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잔뜩 사버렸네.요우 좋아하겠지."
네가 갑자기 토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고 하는 바람에 매일 만나는 게 당연했던 너와 한동안 만나기 힘들었다.그래서 오랜만에 깜짝 놀라게 해주려 너를 찾아갔다.
"아직 안 왔나."
전에 네가 복사 열쇠를 줬길래 망정이지 한참 동안 잠긴 문 앞에서 기다릴뻔했다.처음 온 네 자취방은 정말 예전 네 방이랑 다른 게 하나도 없었다.
"정말 청소 좀 하고 살라구."
그렇게 엉망진창인 방을 청소하던 중에 액자에 낀 사진을 봤다.
"요우도 참 부끄럽게."
졸업하기 전 너와 리코와 셋이 떠났던 여행에서 영원한 우정을 다짐하며 찍었던 사진.사진 속 세 사람의 환한 미소를 보며 다시금 그때처럼 셋이 어디론가 여행 갔으면 싶은 마음이 든다.
"방학 때가 좋으려나."
그렇게 언제 여행 가면 좋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널 기다리다 잠들었다.
"리코,나 더 못 참겠어."
"정말.왜 이렇게 참을성 없어."
"리코가 잘못한 거다 뭐.그렇게 야시시한 옷 입은 거 보고 참을 수 있을 리 없잖아."
"후훗.좀만 있으면 집 도착하니 그때까지만 참아요."
"멍!"
"착하지착하지."
벌컥
"다녀왔습니다! 어? 치카네."
"어쩜.기다리다 잠들었나 봐."
"와! 안 그래도 요즘 귤 먹고 싶었는데 역시 치카 밖에 없다니까!"
"요우는 나보다 귤 사주는 사람이 더 좋은 거구나."
"아니야아니야! 리코가 1등인걸!"
"됐어.앞으론 평생 귤 사주는 치카랑 사세요."
"미안해,리코.용서해주라."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손 대네?"
"이제 한계야."
"안 돼.치카가 깨면 어쩌려고."
"괜찮아.입에 물고 하면 소리 안 날 거야."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리코,부탁이야.우리 한동안 못 했잖아."
"겨우 어제 하루 안 한 거 갖고 이럴래?"
"내 몸은 이미 리코와 하루라도 안 하면 병들어버리는걸."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얘는."
"멍멍멍멍!"
"끼잉끼잉."
"그러는 거 반칙이야 반칙."
"할짝할짝."
"정말.알았다니까."
"멍!"
정말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내가 목표한 거긴 하지만 요우는 요즘 너무 밝힌다.아까만 해도 캠퍼스에서 하자 했을 땐 정말 나도 모르게 주먹이 올라갈 뻔했다.게다가 다이빙으로 다져진 너의 체력은 도저히 지칠 줄 몰라서 나도 운동해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건 그렇고 아무리 자고 있다지만 자기 소꿉친구가 옆에 있는데 하자니 얼마나 색골인 거야 얘는.'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도 사실 흥분돼 못 참았다.
"응…."
아,기다리다 깜빡 잠들었구나.정말,나도 남의 집에 와서 뭐 하는 짓이람.요우는 아직도 안 왔나?
너를 찾으려 눈 돌리다 마주치고 말았다.
"아."
"앗."
"…"
그 날 타카미 치카는 신세계를 보았다.
"그런 거 있죠 정말.두 사람 다 저한텐 말도 안 해주고 너무하다니까."
"애초에 그 두 사람이 사귀는 걸 몰랐던 건 치카 뿐이었을걸요."
"예? 농담이죠?"
"제가 왜 그런 거로 농담하나요."
"으으,내가 카난보다 둔탱이라니."
"카난한테 실례 아닌가요 그 말."
"뭐 치카는 예전부터 그쪽으론 둔감했으니까요."
"그래도 고백은 제가 먼저 했다구요!"
"부끄러우니 큰 소리로 말하지 마세요!"
"나,타카미 치카는 쿠로사와 다이아를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그만둬!"
"그래서 요우랑 리코가 하던 거 저도 하고 싶은데요."
"? 뭔가요 그게?"
속닥속닥
"…"
"다이아 님,얼굴 빨간데 괜찮으세요?"
이후 요우와 리코가 나한테 무릎 꿇고 사죄하던데 무슨 일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