정도 단호한 처리가 필요한 느낌도 들었다.아이돌을 해봐서 뭔가가 변한다면 또 피아노를 재개하면 된다고,반 친구 타카미 양――치카 쨩은 그런 식으로 나를 권해왔다.피아니스트를 노리는 도중에 몇 개월이나 연습에서 떨어지는 건 매우 불안했지만,지금대로라면 벽에 부딪힌 채 극복할 수 없을 듯해서,결국,치카 쨩의 다정한 말에 넘어가서 현재를 바꿔보기로 했다.
요즘은 콩쿠르를 위해서가 아닌,아이돌 노래를 만들기 위해 피아노를 만진다.
………
「어머니 아는 분이 편곡해준 곡이 와서 가지고 올게」
「알았어! 요우 쨩이랑 기다릴게!」
평일.학교가 끝나면 『스쿨 아이돌부』는 활동을 시작한다.부 활동으로 인정받지 않아서 부실 같은 건 주지 않아서,치카 쨩 방이 그 대신이었다.치카 쨩 집은 메이지 때부터 온천여관을 경영해서,별채 자택에 친구가 놀러 와서 묵고 가는 건 아주 익숙해서 태연한 듯했다.
부원은 2학년만 3명이었다.나와 치카 쨩과,그리고 와타나베 양이었다.와타나베 양은 『요우』란 드문 이름인데,둘이 함께 이야기한 횟수가 매우 적어서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았다.애초에 어릴 때부터 친구가 거의 없었던 나에게,누군가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대모험이었다.그런대로 얼굴을 마주친 피아노 교실 아이조차 『성+양』으로 불렀으니까.
치카 쨩은 그런 과혹한 모험을 간단히 넘기게 해준 귀중한 친구였다.처음으로 이야기한 바닷가에서,치카 쨩은 자신을 『평범 괴수』라든가라며 놀랄 정도로 겸손했지만,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붙임성 있어서,마치 뭐라도 들어가 버리는 커다란 등산배낭 같은 여자였다.
그 반면에,치카 쨩 소꿉친구인 와타나베 양은 매우 불가사의한 사람이었다.와타나베 양은 부원이 5명밖에 없는 수영부와 겸임했다.머리끝을 느슨히 물결친 애쉬그레이 머리를 어깨에 바싹 닿지 않는 길이로 했다.눈앞의 바다처럼 온화한 표정을 하고,강한 감정이란 걸 완전히 얼굴에 띄우지 않았다.대개 웃었지만,치카 쨩이 보이는 개방적인 미소와는 분명히 달랐다.
간단히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듯해서,스스로 타인에게 접근하는 게 서투른 나에겐 솔직히 사귀기 어려운 상대였다.허나,그런 의식을 태도로 낼 수도 없어서,치카 쨩이 자리를 뜰 때는 곤란한 듯한 분위기가 흘러서,둘이 함께 목적도 없이 스마트폰을 바라본 적도 있었다.
와타나베 양은 항상 치카 쨩과 함께 있다.그래서,바로 근처에 사는가 했더니,여기에서 버스로 30분이나 달리는 곳에 자택이 있었다.우치우라보다 누마즈역 쪽이 훨씬 가까웠다.그런데도,매일 치카 쨩 방을 방문해서,때로는 아침밥까지 함께 먹었다.
와타나베 양이 우리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건 틀림없었고,와타나베 양은 치카 쨩 방에 머그컵과 칫솔까지 뒀다.누군가의 방에 자신의 칫솔을 두다니,큰소리론 말 못 하지만 『동거』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갈아입을 속옷을 뒀어도 결코 이상하진 않았다.
그런 와타나베 양이,봄부터 갑자기 등장한 나를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곧바로 헤아렸다.어쩌면,내가 없을 때 와타나베 양은 좀 더 밝은 아이였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을 고쳤다.굉장히 큰 개도 풀어놓아서,되도록 치카 쨩 방에는 가지 않도록 하고 싶었는데,어쨌든 부실 대신이라서 그렇게도 말할 수 없었다.더구나,피아노를 치는 데다가 『오토노키자카 학원』에서 찾아온 나는,치카 쨩에게 대단히 마음에 들어버려서,결국 우리는 3명이 함께 있는 게 당연해졌다.
CD를 갖고 다시 치카 쨩 집에 돌아온다.별채 현관으로 오르자,『시이타케』란 이름의 다른 머리모양(?)인 개가 오늘도 허둥지둥한다.개는 정말로 무서워서 서투르다고 했는데,내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매뒀으면 했는데,조금도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내가 겁내자 웃어버린다.지구상에 개 싫어하는 사람이라니 있을 리 없잖아?라는 듯한 얼굴로 웃는다.
이 시골은 토쿄와 전혀 달라서,『모두 똑같으니까』란 분위기로 가득 찼다.모두가 『똑같도록』 정해지고 서로 믿어서 균형이 잡힌다.다른 사람은 있지만 뛰어난 사람은 없다.있을지도 모르지만,모두와 『다른』 걸 눈에 띄지 않도록 사는 느낌이 든다.
「가져왔어」
『시이타케』를 필사적으로 피하면서 치카 쨩 방에 들어가자,치카 쨩은 밥상 노트북으로 뭔가 조사하고,와타나베 양은 묵묵히 의상을 손바느질했다.둘이 함께 있는 걸 자매처럼 자연스럽게 느꼈다.이 사이 좋은 두 사람을 보고,갑자기 비눗방울을 생각해냈다.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와,들러붙은 큰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돌고 싶다고,어릴 때 그렇게 원하던 걸 생각해냈다.
「사이좋네」
CD 얇은 케이스를 밥상에 두고,두 사람에게 말을 향해봤다.그걸 소리 낸 건 처음이었다.그래서,확인할 정도로 들렸을지도 모른다.치카 쨩은 망설이지 않고 크게 끄덕였지만,와타나베 양은 어딘가 망설이는 미소를 지을 뿐이라,나에겐 마치 와타나베 양만이 크고 두꺼운 비눗방울 안에 있는 듯이 보였다.와타나베 양 혼자 비눗방울에 들어가고,치카 쨩은 그렇지 않은 듯한 이미지가 솟아 나왔다.그런 부정적인 의심으로,가슴 안쪽에 있는 잘 모르는 공간이 떨떠름해져 온다.
「당장 들어보자!」
당혹감을 뿌리치도록 손뼉을 쳐본다.치카 쨩 방에는 오디오기기가 없고,그래서 노트북으로 듣기로 했다.와타나베 양도 만들던 의상을 카펫에 뒀다.치카 쨩이 CD를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자,영상이 나오는 게 아닌데 자연히 들러붙게 모였다.
내 바로 눈앞에서,치카 쨩과 와타나베 양 볼이 한없이 다가왔다.그때,흐르기 시작한 음악이 들리지 않게 될 정도로,내 오감은 눈앞의 광경을 이해하는 것에만 집중해버렸다.
명도를 올린 내 시야 안에서,치카 쨩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그런데도,항상 침착하게 미소짓는 와타나베 양은 본 적 없는 표정을 지었다.호흡하는 타이밍을 잊은 듯이 긴장해서,그걸 절대로 깨닫지 않도록 참는 게 전해져왔다.
꼭 작년 콩쿠르에서 한 음도 내지 못 했던 때 나와 매우 닮은 느낌이 들었다.피아노를 쳐야만 해서,그런데도 능숙하게 칠 기운이 전혀 바로 서지 않아서,상을 받는다니 절대 무리라서,하나라도 음을 낸다면 피아노 그 자체에 자신의 역사를 부정당해버린 듯했다.
그래서 알아차려 버렸다.와타나베 양에겐 굉장히 강한 마음이 있는데,그걸 표현할 수 없고,표현할 수 없어서,괴로워 발버둥치는 것까지 알아차려 버렸다.그치만,난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물론 질문한다니 가능할 리가 없다.내가 와타나베 양에게 호기심이라 부를 수 없는 유형의 관심을 품은 건,그날이 처음이었다.
맨션에 살아서 넓은 마당이 없어서,베란다에서 어머니와 함께 불며 놀았다.플라스틱제인 다채로운 도구가 몇 개인가 들어서,다양한 비눗방울을 만드는 세트로 돼 있었다.작은 비눗방울을 많이 만드는 도구보다,큰 비눗방울을 하나 만드는 도구 쪽이 좋았다.
큰 무지개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서,둥실둥실 하늘을 날며 쭉 피아노를 친다면 근사할 것 같았다.큰 비눗방울이 두 개 들러붙을 때는 더욱더 기뻤던 기억이 있다.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와 둘이 함께 들어가서 둥실둥실 떠돈다면 분명히 즐겁겠네라 꿈꿨다.
하지만,『굉장히 사이좋은 누군가』 같은 건 없었다.피아노교실에서 항상 보는 여자아이가 몇 명인가 있었지만,레슨이 끝나면 각자 어머니가 마중하러 와서,『또 봐』도 하지 못 하고 그대로 차나 전철로 자신의 집에 돌아갔다.쥬니어 콩쿠르에서도 여러 여자아이와 만났지만,『이번에야말로 사쿠라우치 양에게 이기세요』라는 그런 라이벌 같은 오라가 어머니들에게서 나와서,그런 곳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사귈 수 있을 정도로 천진하게 붙임성 있진 않았다.
초등학생이 됐을 때는 벌써,비눗방울은 잊었다.비눗방울을 생각해낸 건,살고 있던 아키하바라 맨션에서 시즈오카로 이사할 때였다.내 방 벽장에 쌓아둔 바구니 하나에서 나와서,『두고 가지 마』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보여서 골판지 안에 넣어줬다.난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오를 때,좀 불어보자곤 역시 생각하지 않았다.
비눗방울 세트는 버리지 않고 누마즈 우치우라란 곳까지 왔는데,역시 이제 놀지 않을 거라 판단돼서,이번엔 공부책상에 붙은 조금 큰 서랍 안쪽으로 넣었다.이번엔 잊어버린 게 아니라,공부책상 안에 있는 걸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