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오고 처음 너를 봤을 때부터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그게 사랑이란 걸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수수한 나와 다르게 너는 모두의 선망을 받고 성격도 활기차 누구나 금방 친해졌다.이토록 모자란 나기에 이 마음을 전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 했다.하지만 이런 나에게 넌 사랑한다 말해줬다.너도 나를 사랑한다는 게 기뻤지만 동시에 너에게 못 미치는 내가 네 연인이 되도 되는지 고민했다.그렇지만 다정한 너는 이런 나니까 더 매력적인 거라며 날 끌어안아 줬다.
그렇게 사쿠라우치 리코는 와타나베 요우의 연인이 됐다.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는 마냥 좋기만 했다.내가 너를 좋아하고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이 세상을 전부 가진 기분이었으니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말로 설명 못 할 감정이 생겨났다.
매력 넘치는 너한테 사람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그런데 네가 다른 사람과 즐겁게 얘기하는 걸 보면 왠지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얼핏 이 감정의 정체를 눈치챘지만 모른척했다.그때까지는.
"요우,잠깐 일 좀 도와줄래?"
"알겠어.무슨 일인데?"
"별 건 아니고 이거 옮기는 거 좀 도와줘."
"이사장님과 밀회인가요."
"어머,얘도."
"여기 두면 돼.온 김에 커피나 마시고 갈래?"
"아름다운 이사장님이 권하시는 커피를 어찌 거절하겠나이까."
"그런 말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나."
"마리니까 그런 거라구."
마리한테서 연락이 왔다.
'이사장실에 와봐.좋은 걸 보여줄게.'
'이 사람은 또 무슨 장난치려 부르는 거야.'
벌컥
이사장실로 들어간 내 눈앞에 보인 광경은
"흐응.요우는 카난이랑 다른 맛이 있네."
"내가 무슨 생선이야…."
너의 몸을 탐하는 마리를 본 순간 내 이성의 끈은 끊어졌다.
"내 요우한테 무슨 짓이야."
"오우,리코.그 표정 very guilty한데."
"빨리 내 말에 대답해."
"이제야 겨우 솔직해졌구나."
"뭐?"
마리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추하다고 여겨 무시해왔던 자신의 감정을 마주 보게 된다.
요우를 독점하고 싶다.요우가 다른 사람과 행복한 모습 따위 보고 싶지 않다.너의 그 웃음은 오직 날 위해서만 있는 것.
"이런 건 그냥 말로 해주지."
"이 정도 자극이 아니면 계속 숨기려 들었을걸."
마리의 그 말을 부정 못 하며,멀뚱멀뚱 서 있는 요우를 데리고 갔다.
"치카,오랜만에 목욕 같이할래?"
"오오,오랜만에 요우의 알몸을 보겠네."
"정말 변태 아저씨 같은 소리만 하는구나."
"소꿉친구한테 아무렇지 않게 그런 독설 날리는 요우가 더 무서워."
그렇게 오랜만에 같이 목욕하며 본 너의 몸에는 온갖 크고 작은 상처가 있었다.마치 이 아이는 자신의 것이니 손대지 말라는 것처럼.
아무도 안 궁금한 뒷이야기
P.S.1.마리는 요우랑 리코 둘 다 좋아하지만 둘의 끈끈한 사이를 알기에 둘이 잘 되게 노력한다는 설정입니다.
그게 너의 처음이었다.첫인상은 나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큰 애구나 정도였다.그러다 계속 만나며 느낀 건 다이빙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던 나한테 너는 유일하게 나를 깔볼 수 있는 실력자였다.그런 너를 이기고 싶어 평소 2배는 더 열심히 했지만 따라가긴 역부족이었다.
"카난,치카랑 같이 유치원 다니면 안 돼? 왜 카난 혼자 먼저 졸업하는 거야?"
"나도 그러고 싶지만,생일이 빨라서 어쩔 수 없어."
"우엥,치사해! 치카도 카난이랑 같이 학교 입학하고 싶단 말이야!"
"앞으로도 계속 같이 놀 테니 이해해줘.허그할래?"
"훌쩍.나 말곤 허그하면 안 된다?"
"요우도 허그하자."
"내 말 안 들었지!"
너의 유치원 졸업식 때 어렴풋이 나랑 겨우 2개월 차이인데 이렇게 갈리는 게 억울했다.아직 따라잡지 못했는데 너 먼저 앞으로 나아가다니 분했다.치카랑 함께 중학교는 꼭 너와 같이 들어가겠다고 다짐했지만 당연히 이루지 못했다.그렇게 닿고 싶어도 닿지 못하던 나날이 계속되는 와중에 눈치챘다.나는 너를 좋아한다.
당연히 이 마음을 드러내진 않았다.이 마음을 전하는 순간 우리 셋의 관계는 깨질 것이 분명하니까.나만 입 다물고 있으면 우리 셋은 평생 함께할 것이다.나는 믿고 있었다.그러나 너는 아니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카난.나만 부르고."
"요우만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
"나,치카를 좋아해."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에선 구토감이 올라오고 머리는 깨질 듯 아프고 귀는 먹먹해 잘 들리지도 않았다.그래,너의 처음은 내가 아니구나.치카가 아니라 나부터 만났다면 내가 너의 처음이 될 수 있었을까.
"치카는 예전부터 카난이랑 함께 다녔잖아.분명 잘 될 거야."
이미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 형체를 알 수 없는 상태지만 너에게만은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에 애써 태연한 척한다.
"고마워,요우.네 덕분에 용기를 얻었어."
그렇게 환한 미소 짓는 너를 보니 더욱 괴롭다.결코,내가 가질 수 없는 걸 알기에.
다음날 너를 보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결석할까도 했지만 네가 걱정하고 찾아와줄 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등교했다.
학교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수영부도 몸이 안 좋단 핑계로 쉬었다.
"요우,잠깐 얘기 좀 해."
"왜 그래?"
"그건 이쪽이 할 말이야.무슨 일 있지?"
"그냥 몸이 좀 안 좋을 뿐이야."
"거짓말하지 마.다 보이니까."
리코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간신히 잡고 있던 슬픔의 고삐가 완전히 풀려 주체할 수 없게 됐다.
나한테 이런 친구가 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모든 걸 털어놓았다.
"고백해."
"아니,내가 고백하면 우리 관계는 끝이야."
"하지만 이대로 담고만 있으면 요우는 무너져버릴 거야."
"괜찮아,카난만 행복하다면."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져버리는 꼴 못 봐."
"지금 뭐라고?"
"난 널 사랑한다고."
"그대로 그 마음을 담고만 있으면 넌 분명 안에서부터 무너져버려서 돌이킬 수 없게 될 거야."
"일단 부딪혀.그 다음이 어찌 되건 지금 네 감정에 충실해."
"알았어."
고마워,리코.네 마음에는 답해주지 못하지만 이 은혜는 평생 안 잊을게.
그렇게 난 너를 찾아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네 표정을 보고 난 네 고백이 실패했단 직감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