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o「별똥별을 붙잡아줘」 러브라이브/소설2018. 12. 22. 23:04
작가 코멘트
에리마키가 헤어지고 다시 들러붙는 이야기입니다
『해외이전이 정해졌어』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오래간만에 만난 연인에게 세상 이야기도 그럭저럭 그렇게 숨김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전에도 그런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때는 어디까지나 【그럴지도 몰라】 그런 이야기였는데
만나지 못한 사이에 그 회사에서 그 이야기는 흐지부지되지 않고 실현된 것 같다
그치만 그걸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서론을 말하고 고해오면
대강 예상은 된다
예상은 되지만
어딘가에 예상이 어긋났으면 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앞의 그는 쓴웃음 지으면서
이미 추측해버렸을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고해왔다
『거기에 나도 가게 됐어』
응 역시…
그렇게 낙담하면서 그때 나는 어떤 표정을 띠었을까
연수의로서 일하기 시작하여
지식을 집어넣는데 필사적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낸 나
완전히 지쳐서 제대로 표정을 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칼칼하게 마른 목소리로 그래…그렇게 돌려준 건 기억한다
당장 가지 마
날 혼자 두지 말라고 간청했다면 뭔가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와서 솔직해지지 못 하는 성격과 자존심이 방해해서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대로 에리는 섭섭한 듯이 웃으며 이렇게 고해왔다
『언제 일본에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우리 이제 헤어지자?』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
멈춘 건 내 사고뿐이고
째깍째깍하고 조용히 시계는 움직였고
너무 조용해서 에어컨이 가동하는 조그마한 소리라도 확실히 들렸다
이제 헤어지자
이제,였다
마치 질질 타성으로 사귀었던 것처럼
허전한 생각이 들게 했고
나도 허전했다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 없어서
미안한 죄책감이 언제나 붙어 다녔고
에리가 그렇게 말한 건 내 탓이다
이동하면 에리의 세상이 넓어져서 분명 좋을 것이고
그 세상에서 난 없어진다
난 그저 추억이 된다
기다려줄래? 그런 말을 듣는다면 얼마든지 기다리는데
언젠가 널 만날 때까지 얼마든지 힘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해주지도 않네
나중에 생각하면 내 그 수동적인 자세가 언제나 좋지 않았다
내가 솔직해지지 못 하는 성격이라고 에리는 알았을 터니까
그렇게 믿는다고 하면 듣기엔 좋지만
실제로 내가 한 짓은 에리의 다정함에 응석 부릴 뿐이라 에리를 쭉 방치했다
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나를 제일 이해해줬으면 하는 사람에게
옆에 있어 주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
체면을 상관하지 않고 매달릴 수 있다면
정말로 좋아한다면 전해야 했다
보기 흉해도 되니까
네가 좋다고
옆에 있어 줬으면 해
혼자 두지 마
네가 없으면 난 안 돼
언제나 본심을 마음 서랍에 집어넣으며
멋대로 꺼내길 기다렸다
미움받을 말을 마구 하면서
이해해주는 게 기뻤다
아야세 에리가 없는 세상에서 난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
살 수 있을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내 입에서 나온 건
그래,그렇게 짧은 한마디에
앞으로도 건강히 지내
무리하지 말고 말야
언제 떠나? 적어도 송별 정도는 시켜줘라니
그런 말밖에 못 했다
어쩌면 에리는 기다렸을지도 몰라
내가 에리를 필요로 한다는 말을
가지 말라는 한 마디를
하지만 그런 말 할 수는 없잖아
그게 에리는 내가 만약 그런 말을 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해버릴 것 같은걸
간단히 손 떼버릴 것 같은걸
난 에리에게 뭔가를 요구받고
손 뗄 수 있을까
이미 다양한 것에 칭칭 얽혀서
분명 꼼짝도 못 했겠지
에리도 분명 그걸 알았다
척척 헤어질 준비가 진행됐고
마지막으로
행복해져 그런 대사와 함께
이마에 키스하고
우리 관계는 무엇이든 끝났다고 이때가 돼서야 간신히 실감했다
바보였다
정말로 바보였다
행복이 뭐야?
좋아하는 사람과 쭉 함께 있는 거 아냐?
좋아했다
바보처럼 좋아했다
난 이 사람과 행복해지고 싶었다
이 사람 옆에 있는 게 행복했다
난 스스로 그 길을 막았다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그저 응석 부릴 뿐이었다
난 무엇 하나 에리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학생 시절
둘이 함께 손을 잡고 별을 봤다
많은 별똥별이 보이는 날이었다
쭉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그렇게 외친 에리에게 바보아냐 그렇게 돌려준 나
정말로 바보였던 건 나다
내가 정말로 원했던 건 뭐였지?
별이 총총한 하늘에 빈 건 뭐였지?
말하지 않았지만,똑같이 에리와의 미래였을 터이다
에리와 헤어졌다고 내 인생이 끝나진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아침은 오고
낮도 오고 밤도 온다
갠 날도 흐린 날도 비 오는 날도
가끔 태풍이나 눈이 내리거나
당연하지만
내 세상 일부가 사라져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무기력해질 틈도 없을 정도로 일은 바빴고
그쯤도 에리와 헤어지기 전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마음에 뻥 구멍이 뚫린다고 자주 듣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고
상실감에 잠길 틈도 없었다
여전히 집에는 자러 돌아갈 뿐
애초에 돌아갈 수 있는 날도 좀처럼 없고
무리해버리면 안 된다구
내가 없는 곳에서 쓰러지면 이제 간호해줄 수 없으니까
헤어졌는데
때때로 그런 메일이 도착한다
어째서 이 사람은 그렇게까지 사람에게 다정할 수 있을까
다정하게 해주지 못한 나 따위에게
난 바쁘다는 이유로 메일을 돌려주는 것도
전화도 못 하고
그런 자신이 정말로 싫은데
하지만 이제 와서 변할 수도 없었다
그치만 상관한다면
그저 허전함을 느낄 뿐이잖아
에리는 이제 없어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나러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냐
정말로 손이 닿지 않게 되고 나서
만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니 정말로 속수무책이다
악착같이 일하며
이제 잃을 게 없어진 나는 아무 사양 않고 무리하고(돈이나 사는 곳은 있으니까 조금 다르지만)
가끔 쓰러지고
부모님이나 어디에서 듣고 알았는지 린이나 니코 쨩에게 야단맞고
겨우 멈춰서서 별을 우러러볼 정도의 여유를 가지게 됐을 때는
에리와 헤어지고 3년 정도 지났다
정도라고 말한 건
헤어지자고 들은 날짜도
여자친구가 없어진 날짜도 기억 못 하니까
보통 헤어진 날 따위 확인 안 하잖아?
아마 3년…정도려나…그런 느낌
에리와 헤어지고 뭔가가 변했는가 그런 말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실은 전 연인이 되지만
그저 친구,선후배란 관계로 돌아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에리한테 친구로 돌아가자 그런 말을 들었다면 분명 떠보고 다시 만나자는 건가 그렇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게 싫어진 게 아니었으니까
좋아했고,지금도 좋아한다
행복했을 때를 생각해내면 가슴이 단단히 죌 정도로
기동시켜둔 디지털 포토 프레임 데이터에는 여전히 에리 사진이 태반을 차지해서 행복한듯한 얼굴로 눌러앉았다
우연한 순간
그걸 멍청히 응시하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에리는 어떨까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을까
어쩌면 연인이 있거나
더구나 결혼이라든가 아이까지 있다면 어쩌지
있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그치만 그런 모습을 봐버린다면
난 똑똑히 서 있을 수 있을까
미안해
난 너를 행복하게 할 수도 없었고
행복을 바라지도 못 해
차라리 싫어하게 되면 나았을걸
하지만 그건 무리고
분명 난 앞으로도
에리가 남긴 물건이 넘쳐흐르는 여기에서 꼼짝할 수 없다
『천체관측이 좋은 마키 쨩.오늘은 무슨 날일까ー요?』
엉뚱하게 노조미가 자주 보내는 메일
이번엔 그런 내용으로
내용을 보고 어렴풋이 생각하니
응,오늘은 유성군의 날이야 그렇게 생각해낸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부터 올해 관측일이라든가 시간대라든가 구름 움직임이라든가
뉴스 속보란에 실렸던 느낌이 든다
별똥별이라 오랫동안 못 봤네
가끔은 바라볼까 그렇게 답장하자
곧바로
『소원은 정했어?』
그런 답장이 와서
뭐야 그게 그렇게 가볍게 웃어버린다
사라지는 별에 부탁할만한 소원은 없다
별에 소원을 그렇게 흔해빠진 아름다운 말로 마음을 달랠 정도의 아름다운 감정 따위 남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가지를 생각한 탓인지
일이 끝난 한밤중
난 자택 맨션 발코니 난간에 기대서 멍하니 별을 우러러봤다
조사해봤더니 올해 관측조건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확실히 잘 보이는 때와 비교하면 깨끗하다
보이더라도 무엇인지 보인듯한 느낌이 들어…? 그런 수준이고
이전에 봤을 때와 비교해서 시력이 떨어진 것도 관계있고
특별히 기대한 게 아냐
혼자서 봐도 뭐 예전엔 혼자라도 즐길 수 있었지만,누군가와 보는 쪽이 좀 더 즐겁다고 알아버리고 나서는
혼자서 본다면 따로 보지 않아도 괜찮으려나 그렇게 여기게 됐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저 왠지 모르게 노조미에게 말을 들어서 할 마음이 들었을 뿐
정말로 그것뿐
고등학교 시절 내가 지금 나를 본다면 뭐라 말할까
분명 뭐 하는 거야 바보 아냐 그렇게 화내겠지
그때보다
키가 자라고
지식이 늘고
할 수 있는 게 늘어난 셈이라도
마음은 자꾸 불편해졌을지도 모른다
에리가 좋고
에리도 나를 좋아해주고
그것뿐이면 됐을 텐데 말야
베란다에 나가기 전에 달인 커피는 완전히 미지근해졌다
결국 인스턴트이지만 풍미도 완전히 빠지고 맛없어졌다
어딘가의 단 걸 좋아하는 누군가가 아니라도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네,그렇게 웃어버린다
난 언제까지 이럴까
에리는 건강히 있을까
지금,당신이 눈을 감으면 머리에 떠오르는 건 누구?
난 여전히 당신이야
좋아했어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가르쳐줬어
이제 맨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라도 괜찮을 것 같아
그래도 그런 말 할 기회는 이제 없겠지
하아…그렇게 내뱉은 한숨은 하얗게 무산되고
슬슬 방에 돌아가지 않으면 내일에 지장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돌아가려 하자
주머니에 넣은 스마트폰이 진동을 전해온다
대충 노조미가 봤어? 그런 메일을 보내왔을까
안 보였고 추워서 헛수고야 그렇게 돌려주자 그렇게 결정하고
화면을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표시된 건 착신화면
발신자는 아야세 에리
「…어째서…」
헤어지고 나서 한 번도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고등학교 시절 에리 솔로를 들어버릴까 싶었지만
그러면 허전함을 조장시킬 뿐일 것 같아서 멈췄다
울어버릴 자신도 있었으니까
아니 그보다 어째서
쭉 계속해서 울리는 그것에 난 허둥지둥하며 한쪽 손은 스마트폰 다른 한쪽 손은 머그컵을 들면서 우왕좌왕했다
어쩌지
이만큼 오래 걸었으니까 분명 잘못 걸린 전화는 아닐 터
그보다 잘못 걸린 전화였다면 저주한다
거짓말이지만
「응!?」
오랜만에 이런 큰 소리를 냈다
미묘하게 이웃에 폐야
아니 그건 상관없다
그보다도 너무 당황해서
통화버튼이 아니라 거부 쪽으로 밀어버렸다
아니,아니야!
도대체 지금까지 전혀 전화 따위 걸어오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걸어주는 쪽이 잘못 아니야?
그렇게 책임 전가 본보기 같은 걸 생각하고
부랴부랴 머그컵을 베란다에 놓인 벤치에 두고
두 번 깊게 심호흡하고
겁내면서 전화를 다시 걸었다
호출음이 여느 때보다 귀에 울리는 느낌이 든다
자신은 오랫동안 안 받은 주제에 겨우 몇 번으로 빨리 받으라고 그렇게 염치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서 이어진 소리
『……………』
어째서 무언이야!
「……여보세요……?」
에리가 말하지 않으니까 겨우겨우 짜낸 목소리는 차가운 겨울 하늘 아래 내뱉는 숨과 함께 사라져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작았다
『………거부당한 게 처음이라 좀 울뻔했어』
입을 열자마자
그런 목소리를 듣고
울뻔한 건 이쪽이야! 그렇게 외치고 싶어진다
에리다
아야세 에리다
목소리만 들어도 이만큼 웃게 된다
나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엉겁결에 웅크려 앉아
입술을 악문다
안 돼
울어버리면 안 돼
태연한 척해야 해
안 그러면 에리가 곤란하잖아
「미…안.잠깐…깜짝 놀라서……」
어째서 눈물샘이 느슨해진 거야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어서
아까까지 깊은 생각에 잠겨서 에리를 생각했으니까?
타이밍이 너무 좋아서 어쩐지 웃게 돼
『으ー음…그렇네,갑자기 미안해………목소리가,듣고 싶어져서……참지 못하고…걸어버렸어』
그러자 끊겼어
정말 충격이었다니까 그렇게 웃는 에리
심하네
난 아직 에리를 좋아하는데
좋아하지만,이제 연인이 아니니까
만날 수 없는 거리인 걸 어딘지 안심하고
하지만 만나고 싶어서
그런데 간단히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어라든가 말하지 마
「그런 말 들어도………」
평범한 회화를 하는데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데
그런 거 관계 없는 듯이 걸어온 에리가 참으로 곤란해져 버린다
『노조미한테 들었는데 오늘은 유성군의 날 같네? 봤어?』
「………………못 봤어.추운걸.어떤 호기심이야」
노조미의 부추김인가…
정말로 쓸데없는 짓을 해준다
사람 마음을 알아놓고
어쩔 수 없는데
어째서 내버려 두지 않는 거야
『그래…소원이 없구나』
그런 목소리에 이제 그만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통화를 끊고 싶어진다
「소원을 빌어도 이뤄질 리 없잖아.이뤄지는 건 우연히 타이밍이 맞았을뿐이야.별에 그런 힘이 있다면 불행 따위 없어지잖아」
『…그렇네.그래도 바라는 건 헛되진 않은 것 같아.그게 우선 바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잖아?』
「………난,그렇게는 생각 안 해」
목소리가 떨린 건 추위 탓이야
『…………미안하네.갑자기 전화 걸었더니 이상한 말 꺼내고.오래간만이라서 좀 긴장해버려서』
「……나야말로 오랜만인데 쌀쌀맞아서,미안해……」
『괜찮아.그렇게 된 건 내 탓이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하니까
들을 말을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아무 말도 돌려주지 않자
에리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새로운 질문을 해왔다
『있잖아,마키.요 몇 년 어떻게 지냈어?』
「뭐,라고…」
『누군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무슨 말을 하는걸까
이제 무리였다
한계였다
통화를 끊자고 생각했는데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자고 생각했다
「바보 취급하지맛!!」
내가 얼마나
내 마음이 어느 정도인 줄 알아?
「내가 얼마나 에리를 좋아했는지 알아!? 모르잖아? 응 그렇지,내가 윽…전하지 않았으니까,확실히 말하지 않았으니까……그렇게 간단히 널 잊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널 좋아한 게 아니얏…!」
보기 흉하다고 느꼈다
이런 시간에 전화 너머로 열 받아서 외치고
이제 와서 좋아했다니
내 소원은 이제 와서 이뤄질 리 없다
불가능하다
별똥별에 바란 소원이 이뤄진 사람은 확실히 노력했으니까 이뤄진다
난 노력하지 않았다
「좋아했어,지금도 바보처럼 당신이 좋아.하지만……그렇다면 어쩔 거야? 이제 와서 어쩔 수 없잖아? 이미 끝났 『끝나지 않았어』
늠름한 목소리
다정하고 무엇이든 용서해주지 않을까 싶은 목소리
그런 목소리에 가려서 한순간 숨이 멎는다
『있잖아 만약 별똥별이 정말로 뭐든지 소원을 이뤄준다면 당신은 뭘 빌래? 지금 제일 바라는 건?』
내가 제일 바라는 것…
그건…
하지만…
당신이 옆에 없으면 속수무책이라고 외치고 싶어져
그럴 때
방문자를 고하는 초인종이 울려 퍼졌다
「어…」
『…손님이려나? 그럼,나중에 봐』
뚝하고 끊긴 스마트폰을 망연히 내려다보고
불안한 발걸음으로 거실에 돌아간다
벽에 설치된 인터폰 표시기에 접근해서
화면을 보니
코트를 입은 아무리 봐도 금발 여성이 서 있고
카메라 너머에 씁쓸한 느낌의 누그러진 미소를 향하며
펑펑 솟아나는 충동대로 오토록을 해제하고
현관까지 달려서 체인 록을 풀고 내내 섰다
기다려
그럴 수가
어째서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해는 하지만 현실을 다 받아들일 수 없어
모르겠어
한여름 밤의 꿈?
아니야,지금은 한겨울이야
있잖아 부탁이야
빨리 이게 현실이라고 가르쳐줘
영원토록 느껴진 겨우 몇 분
소리를 내면서 문손잡이가 움직이며 열린 틈으로 얼굴을 내비친 건
아야세 에리였다
몇 년 전과 비교하니 머리를 싹둑 잘라서 조금 인상이 변한 듯이 보이지만
어느 곳이나 아무리 봐도 내가 아는
내가 좋아하는 에리였다
에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현관으로 올라와서
허리를 틀고 자물쇠를 잠그고 똑똑히 체인 록을 걸고
그리고서
「안녕.당신의 별똥별이에요.제가 이룰 수 있는 소원이라면 뭐든지 이뤄주죠」
가슴에 손을 얹고 꾸벅하고 인사하는 자칭 별똥별
바보 아냐
그렇지,바보잖아?
정말 뭐야
바보야
아야세 에리 진짜 바보야
하지만 에리가 바보라면
나도 구제 불능 진짜 바보야
「뭐야…헤어지자고…날 두고 간 건 그쪽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
「응.그치만 나,친구로 돌아가자고는 안 했어.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었으니까 만에 하나 당신이 결혼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싶었어,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하지만 나도 확실히 마키를 알았어.내가 이별을 꺼낸 건 자신 탓인 줄 알았잖아? 그런 마음을 끌어안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리 없잖아.확실히 자부했어.당신이 날 좋아한다고」
그래도 헤어지자고 해서 미안해
아무 약속도 안 해서 미안해
두고 가서 미안해
혼자 둬서 미안해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아까는 그렇게 심술궂은 말 해서 미안해
많은 미안해를 듣고
그리고서 마지막으로
「……울려서 미안해」
살짝 볼에 닿아서
응 나 울었지…그렇게 깨닫고
「나의 소원은 말야,한 번 더 너와 다시 시작하는 거야.있잖아 마키는? 이제 내가 싫어져 버렸어?」
「…그런 말 하면 정말로 싫어」
「미안해.그래도 빨리 말해줘? 드러내지 않으면 나 당신을 꽉 껴안아 줄 수 없…아파!?」
바보 같은 말하는 에리를 상관하지 않고 기세 좋게 부둥켜안고
허를 찔리면서도 받아줬지만,머리를 문에 쿵하고 부딪힌듯하다
하지만 그런 거 모른다
이 이상 멍청해질 리가 없으니까 상관없잖아
「…별똥별이라 했는데……별똥별이면 사라져버리잖아…!」
「응?」
별똥별 따위가 아냐
그때부터 당신은 눈부시게 빛나는 일등성이었어
「이제 없어지면 안 돼.혼자 두지 마」
「……응」
「쭉 옆에 있어 줘」
「응.그밖에는?」
「이름,불러줘」
「마키」
「…좋아한다고 해줘」
「좋아해,정말 좋아」
「……좋아하니까,에리도 나를,쭉 좋아해 줘……」
「……………응」
결국 차가워진 몸으로 밖에서 별을 본 건 들켰지만
에리는 아무 말도 않고 꽉 껴안아서 따뜻하게 해줬다
좋아
당신을 구성하는 무엇이든지 분명 좋아
머리 감촉도
하늘 같은 눈동자도
하얀 피부도
맑은 목소리도
헤실거리며 느슨히 웃는 그 얼굴도
속수무책일 정도로 좋아해
미안해
분명 난 네 다양한 가능성 폭을 좁혔어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날 골라준 게 기뻐서 참을 수 없어
정작 당신을 앞에 두면 역시 생각한 것 절반도 말 못 하는 나지만
앞으로 힘낼 테니까
힘내고 싶으니까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말 안 했어」
「어?」
「…다녀왔어」
「……어서 와……어서 오세요…!」
「응………자,오늘까지 익숙지 않은 지방에서 악착같이 힘내서 일해온 나에게 칭찬해줬으면 하는데」
「…………미안.쵸콜릿 사두지 않았어」
「그게 아니라」
웃으며 조금 몸을 뗀 에리는
살짝 내 입술에 닿아왔다
「공주님한테 위로 키스를 받고 싶어」
그야 얼마든지
그래도 오랜만이니까 좀 길들여줘
손을 뻗어서 에리 앞머리를 올리고 이마에 키스
그날 마지막으로 에리가 한 키스가 이마였으니까
「………이마뿐?」
「………다른 곳은…좀 더,안정된 장소에서 하고 싶으,니까……나중에…………그리고,묵고가지?」
「응.그럼,나중에 마키를 많이 주시겠죠?」
어째서 손을 떼면 놓친 것 같을까
이제 분명히 이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분명 너 없이는 잘 살아갈 수 없어
아직 꿈처럼 둥실둥실하다
그래서 빨리
이게 확실히 현실이라고
옆에 있어준다고
옆에 있어도 된다고
느끼고 싶다
가르쳐줬으면 해
눈을 뜨고 제일 맨 처음으로 보는 경치는 네가 좋아
너와 같은 경치를 앞으로 봐가고 싶어
있잖아,이다음 함께 별을 봐줄래?
그때처럼 손을 잡고
만약 별똥별이 보인다면 확실히 소원을 빌테니까
너와 쭉 함께 있고 싶다고
역시 부끄러우니까 외치지는 않겠지만
작가:toro
오타·오역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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