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생이고,좀 더 관계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자연히 볼이 풀어진다
「리코 쨩,혹시……나를 싫어해?」
「싫…달까,전혀 몰라서…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이네요」
「……리코 쨩은 인기 있지」
「카난 언니 정도는 아니에요」
치카 쨩과 요우 쨩에게 들은 이야기론 카난 언니는 학교에서도 다이빙 가게에서도 인기 있는 것 같다.그것 자체는 이해가 됐다.카난 언니는 스타일도 좋고,성격도 소꿉친구가 관계되지 않는 한은 시원시원하고 멋있다.좋아하게 되는 쪽 마음도 모르지는 않는다.
「하,하여간……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말 안 해요,저랑 카난 언니만의 비밀이네요」
「…다행이야…」
한 시름 놓은 표정에 덜컥 가슴이 뛰었다.
조금이지만 식어버린 핫 코코아는 처음에 마실 때보다 훨씬 달게 느꼈다
그날부터 카난 언니랑 이야기할 기회가 늘었다.
지금까지 몰랐던 걸 많이 가르쳐줘서,내 안에 카난 언니의 지식이 늘어가는 게 기뻐서 어쩔 수 없었다.설령,그 지식이 치카 쨩을 비롯한 소꿉친구가 아는 거라도 난 기뻤다.
그리고 깨달으니 난 카난 언니를 눈으로 좇게 됐다
좋아한다고 자각은 아직 하지 못 했지만,아마 이때는 좋아하게 된 것 같다.명확히 좋아한다고 인식한 건…카난 언니에게 꽉 껴안긴 때였다.카난 언니는 자타공인하는 허그마다.별일 아닌 평소대로 스킨쉽할 셈으로 나에게 부둥켜안겨 왔을 것이다.
그런데도 난…내 가슴은 몹시 크게 울렸다.
기온은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는데 얼굴과 몸이 뜨거워져서,정말로 열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새빨갛게 됐을 터.걱정한 카난 언니가 들여다봐 와서,그 예쁜 얼굴이 지근거리까지 바라봐와서.겨우 자신이 카난 언니를 좋아하게 됐다고 자각했다.
상대가 카난 언니여서인지 속이는 건 간단했다.평범하게 「카난 언니가 갑자기 부둥켜안아 오니까 부끄러웠어」라 말하면,마리 언니에게 「익숙하지 않은 하급생에게 부둥켜안기면 안 된다고 했지」라고 혼나는 카난 언니가 있고.미안하지만,모두의 시선이 그쪽에 향해줘서 살았다고 느꼈다.
그게,이런 세상에서 보면 이상한 마음,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으니까.깨우칠 수도 없으니까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치카 쨩에게도 「당신 소꿉친구를 좋아하게 돼버렸어」라니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유는…동성끼리니까.나 자신은 전혀 그런 것에 편견은 없다.연애하는 방법 같은 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결론짓는다.하지만,그건 나 개인의 이야기며,치카 쨩과 다른 멤버가 받아들여 줄지는 모른다.
그래서,말할 수 없다.기분 나쁘다고 여겨지고 싶지 않다
자기중심적인 줄 아는데,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고 느낀다
마음을 자각하고부터 나날은 대부분 변하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 좇는 정도로 극히 드물게 닿고 싶다고 느끼지만 부둥켜 안겼을 때 일을 생각해내면,그런 마음은 사라져버린다.
애초에 사귀고 싶다는 주제넘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마음을 전하는 일 따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바꾼 건 요우 쨩이었다
기분이 나쁜 듯한 요우를 보건실까지 데려가서,연약한 눈으로 질문받았다.
「리코 쨩은,카난 쨩을 좋아해?」
들은 직후,상대에게도 전해져버릴 정도로 동요했다
분명히 「그래요」라는 듯해서,속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눈앞의 요우 쨩 안색이 단숨에 나빠지고,입가에 손을 붙였다.
토할 것 같단 건 몸짓으로 전해져서 매우 당황해서 보건실에 놓인 통을 요우에게 건네줬다.기분이 나쁜 듯이 토해내 가는 요우의 등을 문지르며,문득 생각했다.
혹시,요우 쨩은 내가 동성을 좋아하게 된 걸 혐오해서 구토한 건 아닐까 하고…
온몸의 혈기가 빠져가는 걸 느꼈다.다 토한 요우 쨩에게 수건을 건네주자 작은 목소리로 「미안…」이라고 사과했다.
「괜찮은데,요우 쨩은 괜찮아? 역시,선생님을…」
얼굴을 향하지 않고,뒤돌아보자 동시에 「기다려…」라고 가냘프게 팔을 잡혔다.돌아보자 아까보다도 후련한 표정인 요우 쨩이 똑바로 나를 바라봐서.무슨 말을 들을지 무서워졌다.
「그 전에 아까 질문,대답해줘…」
「……내가 카난 언니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응…」
어쩌지,솔직히 말하는 쪽이 좋아?
아니면 속이는 쪽이 좋아?
하지만,속이려 해도 아까 일로 들켜버렸을 터.그렇다면 이제 차라리 말해버리는 쪽이 편하게 될 것이다.
본인에게 고백하는 게 아닌데 긴장해서 입술이 떨렸다.내가 몇 번인가 심호흡하는 사이에 요우 쨩은 한 번 더 수건을 입가에 억눌렀다.
「……그렇네,좋아해.아마 요우 쨩이 생각하는…친구가 아닌 좋아한다는 의미로…」
이걸로 전해졌을 것이다…
뭐라 들릴지 불안에 휩싸이자 요우 쨩 손이 내 팔에서 떨어져 간다.거절당했어…?라고 생각하며 요우를 봐도 고개 숙여서 뭘 생각하는지 모른다.
울먹거리게 되는 걸 필사적으로 견뎠다.지금이라면 아직 되돌아올 수 있단 걸 알았는데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려는 찰나,요우 쨩으로부터 의외인 한 마디가 날아왔다.
「응원해…」
아마 잘못 듣지 않았다.
응원해란 건…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그렇게 확인하고 싶었지만,요우 쨩 몸 상태가 나쁜 듯한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내가 요우에게 할만한 말은 뭘까라며 어휘력 없는 머리속을 찾았다.그리고 찾은 말을 요우에게 던졌다.
「고마워….그런데,그 전에 몸 상태를 좋게 해야지」
그것만을 전하고 커튼을 열고,닫았다.보건실을 나가자 요시코 쨩이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왠지 쏘아보는 느낌이 드는데,기분 탓…이지
「…빨리,여기에서 물러나」
「엇?」
「됐으니까」
「으,응…」
여느 때와 분위기 다른 요시코 쨩에게 작게 끄덕이고,보건실 앞에서 물러났다.한창 교실까지 돌아가다가,문득 뒤를 보자 요시코 쨩은 보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단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문에 기대며 매달릴 뿐이었다.
뭔가 있단 건 명백했다.그치만,그걸 내가 물어도 되는지 몰라서 못 본 척했다.
오전 수업은 정말이지 집중할 수 없었다.요우 쨩이 걱정됐으니까
상당히 기분 나쁜 듯했는데,괜찮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5교시와 6교시를 보냈다.그건 치카 쨩도 같은 듯 해서 수업 중,몇 번이나 요우 쨩 책상을 바라봤다.오늘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려 퍼지자,치카 쨩이랑 둘이 함께 요우 쨩 이야기를 하자,문이 열리며 타이밍 좋게 나타난 요우 쨩.
엎드려서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여전히 기분이 나쁜듯했다.자리에 앉은 요우 쨩에게 치카 쨩이 「괜찮아?」라고 말을 걸어서 나도 「오늘은 빨리 돌아가서 쉬어」라고 전했다.
「고마워」
엎드려서 돌아온 목소리는 몹시 연약했다.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면 해.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요우 쨩에게 나도 치카 쨩도 그 이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때마침 선생님이 들어와서 HR이 시작했다.그게 끝나자 치카 쨩이 「자,부실로 가자!」라고 힘차게 일어섰다.그것과 동시에 치카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겍,미토 언니한테서……」
「미토 언니,무슨 일?」
「………으으,집 심부름하라고 들었어어…」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봐오는 치카 쨩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집 심부름이라면 어쩔 수 없어.치카 쨩은 가방을 한 손에 들고 「그럼,치카는 먼저 돌아갈게!」라며 교실을 나갔다.문득 시선을 내리자 요우 쨩 모습이 상당히 이상했다.가냘프게 일어서서 교실에서 나가려는 요우 쨩의 팔을 돌연히 잡았다.
이런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듯한 상태인 요우를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요우 쨩,함께 돌아가자」
분명히 싫은 듯한 목소리로 「엇…?」이라 들려오지만 신경 안 쓰는 척을 하고 말을 이었다.
「…걱정되니까,알겠지?」
「아니,괜찮아…….리코 쨩은 연습에…」
「아ー,연습 말인데…오늘은 쉬게 됐어」
치카 쨩에겐 전하기 전에 돌아가 버렸지만 말야
쓴웃음을 지으며 고했다.그리고 마리 언니는 이사장 일,학생회장을 은퇴한 다이아 언니는 그걸 감시,하나마루 쨩은 급한 볼일,루비 쨩은 열로 학교 자체를 휴식,인원이 모이지 않은 가운데 연습을 해도 할 수 없어서 쉬게 됐단 걸 전했다.
「그러니,함께 돌아가자? 괜찮다면,간병해도…」
「아,알았어…! 함께 돌아갈 테니,간병은 사양해둘게…」
「그래……」
간병은 뻔뻔스러웠네…
요우의 팔을 끌고,교실을 나갔다.어느 쪽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승강구에 도착해서,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걸 깨달았다.
「요우 쨩,우산은?」
「아ー,실은 집에서 잊어버렸……」
도중에 요우의 목소리가 끊겼다.천천히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가슴이 크게 울렸다.
정말 좋아하는 카난 언니가 서 있었으니까
그런데,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된 걸까라고 생각하자 요우 쨩으로부터 「카난 쨩,우산이 없어서 곤란한 것 같아…」라 들어서,언니의 표정이 의미가 이해됐다.동요하는 나에게 요우 쨩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줬다.
「리코 쨩 우산에 들여주자」
「하지만,내 우산에 세 명이나 들어오려나…」
접는 우산 정도는 아니지만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우산을 바라보고,눈썹이 떨어졌다.
카난 언니에겐 미안하지만,요우 쨩이 걱정되고,이번엔 못 본 척을 할 수밖에 없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자 요우 쨩은 또 도와줬다.
「나,사물함에 둔 거 잊었어….난 내 걸 쓸 테니까 리코 쨩 우산에 카난 쨩을 들여줘!」
「그,그럼,카난 언니랑 둘이 함께 기다릴게…!」
「안 기다려도 되니까,둘이 함께 돌아가!」
「하지만…」
「응원한다고 했지」
깜짝 놀랐다.역시 그때 말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어깨에 손을 얹고,얼굴을 들자 슬픈 듯이 웃는 요우 쨩이 서 있어서 가슴이 아팠다.
어째서,요우 쨩이 그런 얼굴을 해?
묻고 싶은데,물으면 안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입을 다문다
「리코 쨩,힘내!」
이어서 들은 「바이바이」란 말이 여느 때랑 다르게 들렸다.달려가는 작은 등을 바라보며 「고마워…」라고 중얼거렸다.돌아보니 아직도 곤란한 표정으로 비 오는 하늘을 바라보는 카난 언니가 있어서,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