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냄새 좋지라."
으레 가을 즈음 되면 절에 낙엽이 많이 쌓이는지라 그걸 모아 군고구마 해 먹는 게 연례행사였다.
불타오르는 낙엽 속에서 피어나는 군고구마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하나마루!"
"루비!"
"놀러 왔어."
"어서 오지라.군고구마 하고 있으니 같이 먹지라."
"정말 옛날부터 군고구마 엄청 좋아하는구나."
"당연하지라!"
해맑게 웃는 널 보며 내 마음도 따끈해진다.
"뜨거우니 조심하지라."
"응,고마워."
좋아하는 네가 건네준 군고구마는 네 마음처럼 따끈하다.
"불꽃 예쁘네."
"갑자기 왜 그러는지라?"
"그냥 가을 분위기에 취한 거야."
"역시 루비는 지랑 달라서 섬세한지라."
"아니야,오히려 문학소녀인 하나마루 쪽이 더 섬세한걸."
"과찬인지라."
"하나마루,내 친구가 돼줘서 고마워."
"? 당연한지라.이렇게 멋진 친구 어디에도 없지라."
"아니야,난 하나마루가 말한 만큼 멋진 사람이 아닌걸."
"너무 자신을 낮추지 말지라."
"있지,난 어릴 때부터 언니와 비교당해와서 누구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았어."
"친구가 생겨도 언니와 친해지고 싶어서 날 사귄 거였어.하지만 하나마루는 언니가 아닌 날 보고 친구가 돼준 첫 친구야."
"루비…."
"이렇게 따뜻한 하나마루가 내 첫 친구라 나 정말 행복해."
"마루도 책밖에 모르는 이런 지를 어둠에서 빛으로 끌어 내준 루비가 첫 친구라 행복한지라."
"하나마루…."
"지도 책만 읽는 이런 지한테 친구가 생기리라 꿈에도 생각 못 했지라.그런 지한테 루비는 먼저 손 내밀고 함께 놀자 해줬지라."
"루비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혼자 도서실에 박혀있을지 모르지라."
"후훗,서로 같은 마음이네."
"지도 기쁘지라."
"하나마루,좋아해."
"지도 좋아하지라."
네 좋아해와 내 좋아해가 같은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말만으로도 기뻤다.
"루비는 그러고보니 머리 왜 잘랐는지라?"
"응,언니랑 겹치는 게 신경 쓰여서…."
"긴 머리도 잘 어울리는데 아쉽지라."
"하나마루가 좋다면 다시 기를까?"
"지는 어떤 루비라도 좋지라.루비가 싫다면 괜찮지라."
역시 넌 다정해.이런 너한테 반하지 않을 리 없잖아.
"하나마루도 다른 머리 해보면 잘 어울릴 텐데."
"지는 머스마 같아서 아닌지라."
"아닌걸! 이렇게 예쁜 남자가 어딨어!"
"부끄럽지라…."
"하나마루는 자신의 여자다움에 자신감 가질 필요가 있어!"
"왠지 불타지라."
"하나마루!"
"요시코!"
"그니까 요하네! 응,루비도 있네?"
"에헤헤,요시코도 놀러 왔구나."
"착각하지 말아줄래? 난 단지 내 리틀 데몬들이 타천 의식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뿐이거든."
"여전히 솔직하지 못 하지라."
"1학기 때 우리 언니 같네."
"…날 그 허당 학생회장이랑 같은 취급하지 말아 줄래!"
"우리 언니 허당 아니야!"
"윽…미안해."
"자자,싸우지 말고 같이 군고구마 먹지라."
"고…고마워."
"그래서 너희 뭐 하고 있었는데?"
"같이 군고구마 먹었지라."
"그거 말고!"
"그냥 옛날얘기였어."
"그래…그건 그렇고 내일 셋이 함께 영화 보지 않을래?"
"웬일이지라."
"우…우연히 표가 3장 생겨서 말이야.정말 우연이야!"
"요시코는 정말 솔직하지 못하구나."
"으읏…리틀 데몬 4호! 주인을 농락한 벌을 받아라!"
"삐깃!"
"둘 다 사이 좋지라."
아하하.
그래,아직은 이대로.하지만 언젠간.
아무도 안 궁금한 뒷이야기
P.S.1.소재는 어제 군고구마 먹다 생각났습니다.
P.S.2.요시코는 다이아 좋아한단 설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