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마러브 수고하셨습니다.첫 참가라 긴장해서 개장 전에 복통 상태라(입장 후에 나았습니다만)어떻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처음으로 소설책을 반포해드렸습니다.팔리는 순간이 더없이 행복.
병실 창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경치는 역시 친가와는 다른 신선미를 느끼게 한다.씩씩하게 달려나간 바다새들은 땅을 달리는 차로 변하고 무엇보다 바다가 보이는 쪽이 다르다.
난 그런 경치가 진정되지 않아서 할 수 있다면 지금 바로 이 병실을 뛰쳐나가서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싶었다.그렇지만 병원을 뛰쳐나가기 전에 붙잡혀버리겠지 난 그렇게 포기하듯이 어깨가 푹 처졌다.
오른 손목 염좌.오른발 골절.아아 정말 어째서 이렇게.난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 골절이 완치되고 집안을 도울 필요가 없어져서 간신히 복학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때 이야기다.아직 조금 남은 심부름으로 창고 찬장에서 짐을 꺼낼 때 난 운 나쁘게 접사다리에서 발을 헛디뎌버렸다.
굴러떨어진 순간에 손목을 그다음에 균형이 무너진 찬장이 와르르쿵하고 쓰러져서 발을.
돌이켜 생각하면 아버지가 골절된 원인도 이 접사다리에서 넘어진 탓이고.우리 집에서 이제 그 접사다리는『저주받은 접사다리』라고 야유받기 시작한 모양.그는 분명 지금쯤 어딘가에 묻혔을 터이다.또 누군가가 넓어진 발판에서 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결국 며칠은 병원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다.자주 쓰는 팔은 쓰기 어렵고 걷기 어렵고 불편해서 큰일인데.몸은 움직일 수 없고 밥은 밍밍하고 목이 마르면 1층 자판기까지 사러 가야 하는데 게다가 지금 있는 데는 4층이고.독실이라서 이야기할 상대도 없다.슬슬 경치도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한 번 눈치 못 채게 빠져나가 볼까.다행히 시간은 듬뿍 있으니까 생각하기엔 더할 나위 없으니 잘 될 방법은 과연 있을까.주무르던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던지고 손목이 안 아플 정도로 팔짱을 낀다.
응응하고 몸을 들먹거리면서 생각을 되풀이하니 흉계를 저지하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혼자 작전 회의를 바로 방해받은 기분이었다.「네」하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니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간호사분이다.그 순간 난 무뚝뚝한 얼굴로 맞이한 걸 몹시 후회했다.
「실례할게요.마츠우라 양,약 시간이에요」
자태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처진 눈썹.그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져 버릴만한 아름답고 정돈된 용모.간호사복 위에 걸쳐 입은 분홍색 카디건이 가련함을 한 층 더 끌어낸다.머리카락은 하나하나가 섬세한 비단으로 만들어진 듯 삭삭하고 흘렀다.
무심코 간호사분의 모든 것에 말을 빼앗겨버렸다.
「저기,마츠우라 양? 들려ー요」박힌 호박 2개가 불안한 듯이 날 붙잡는다.뭔가 말 안 하면 난처하겠네.
「아,아,죄송해요.멍해서」
난 간신히 의식이 이쪽으로 돌아온 것처럼 당황하며 겉꾸민다.그러자 간호사분은 안심한 표정으로「다행이야」그렇게 중얼거렸다.
「쭉 무서운 표정으로 이쪽을 보니까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해버렸나 싶어서」
「아아아뇨,천만에요.그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달까」
「후후,그게 뭐야」
――우와,웃었어.웃어도 미인이야.
무슨 일일까.뭔가 다음 말을 하지 않으면 대화가 계속되지 않는데 웃는 눈동자에 말이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그렇다고 해서 눈을 피하는 아까운 짓은 내가 할 수 없었다.
「자,여기 약.카난 쨩이라 불러도 되려나? 어쩐지 서먹서먹한 것도 싫고」
차례차례로 마치 제트코스터처럼 충격을 줘가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느끼면서 난 다소곳하게 꾸벅하고 끄덕였다.
난 지금 가슴이 찢어질 듯할 정도로 두근두근하다.
그럼 몸조심하세요 그렇게 고하고 돌아간 간호사분.
그 잠깐 한순간 밀회에 난 바닥이 보이지 않는 호수 속에 잠겨가는 기분이 들었다――호수 이름은 사랑이다.
그 명찰에 히라나가로 적힌『사쿠라우치(さくらうち)』는 어떻게 쓸까.간호사분이 이 방을 떠나고 나서 탈주계획을 잊고 그것만 생각했다.
*
「좋은 아침 카난 쨩.오늘은 왼손으로 쓰는 연습 안 해도 괜찮아?」
「이제 슬슬 오른손이 나을 테니 그만뒀어요.그리고 이제 슬슬 잊어주지 않을래요」
잠시 후 그 사람,사쿠라우치 씨와 난 조금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다.그렇게 된 계기는……가능하면 잊어버리고 싶다.
며칠 전,처음으로 간호사분과 대화했을 때 눈에 보인『사쿠라우치(さくらうち)』 명찰로 그 사람 성씨에 쓰이는 한자를 상상하고 익숙해지지 않은 왼손으로 공책에 적었는데,어느샌가 내가 공책을 편 채 잠든듯한데.
그때 우연히 타이밍 나쁘게 사쿠라우치 씨가 상태를 보러온 것 같다.다음으로 내가 눈을 떴을 때 공책에 더러운 글자로 써진『桜内』 부분에 커다란 동그라미와『이거야!』라고 넋을 잃고 볼 정도로 겉모양이 갖춰진 그것.내 글자가 아닌 걸 한눈에 알아버렸다.일본어를 잊어버리고 싶었던 건 그날이 처음이다.
하여간 그 까닭에 사쿠라우치 씨가 상당히 마음에 든(?)것 같아서 이렇게 매일 나에게 놀러 오게 됐다.그 탓에 매일 그렇게 놀림당한다.
사쿠라우치 씨가 말하기를「환자와 의사소통을 나누는 건 업무 일환」같다,궤변이라고 반론하고 싶지만,사실 부정은 할 수 없어서 분하다.단지 나만 특별히 돌봐주면 좋지 않다.환자는 그밖에도 있을 텐데.
「잊어버리라니 그건 좀 아까워」
「아깝지 않아요! 전 그저 글자 연습하는 김에 사쿠라우치(桜内)씨 성씨 쓰는 방식이 궁금했을 뿐이데!」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가슴 속에 무언가가 쑥쑥하고 자란다.맨 처음엔 무언가 착각이라고 정리할 수 있었는데 지금 와서는 때늦었다.터지기 전 풍선처럼 나갈 곳을 찾는다.
「그렇게 정색하고 대들면 설득력이 없다구?」
사쿠라우치 씨 손이 내 머리를 툭툭하고 쓰다듬는다.아이 취급하지 마.난 어금니를 더욱 깨물었다.
사쿠라우치(桜内)씨,사쿠라우치(桜内)씨.사쿠라우치(さくらうち)씨.
그런데도 사쿠라우치 씨 성씨가 머리속을 메아리친다.
*
「젊어서 상처 치유가 빠르구나」
오늘,오른손 붕대를 풀었다. 사쿠라우치 씨는 어딘가 섭섭해 보였다.
「젊다니……저랑 사쿠라우치(桜内)씨,그렇게 차이 안 나잖아요」
「카난 쨩,이 차이를 크지 않다고 느끼는 건 카난 쨩 정도 때뿐이니까 말야」사쿠라우치 씨 눈 안이 흐려진다.난 웃어넘기지 못하고 얼굴이 굳어졌다
「나이는 들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
사쿠라우치 씨는 하늘에 뜬 구름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구름은 크고 무거운 듯이 중력에 끌린다.어딘지 모르게 애수가 감도는 그 말에 나이 먹은 자신을 상상하고 겹친다.확실히 솔직히 기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할멈 같은 말 하네요」
「입에 붕대 감을래?」싱글벙글하고 돌아본 사쿠라우치 씨 눈동자만 웃지 않아서「농담이에요」그러고 눈을 피한다.「그러면 됐어」사쿠라우치 씨는 간신히 웃었다.
입에 붕대를 감아주는 쪽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느는데.자판기 밑에 잔돈을 떨어뜨린 듯한 조금이지만 아까운 짓을 한 기분이다.
*
아직 걷는데 지팡이가 필요하지만,자택에서 요양해도 상관없다는 판단이 내려와서 내일 퇴원이 결정된 날 밤 이야기다.달빛이 예뻐서 난 아직 소등시간도 아닌데 방 불을 끄고 몹시 갖고 싶은 듯이 하늘을 바라봤다.
결국 지금까지 사쿠라우치 씨에게 마음을 숨김없이 이야기하지는 못했다.한 마디만이라도 전해두면 좋았으리라고 내딛지 못한 자신을 미워했다.
하아.한숨만이 넘친다.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사실은 이해해도 그건 멈춰주지 않는다.
「사쿠라우치(さくらうち)씨」
아무래도 내 마음은 달에 사쿠라우치 씨를 겹치며 나직이 중얼거릴 정도로「불렀어?」하고 목소리가 들려도 깨닫는 게 늦어버릴 정도로 빠진듯하다.
「네……아니,사쿠라우치(桜内)씨!?」
어째서 사쿠라우치 씨는 언제나 좋지 않을 때만 찾아올까.
사쿠라우치 씨는 히죽히죽하고 웃음을 띠면서 나에게 다가왔다.식은 땀이 줄줄하고 멈추지 않는다.
「노크는 확실히 했는데 있지.옆에 있어도 돼?」
사쿠라우치 씨는 내 허가를 기다리지 않고 침대에 앉는다.난 목구멍까지 나온「가까워」그 말을 되밀듯이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달빛에 비친 사쿠라우치 씨는 몹시 어른스럽다.밤벚꽃처럼 투명하고 곱다.낮이나 조명 아래에서 사쿠라우치 씨를 볼 때보다도 더 두근두근해버린다.마치 심장이 직접 흔들리는듯하다.거품처럼 튀어가는 이성을 말리기 위해서 시선을 창밖으로 고정하지만,시끄럽게 맥박치는 소리가 단단히 사쿠라우치 씨 존재를 의식시켜준다.어쩌지어쩌지어쩌지.
「퇴원 결정됐구나」
긴장 속 소용돌이에서 끌어올리듯이 사쿠라우치 씨는 입을 뗐다.
표정은 웃는데 기쁘지 않은 듯하다.아첨하는 웃음처럼 무리해서 만든듯한 웃음.환자를 어떤 표정으로 배웅할 셈일까.그렇지만 난 그 표정에 초라하게 반응해버린다.나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듯이 보인다면 손이 닿을듯해서 기대해버린다.
「……내일은 여기를」
「그런가,허전해져 버리겠네」
난 사쿠라우치 씨 기억 속에 남을까.몇 달 뒤,몇 년 후,마츠우라 카난이란 존재를 기억해줄까.
어딘가 병원과 다른 곳에서 우연히 재회해서 불러세우고「누구신가요?」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문득 뇌를 달려서 조금 가슴에 통증이 감돈다.다시 생각하면 한 달도 못 채운 입원 생활이고 기억에 짙게 남을만한 사건은 존재하지 않는다.언제나언제나 사쿠라우치 씨와 대화 할뿐.함께 어딘가에 간 적도 없고 무언가를 함께 먹은 적도 없다.
이래선 잊혀버리지.하하 그렇게 마음속으로 메마른 웃음소리를 내봐도 그저 허무해질 뿐이었다.
문득 사쿠라우치 씨에게 시선을 보낸다.여느 때보다 처진 눈썹,고개 숙인 표정.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을까.
그건 내게 내린 마지막 기회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또 다른 내가 중얼거렸다.
「사쿠라우치(さくらうち)씨」
사쿠라우치 씨 양어깨에 손을 붙인다.닿은 순간 사쿠라우치 씨는 잠깐 한순간 뛸 뿐.드디어 되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다.긴장으로 뒤돌아볼 듯한 자신을 바로잡듯이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전,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있지.나도 그래」
어른의 여유일까.이쪽은 긴장으로 숨차 버릴듯한데 사쿠라우치 씨는 땀 하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장면에 익숙해졌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죄였다.한심한 자멸이다.
「그런 말 하면,정말로 기대해요」
「괜찮아,나도 지금 기대해」
그렇게 말하고 사쿠라우치 씨는 손을 내 손에 겹치며 조금 짓궂은 웃음을 띠면서 등 뒤로 몸을 쓰러뜨렸다.
달빛만 의지하는 이 방에서 우리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호수로 잠겨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 따위로 괜찮을까.자신이 고백해놓고도 겁에 질린다.그렇지만 이제 와서 주저하면 어쩌나.
분명 목표는 바로 옆에 있다.
「좋아해요,사쿠라우치(さくらうち)씨」
물속에 잠기듯이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대간다.거기에 따르듯이 사쿠라우치 씨 팔이 내 등을 돌아다녔다.놓지 않는다고 말하는듯해서 난 이 한없는 행복감에 만족해간다.
어른은 굉장하네.닿기만 할 셈이었는데 사쿠라우치 씨 혀가 갑자기 입에 잠입해서 언젠가 자신이 아이 취급당한 까닭을 수긍했다.
루비 쨩과 하나마루 쨩 기운찬 목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와서 난 팔에 놓인 무게를 조금 몸쪽으로 바꿔서 양손을 자유롭게 했다.방송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입술 앞에 손가락을 세우고 준비했다.잡담을 계속하면서 루비 쨩과 하나마루 쨩이 들어오고 나와 내 팔 안의 다이아를 발견하고 「어랏」 그런 표정이 된다.방송실 소파――학생회장 특등석에 내가 앉고,다이아는 내 가슴에 얼굴을 꼭 붙이고 잠들었다.
「쉬ー잇,다이아 자니까.볼일이라면 나중으로 미뤄줘?」
들릴 만큼 속삭이는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전한다.루비 쨩과 하나마루 쨩은 보면 안 되는 걸 봐버린 듯한 하지만 호기심은 쑤시는 그런 눈을 한다.그리고 그 눈을 서로 마주 보고――나와 똑같은 정도로 속삭이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천천히 방송실에서 떠나간다.
뭐,오랫동안 숨겨둘 만한 게 아니니까 언젠가는 말해야만 하겠지.특히 스쿨 아이돌부 후배는 얽힐 기회도 많고.하지만 어떻게 설명할까.여기에는 상당히 복잡한 사연이 있어서 이야기가 길어져 버리겠네에.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25분간,난 하나마루 쨩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했다.종소리가 울리고 팔 안의 다이아가 눈떴다.
「잘 잤어」
「…….언제나 죄송해요,카난 양.카난 양도 점심시간에 하고 싶은 게 많이 있을 텐데요」
「괜찮다구.다이아에게 도움이 되는 쪽이 기뻐」
방과 후 연습 뒤,일학년조를 붙잡고 조금 이야기한다.요시코 쨩은 점심시간에 없었지만 하는 김에 이 기회에 말해버리면 한 번에 끝나니 편하지.
「불면증!? 언니가!?」 그렇게 깜짝 놀라는 루비 쨩.그래,걱정을 끼친다는 의미 모를 이유로 다이아는 이 오래된 고민을 가족에게도 숨긴다구.「예전부터 말야.――밤에도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그게 카난 쨩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라?」「어쩐지 내 곁에선 잘 수 있는 것 같다구」
세 사람 다 반신반의.아무래도 나한테서 최면물질이 나오는 것 같고 그 특이체질 탓에 실은 FBI 스파이가 신병을 노린다 그런 농담을 하는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농담농담.사실은 아마 내 심박 수가 관계있지 않을까 그렇게 둘이 함께 그렇게 결론지었는데」
손목 맥을 루비 쨩과 요시코 쨩이 손대게 해준다.「정말이야! 루비보다 느려!」 그래그래.스포츠심장인 것 같은데 달리거나 헤엄치거나 하는 사이에 심장이 강해져서 보통보다 적은 심박 수면 되는 것 같다구.「멋지지라…」
「그 느린 박자에 피로를 푸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들려주면 다이아는 바로 잠들어버린다구」「…그,그만,잠ㄲ,놓으라곳!」 싫어하는 요시코 쨩을 억지로 끌어안고 언제나 다이아를 재울 때와 똑같은 자세를 잡는다.「그런 이유로 자주 방송실에서 그렇게 다이아의 낮잠에 어울려주는데……뭐,그런 거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방송실에 볼일이 있을 때는 조용히 해주면 기쁘려나아?」 일학년은 모두 착한 아이니까 응응하고 끄덕여준다.
이야기는 끝.해산.요우와 이야기하면서 귀가길 비탈길을 내려가니 선두를 가는 일학년 세 사람 이야기가 들려온다.「그래도……정말로 그런 이유일까」「뭐가 말인지라」「사람 팔에 안겨서 잔다니 상당히 상대를 신뢰하거나 무언가 특별한 감정이 없으면 못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남자친구라든가」「또또~남자친구라든가 없는데 그런 말 하는지라」「딱히 말하는 정도는 괜찮잖아!」
아하하.다이아가 나에게 특별한 감정? 없어없어.그렇지 않다고,우리.요시코 쨩은 재밌는 말 하네에.
그다음 날부터 난 감쪽같이 다이아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게 돼버렸다.다이아가 팔 속에 있으면 이상하게 의식해버리고……고동이 빨라져 버렸다.
💞
다이아의 불면증이 시작된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무렵이었다.다이아가 드물게 수업 중에 꾸벅꾸벅하는 걸 발견하고 어쩐지 걱정돼서 말을 걸었다.
「드문 일이잖아」
「이따금 이래요.……요즘은 환경이 변해서 수면 부족이라」
다이아 집에 관습이 많은 건 알았다.그 관계로 상당히 밤늦게까지 뜬눈으로 있는 것 같아서 그 뒤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자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잖아? 그럼 시간이 잔뜩 있으니 이득이지 않아?」
「그렇지도 않아요…」
자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데 잠이 안 오고 어질어질한 머리를 쭉 떠안고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겨우 잠들었다 싶어도 약간의 소리로 곧바로 현실로 돌아와 버린다.――다이아는 불면증의 괴로움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가여웠다.불면증은 좀처럼 낫지 않고 계속됐다.학교에서 만난 다이아는 억지로 긴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려서 보면 조금 애처로웠다.성적도 중학교 무렵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졌을 것 같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서 난 어느 날 다이아에게 누마즈에 쇼핑하러 가자고 권유했다.오래간만의 외출이라 두 사람 다 꽤 힘이 넘친 의상으로 버스에 올라탔다.무엇을 살 예정인지 사전에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버스 안에서 이야기하고 그걸 들은 다이아는 난색을 보였지.
「그건 어떤가요? 이렇게 젊을 때부터 약을 먹으면 의존증에 걸려버리지는 않나요? 게다가 평판도 나쁘고 부작용도 걱정되고요」
「괜찮다구.넷에서 조사했는데 요즘 시대에는 부작용이라든가 의존성이라든가 없는 수면 약이 확실히 있대.확실히 약제사 있는 약국에서 상담하고 사면 괜찮다구」
넷에서 조사한 임시변통도 괜찮은 지식이라고 설명하는 나와 반신반의한 채 쭉 변하지 않는 다이아.몹시 망설이다 결국 다이아는 수면 약에는 의지하지 않는다고 결단을 내렸다.일부러 오래도록 이야기를 들어준 약제사분에게 미안하다구.
그 귀가길 버스에서 다이아가 내 어깨에 기대왔다.버스는 우치우라를 지나갔다.종점에서 할 수 없이 다이아를 깨웠다.반환 버스는 없어서 전화해서 부모님이 마중하러 오게 됐다.바쁜 것 같아서 1시간 정도는 기다리라고 했다.해안 주위에 있는 벤치에서 다이아는 또 잠들었다.행복한 듯이 곤곤하게 잤다.마중하러 온 차 안에서도 다이아는 잤다.차에서 내리니 다이아는 어쩐지 조금 산뜻해 보이는 얼굴을 했다.
「추태를 드러내 버렸어요」
「그래? 잠자는 얼굴 예뻤다구」
「정말!」
「진짜진짜!」
「……카난 양과 있으면 어쩐지 안정되는 것 같은데」
「혹시 자고 싶어지면 언제라도 아무쪼록.가슴은 줄지 않으니 바로 빌려줄 수 있다구」
그다음에 다이아는 미안한듯하면서도 날 수면소 대신에 이용하게 됐다.그 자존심 높은 다이아가.……불면이 정말로 괴롭구나.
나도 딱히 다이아가 팔 안에서 자는 건 싫지 않았고 다이아에게 도움이 되는 건 기뻤다.이따금 낮잠을 자게 돼서 전까지의 무리하는 느낌은 없어졌고 성적도 회복됐다.
💞
그래,나랑 그런 식으로 하며 다이아는 지금까지 지내올 수 있었는데.내가 그걸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후배의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에 뭔가 내 안에 스위치가 들어가 버리고 그건 누르면 취소할 수 없는 스위치였다.
다이아가 여느 때처럼 약간 흐릿한 잠에 기대를 드러낸 눈동자로 날 들여다볼 때 난 자신의 안쪽에서 펑펑 솟아 나오는 불같은 두근두근을 억누르는데 필사적이었다.몸 접촉은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해서 지금까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길 수 없게 됐다.다이아의 무게를 몸으로 받아내고 어떻게든 평상심을 지키려고 크게 심호흡했다.몇 번이나 심호흡했다.
세찬 고동을 전신으로 느끼고 한심하다.
팔 안의 다이아가 자는 체하는 건 알았다.눈가는 조금 움직이고 흔들리는 몸에는 힘이 들어갔다.다이아는 잠을 청하고 내 등에 손을 돌리고 끌어안았다.그래서 심박 수가 뛰어올라 버린다.소파 위에서 괴로움에 안달하는 사이에 종소리가 울린다.
「카난 양.오늘도 고마워요」
날 신경 쓰는지 다이아는 푹 잠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말한다.난 부끄러워져서 눈을 숙인다.
그런 나날이 계속된다.다이아는 또 수업 중에 멍하게 됐다.초점 안 맞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본다.나와 눈이 맞으면 방향을 딴 데로 돌린다.다이아에게 도움이 되지 않게 돼버려서 분했다.자신의 심장은 자신의 것인데 어째서 뜻대로 되지 않을까? 심할 때는 두근두근이 밤까지 계속됐다.다이아 얼굴을 생각해내면 나까지 못 자게 됐다.점심시간 습관은 계속됐지만 그건 수면으로 이어지지 않고 헛되이 서로 껴안기만 하는 헛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모인 마음이 억누를 수 없게 돼서 난 다이아 볼에 눈물을 흘려버린다.다이아는 곧바로 눈을 뜨고 손수건을 꺼내서 나에게 줬다.그다음 생각해낸 것처럼 손등으로 자신의 볼을 닦았다.
「미안해,다이아.나,이상해져 버렸어.이제,지금까지처럼,다이아가 안심하고 잘 수 있는 곳이 아냐.다이아에게 도움이 될 수 없게 돼버렸어.미안해.전부 내 탓이야」
「카난 양.……실은 저,요즘은,이제……잠잘 수 있는지 어떤지는 아무 상관 없어요.그보다,전」
다이아가 날 똑바로 응시했다.조금 고개를 갸우뚱하며 각도를 만들었다.머리카락이 펄렁하고 흔들리며 좋은 냄새가 났다.입술과 입술이 서로 닿았다.
잠깐 그대로 둘이 함께 말 않고 서로 바라봤다.점심시간 끝나는 종소리가 울렸다.
「카난 양……어쩐지 카난 양도 수면 부족이지는 않나요? 눈이 흐릿한 색이라구요?」
「그건 다이아가……그게,그런 짓 해서잖아」
「카난 양이 괜찮다면 지금부터 함께 자지 않을래요?」
「그건 무슨 소리?」
「저만 재워줬으니 언제나 불공평하다고 느꼈어요」
오후 수업은 땡땡이치고 둘이 함께 보건실로.우라노호시에는 상주하는 양호교사가 없다.……폐교 직전 고등학교에도 장점은 있구나.딱딱하고 좁은 침대에 둘이 함께 잠입해서 쉬트를 뒤집어썼다.
또 그대로 잠깐 둘이 함께 나란히 누웠다.자지도 않지만.
「있잖아,다이아」
「카난 양?」
「역시 안 된다구.심장이 두근두근해서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럼……잠이 잘 올 만한 일을,하지 않을래요?」
침묵.견딜 수 없게 돼서 다이아가 「……전 본래,이런 말하는 유형의 사람은 아닌데요」 그렇게 변명한다.세일러복 안에 뜨거운 손이 들어오고 다이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내 심장 소리를 듣는다.나도 쭈뼛쭈뼛 다이아의 고동을 확인한다.
졸림과 또 하나.……자연스러운 두 욕구에 몸을 맡긴다.놀랍다.……두근두근과 졸음은 정반대 감각이 아니라 역으로 조금 궁합이 좋을지도 모른다.따뜻한 바다에 둘러싸여 떠오르는듯한 상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