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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때 루비가 말이죠…."
"아하하…그 얘기만 벌써 5번째예요."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동료를 반가운 마음에 보러 왔다가 대하소설 분량 루비 성장기를 듣는 치카는 점차 귤과 마주한 요시코 같은 상태가 되어간다.
"그 애는 정말이지 어쩜 그렇게 한결같을까요."
"그건 너무 일부분만 본 거 아닐까요?"
"네?"
"비록 다이아 님 눈엔 아직 많이 부족해보일 수도 있지만 루비도 정말 늠름해졌는걸요."
"확실히 저는 떨어져 지내니 루비가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모르지만…."
"이미 기획사 스카웃까지 됐는걸요!"
"네? 그런 중요한 사안을 제게 한마디도 안 했다구요?"
그 순간 치카는 떠올렸다.졸업하고 어엿하게 데뷔할 때까지 이건 언니에게 비밀로 해 달랬던 루비의 당부를.
'이거 일 났네.어째서 이런 건 꼭 말하고 나서 생각나는지 모르겠네.'
분명 아까 마신 뜨거운 차 때문이려나.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을 그렇게 제게 한마디도 안 하고 정하다니 이건 더더욱 눈감아줄 수 없어요!"
"아니,루비도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그 아이는 이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 그렇게 성급한 결정을! 만약 악덕사무소를 만나서 데뷔도 못 하고 계약금만 홀랑 날려버리면 어쩌려고!"
"아니 너무 간 거 같은데요 그건…."
"당장 그 아이를 찾으러 가야겠어요!"
"아니 어디 간 줄 알고 무턱대고 나가는 거예요?"
"어차피 갈만한 장소는 정해졌으니 금방 찾을 수 있어요!"
"밖에 추우니 겉옷 챙겨가세요! 아,정말! 같이 가요!"
치카는 자신이 괜히 자매싸움을 더 부추긴 것 같으면서도 차라리 이렇게 둘이 빨리 만나서 담판 짓는 게 낫겠단 생각도 들면서 달려나가는 다이아를 종종걸음으로 뒤쫓는다.
아마 2편 이내에 끝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