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제 우칫치랑 말야."
"우칫치 얘기 오늘만 벌써 3번째야."
푸른 눈의 단발이 아름다운 소녀 와타나베 요우는 오늘도 귤을 좋아하는 소꿉친구 타카미 치카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있지있지,리코.그래서 어제 우칫치가…."
"정말 좋아하는구나."
"응!"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환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괜히 기분 좋아진다.
"치카,주말에 놀러 갈래?"
"우리 집 바빠서 못 가."
"그럼 리코는?"
"난 괜찮은데…."
"그럼 결정!"
신난 널 보며 내가 더 기뻐한 걸 넌 모르리라.
너랑 만나기로 한 날 전날에는 뭘 입고 갈지 너랑 뭘 할지 고민하느라 거의 잠을 못 이뤘다.
"리코!"
"요우!"
"헤헤헤,옷 정말 멋지네.대학생이라 해도 믿겠어!"
"고마워,그러는 요우도 멋진걸.선장님 같애."
"에헤헤,부끄럽습니다."
너한테 잘 보이려 잠도 설치며 고른 옷이라곤 부끄러워 말 못 했다.
"와아,개구리다 개구리!"
"으으…소꿉친구라고 둘 다 개구리 좋아하네."
"그치만 귀엽잖아."
"…네가 더 귀여운걸"
"부끄러운데…."
"어? 어? 어? 들었어?"
"칭찬은 고맙지만 말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진정했어?"
"응…그래도 너무 부끄러워…."
"아하하,그래도 리코의 이런 모습 보기 힘드니 고마운걸."
"놀리지 마."
"놀리는 거 아니야."
"…정말?"
"요우 선장 사전에 거짓말이란 없습니다!"
"후훗,믿어줄게."
"그건 그렇고 나 배고파.밥 먹자!"
"네네,선장님 분부대로 합죠."
"좋았어,식당을 향해 전속 전진요소로!"
"잠깐,너무 빠르다구!"
"잘 먹었습니다!"
"정말! 얼굴에 다 묻었잖아.숙녀면 좀 더 신경 쓰라구."
"아하하,정말 친절하구나,리코는."
"아부 떨어도 해줄 건 없다구?"
"아부 아닙니다!"
"네네,요우 선장님."
"자자,다음은 바다사자 보러 가자!"
"같이 가!"
"으음,정말 재밌었어."
"후훗,요우 선장님 덕에 저도 재밌었습니다."
"영광입니다!"
"요우,하나 물어봐도 돼?"
"뭐든지 괜찮습니다!"
"요우는 언제부터 우칫치를 그렇게 좋아한 거야? 저번에 보니 집에 우칫치 인형도 잔뜩 있던데."
"으음…그게 말이지."
아빠는 선장이라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신다.지금이야 이해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것 때문에 아주 쓸쓸했다.
어느 날 엄마와 같이 수족관에 놀러 갔다 어머니와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아무리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엄마가 보이지 않아 어린 마음에 혹시 엄마가 날 버린 건 아닐까 하고 불안한 생각이 들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마 돌아와!"
"훌쩍…훌쩍.앞으로 착한 아이가 될 테니 엄마랑 만나게 해주세요.훌쩍."
그때 웬 커다란 인형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훌쩍…누구야?"
그 인형은 내 손을 잡아주고 미아보호센터로 날 데려다줬다.다행히 거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엄마가 날 찾으러 와서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엄마,수족관에 그 대따 큰 인형 이름이 모야?"
"응? 우칫치 말이니?"
"우찌찌! 우찌찌가 날 구해줘써!"
"그래,정말 착한 우칫치구나."
그때부터 수족관에 갈 때면 항상 우칫치를 보고 인사했다.비록 우칫치는 한마디도 못 했지만,다정하게 내 말을 귀담아주었다.어쩌면 난 부족했던 아빠 몫을 우칫치한테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하,시시한 얘기지."
"훌쩍.아니,정말 감동적인 얘기야."
"우왓,리코가 왜 울어.뚝뚝."
"그런 사연이 있을 줄 몰랐어."
"하하,말하고 나니 왠지 부끄러운걸."
"저기 요우,나 한마디만 해도 될까."
"? 괜찮아,뭔데?"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온다.
"내가 너의 우칫치가 되도 될까?"
"…응?"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앞으론 내가 널 지켜줄게."
"좋아해,사귀자."
그 말을 들은 네 볼이 붉어진 건 노을 때문일까 부끄러운 걸까.
"대답해줄래?"
"이런 저라도 괜찮다면…."
"바보,너니까 좋아하는 거야."
노을에 비친 네 푸른 눈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워 정신 차렸을 땐 네 입술을 향해 내 입술을 포갠다.
고마워,우칫치.네 덕에 사랑을 이뤘어.
우린 그렇게 석양을 등지며 한동안 사랑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