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쨩과 하나마루 쨩 기운찬 목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와서 난 팔에 놓인 무게를 조금 몸쪽으로 바꿔서 양손을 자유롭게 했다.방송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입술 앞에 손가락을 세우고 준비했다.잡담을 계속하면서 루비 쨩과 하나마루 쨩이 들어오고 나와 내 팔 안의 다이아를 발견하고 「어랏」 그런 표정이 된다.방송실 소파――학생회장 특등석에 내가 앉고,다이아는 내 가슴에 얼굴을 꼭 붙이고 잠들었다.
「쉬ー잇,다이아 자니까.볼일이라면 나중으로 미뤄줘?」
들릴 만큼 속삭이는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전한다.루비 쨩과 하나마루 쨩은 보면 안 되는 걸 봐버린 듯한 하지만 호기심은 쑤시는 그런 눈을 한다.그리고 그 눈을 서로 마주 보고――나와 똑같은 정도로 속삭이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천천히 방송실에서 떠나간다.
뭐,오랫동안 숨겨둘 만한 게 아니니까 언젠가는 말해야만 하겠지.특히 스쿨 아이돌부 후배는 얽힐 기회도 많고.하지만 어떻게 설명할까.여기에는 상당히 복잡한 사연이 있어서 이야기가 길어져 버리겠네에.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25분간,난 하나마루 쨩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했다.종소리가 울리고 팔 안의 다이아가 눈떴다.
「잘 잤어」
「…….언제나 죄송해요,카난 양.카난 양도 점심시간에 하고 싶은 게 많이 있을 텐데요」
「괜찮다구.다이아에게 도움이 되는 쪽이 기뻐」
방과 후 연습 뒤,일학년조를 붙잡고 조금 이야기한다.요시코 쨩은 점심시간에 없었지만 하는 김에 이 기회에 말해버리면 한 번에 끝나니 편하지.
「불면증!? 언니가!?」 그렇게 깜짝 놀라는 루비 쨩.그래,걱정을 끼친다는 의미 모를 이유로 다이아는 이 오래된 고민을 가족에게도 숨긴다구.「예전부터 말야.――밤에도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그게 카난 쨩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라?」「어쩐지 내 곁에선 잘 수 있는 것 같다구」
세 사람 다 반신반의.아무래도 나한테서 최면물질이 나오는 것 같고 그 특이체질 탓에 실은 FBI 스파이가 신병을 노린다 그런 농담을 하는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농담농담.사실은 아마 내 심박 수가 관계있지 않을까 그렇게 둘이 함께 그렇게 결론지었는데」
손목 맥을 루비 쨩과 요시코 쨩이 손대게 해준다.「정말이야! 루비보다 느려!」 그래그래.스포츠심장인 것 같은데 달리거나 헤엄치거나 하는 사이에 심장이 강해져서 보통보다 적은 심박 수면 되는 것 같다구.「멋지지라…」
「그 느린 박자에 피로를 푸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들려주면 다이아는 바로 잠들어버린다구」「…그,그만,잠ㄲ,놓으라곳!」 싫어하는 요시코 쨩을 억지로 끌어안고 언제나 다이아를 재울 때와 똑같은 자세를 잡는다.「그런 이유로 자주 방송실에서 그렇게 다이아의 낮잠에 어울려주는데……뭐,그런 거니까 너무 놀라지 말고 방송실에 볼일이 있을 때는 조용히 해주면 기쁘려나아?」 일학년은 모두 착한 아이니까 응응하고 끄덕여준다.
이야기는 끝.해산.요우와 이야기하면서 귀가길 비탈길을 내려가니 선두를 가는 일학년 세 사람 이야기가 들려온다.「그래도……정말로 그런 이유일까」「뭐가 말인지라」「사람 팔에 안겨서 잔다니 상당히 상대를 신뢰하거나 무언가 특별한 감정이 없으면 못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남자친구라든가」「또또~남자친구라든가 없는데 그런 말 하는지라」「딱히 말하는 정도는 괜찮잖아!」
아하하.다이아가 나에게 특별한 감정? 없어없어.그렇지 않다고,우리.요시코 쨩은 재밌는 말 하네에.
그다음 날부터 난 감쪽같이 다이아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게 돼버렸다.다이아가 팔 속에 있으면 이상하게 의식해버리고……고동이 빨라져 버렸다.
💞
다이아의 불면증이 시작된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무렵이었다.다이아가 드물게 수업 중에 꾸벅꾸벅하는 걸 발견하고 어쩐지 걱정돼서 말을 걸었다.
「드문 일이잖아」
「이따금 이래요.……요즘은 환경이 변해서 수면 부족이라」
다이아 집에 관습이 많은 건 알았다.그 관계로 상당히 밤늦게까지 뜬눈으로 있는 것 같아서 그 뒤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자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잖아? 그럼 시간이 잔뜩 있으니 이득이지 않아?」
「그렇지도 않아요…」
자고 싶어서 참을 수 없는데 잠이 안 오고 어질어질한 머리를 쭉 떠안고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겨우 잠들었다 싶어도 약간의 소리로 곧바로 현실로 돌아와 버린다.――다이아는 불면증의 괴로움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가여웠다.불면증은 좀처럼 낫지 않고 계속됐다.학교에서 만난 다이아는 억지로 긴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려서 보면 조금 애처로웠다.성적도 중학교 무렵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졌을 것 같다.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서 난 어느 날 다이아에게 누마즈에 쇼핑하러 가자고 권유했다.오래간만의 외출이라 두 사람 다 꽤 힘이 넘친 의상으로 버스에 올라탔다.무엇을 살 예정인지 사전에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버스 안에서 이야기하고 그걸 들은 다이아는 난색을 보였지.
「그건 어떤가요? 이렇게 젊을 때부터 약을 먹으면 의존증에 걸려버리지는 않나요? 게다가 평판도 나쁘고 부작용도 걱정되고요」
「괜찮다구.넷에서 조사했는데 요즘 시대에는 부작용이라든가 의존성이라든가 없는 수면 약이 확실히 있대.확실히 약제사 있는 약국에서 상담하고 사면 괜찮다구」
넷에서 조사한 임시변통도 괜찮은 지식이라고 설명하는 나와 반신반의한 채 쭉 변하지 않는 다이아.몹시 망설이다 결국 다이아는 수면 약에는 의지하지 않는다고 결단을 내렸다.일부러 오래도록 이야기를 들어준 약제사분에게 미안하다구.
그 귀가길 버스에서 다이아가 내 어깨에 기대왔다.버스는 우치우라를 지나갔다.종점에서 할 수 없이 다이아를 깨웠다.반환 버스는 없어서 전화해서 부모님이 마중하러 오게 됐다.바쁜 것 같아서 1시간 정도는 기다리라고 했다.해안 주위에 있는 벤치에서 다이아는 또 잠들었다.행복한 듯이 곤곤하게 잤다.마중하러 온 차 안에서도 다이아는 잤다.차에서 내리니 다이아는 어쩐지 조금 산뜻해 보이는 얼굴을 했다.
「추태를 드러내 버렸어요」
「그래? 잠자는 얼굴 예뻤다구」
「정말!」
「진짜진짜!」
「……카난 양과 있으면 어쩐지 안정되는 것 같은데」
「혹시 자고 싶어지면 언제라도 아무쪼록.가슴은 줄지 않으니 바로 빌려줄 수 있다구」
그다음에 다이아는 미안한듯하면서도 날 수면소 대신에 이용하게 됐다.그 자존심 높은 다이아가.……불면이 정말로 괴롭구나.
나도 딱히 다이아가 팔 안에서 자는 건 싫지 않았고 다이아에게 도움이 되는 건 기뻤다.이따금 낮잠을 자게 돼서 전까지의 무리하는 느낌은 없어졌고 성적도 회복됐다.
💞
그래,나랑 그런 식으로 하며 다이아는 지금까지 지내올 수 있었는데.내가 그걸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후배의 아무렇지도 않은 한 마디에 뭔가 내 안에 스위치가 들어가 버리고 그건 누르면 취소할 수 없는 스위치였다.
다이아가 여느 때처럼 약간 흐릿한 잠에 기대를 드러낸 눈동자로 날 들여다볼 때 난 자신의 안쪽에서 펑펑 솟아 나오는 불같은 두근두근을 억누르는데 필사적이었다.몸 접촉은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해서 지금까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길 수 없게 됐다.다이아의 무게를 몸으로 받아내고 어떻게든 평상심을 지키려고 크게 심호흡했다.몇 번이나 심호흡했다.
세찬 고동을 전신으로 느끼고 한심하다.
팔 안의 다이아가 자는 체하는 건 알았다.눈가는 조금 움직이고 흔들리는 몸에는 힘이 들어갔다.다이아는 잠을 청하고 내 등에 손을 돌리고 끌어안았다.그래서 심박 수가 뛰어올라 버린다.소파 위에서 괴로움에 안달하는 사이에 종소리가 울린다.
「카난 양.오늘도 고마워요」
날 신경 쓰는지 다이아는 푹 잠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말한다.난 부끄러워져서 눈을 숙인다.
그런 나날이 계속된다.다이아는 또 수업 중에 멍하게 됐다.초점 안 맞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본다.나와 눈이 맞으면 방향을 딴 데로 돌린다.다이아에게 도움이 되지 않게 돼버려서 분했다.자신의 심장은 자신의 것인데 어째서 뜻대로 되지 않을까? 심할 때는 두근두근이 밤까지 계속됐다.다이아 얼굴을 생각해내면 나까지 못 자게 됐다.점심시간 습관은 계속됐지만 그건 수면으로 이어지지 않고 헛되이 서로 껴안기만 하는 헛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모인 마음이 억누를 수 없게 돼서 난 다이아 볼에 눈물을 흘려버린다.다이아는 곧바로 눈을 뜨고 손수건을 꺼내서 나에게 줬다.그다음 생각해낸 것처럼 손등으로 자신의 볼을 닦았다.
「미안해,다이아.나,이상해져 버렸어.이제,지금까지처럼,다이아가 안심하고 잘 수 있는 곳이 아냐.다이아에게 도움이 될 수 없게 돼버렸어.미안해.전부 내 탓이야」
「카난 양.……실은 저,요즘은,이제……잠잘 수 있는지 어떤지는 아무 상관 없어요.그보다,전」
다이아가 날 똑바로 응시했다.조금 고개를 갸우뚱하며 각도를 만들었다.머리카락이 펄렁하고 흔들리며 좋은 냄새가 났다.입술과 입술이 서로 닿았다.
잠깐 그대로 둘이 함께 말 않고 서로 바라봤다.점심시간 끝나는 종소리가 울렸다.
「카난 양……어쩐지 카난 양도 수면 부족이지는 않나요? 눈이 흐릿한 색이라구요?」
「그건 다이아가……그게,그런 짓 해서잖아」
「카난 양이 괜찮다면 지금부터 함께 자지 않을래요?」
「그건 무슨 소리?」
「저만 재워줬으니 언제나 불공평하다고 느꼈어요」
오후 수업은 땡땡이치고 둘이 함께 보건실로.우라노호시에는 상주하는 양호교사가 없다.……폐교 직전 고등학교에도 장점은 있구나.딱딱하고 좁은 침대에 둘이 함께 잠입해서 쉬트를 뒤집어썼다.
또 그대로 잠깐 둘이 함께 나란히 누웠다.자지도 않지만.
「있잖아,다이아」
「카난 양?」
「역시 안 된다구.심장이 두근두근해서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럼……잠이 잘 올 만한 일을,하지 않을래요?」
침묵.견딜 수 없게 돼서 다이아가 「……전 본래,이런 말하는 유형의 사람은 아닌데요」 그렇게 변명한다.세일러복 안에 뜨거운 손이 들어오고 다이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내 심장 소리를 듣는다.나도 쭈뼛쭈뼛 다이아의 고동을 확인한다.
졸림과 또 하나.……자연스러운 두 욕구에 몸을 맡긴다.놀랍다.……두근두근과 졸음은 정반대 감각이 아니라 역으로 조금 궁합이 좋을지도 모른다.따뜻한 바다에 둘러싸여 떠오르는듯한 상쾌함.
여름이 다가와서 다이빙 가게가 성수기에 들어간 탓에 요즈음 아무래도 다이아와 시간을 보낸 적이 적어졌어.
되도록 밥은 함께 먹도록 하고,그때 서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라 말야.
스킨쉽,이려나.
예를 들면 다이아가 스쿨 아이돌 특집을 보면 어쩐지 재미없어서 뒤에서 참견해서 혼나거나,내가 게임을 하면 다이아가 톡 무릎을 껴안고 옆에 앉아서 다리 사이에 앉혀보거나――그래.
평소엔 당연하듯이 했던 일이 당연하지 않게 돼버렸어.
요즘은 밥을 먹은 뒤에 지친 내가 꾸벅꾸벅해버린 적이 늘었고 때에 따라서는 다이아 쪽이 먼저 잠들어버린 적도 있으니까.다녀오세요 키스는 지금도 변함없이 하지만 솔직히 그걸로는 한참 부족해.
좀 더 다이아를 손대고 싶고,천천히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만.
다이아는 그렇지 않으려나,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
소파에서 점점 잠드는 나에게 다이아가 살짝 이불을 덮어주고 「감기 걸린다구요」 그렇게 말하면서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데,정신이 들어서 팔을 붙잡기도 하는데 그럴 때 다이아는 움찔하고 어깨를 떨고 그다음에 조금 곤란한 듯이 말했어.
「일어났다면 똑바로 침대에서 자주세요」라고.
전엔 「정말」 그렇게 말하면서 키스해주거나,뭐 그런 흐름이 되거나 했는데 지금은 어쩐지 피하는듯한 느낌마저 들어.
그게 조금 슬프고 그래서 조금이지만 힘내서 「아직 잠들고 싶지 않아」 그렇게 말해보기도 했지만,그러면 다이아는 점점 눈썹을 찡그리고 애매하게 웃어서,그래 곤란하게 해버렸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버려서 말하기를 그만뒀어.
손대고 싶어.
손대줬으면 해.
좀 더 함께 있고 싶어.
다이아는 학생이고 난 일단 사회인.엇갈릴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알았고 그렇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함께 사는 쪽을 골랐는데 어째서 이렇게 됐으려나아――그렇게 섭섭하게 느꼈어.
***
오늘 다이아는 어쩐지 조금 이상했어.
일을 마치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아홉 시 가까이 돼서 저녁밥은 먼저 해결해도 된다구 그렇게 전했으니까 다이아가 데워준 반찬을 한입 가득히 넣는 내 맞은편에서 다이아는 조용히 차를 마셨어.
「왜 그래 다이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말해도 말이야.
아무것도 아냐 그런 얼굴이 아니잖아.안절부절 못하고 침착하지 못한 것처럼 시선을 헤매고 뭔가 말하고 싶어 보이는 얼굴하고 말야.
그런가 하면 설거지하려고 부엌에 선 다이아는 무언가를 다시 생각하는 것처럼 고개를 흔들고.
그런데 「아무것도 아냐」라니 내가 수긍할 줄 알았어?
그렇지 않아도 이쪽은 좀 욕구불만――이러면 내가 절조 없이 한창인 것 같지만,그게 아니고 말야 섭섭하게 느끼는데.거기에 더해서 왠지 조금 거리를 두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니 나로서는 이제 꽤 못 참을 수밖에.
「다이아」
다이아가 흐르는 물을 멈추는 걸 가늠하고 이름을 불러봐.
「여기」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면서 손짓으로 부르고 양팔을 벌리자 조금이지만 시선이 흔들리는데,그래도 다이아는 쭈뼛쭈뼛하고 내 팔 안에 쑥하고 들어와 줬어.
이러는 거 오랜만이야.
어쩐지 기뻐져서 킁킁하고 다이아 향기를 비강 가득히 빨아들이니 「좀」 그렇게 타박하는듯한 목소리가 돌아와.
「놔주세요」
「싫어」
「싫다니……」
「다이아가 무슨 일인지 똑똑히 말해줄 때까지 놓지 않아」
스스로도 유치한 말 하는구나 싶었다구.맞닿는 시간이 조금 줄어든 만큼 허전하기도 하고 말야.
나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정말」
한숨에 섞인 그런 어처구니없음이 드러난 말이 들려와서 무심코 몸이 굳어졌어.
화나게 해버렸을까.
끈질기게 여기려나.
그런 식으로 빙빙 돌면서 어쩌지라고 생각해서 이어진 다이아의 말이 한순간 이해 안 됐어.
「――참으려고,했는데」
「어? 다이――윽!」
되묻기보다 빨리 다이아가 내 어깨를 우물하고 꽉 깨물었어.깨문 게 아냐.위아래 입술의 따스함에 휩싸여 다시 다이아 혀끝이 홀홀하며 살갗을 기어 다닐 때마다 말할 수 없는 간지러움이 전신을 뛰어다녀서 무심코 몸을 비틀게 됐어.
「다이아――윽」
당황해서 이름을 불러도 다이아는 나는 모른다는 얼굴로 내 어깨에서 목덜미로 입술과 혀를 미끄러져 가.
자신의 것이 아닌듯한 목소리가 코를 뚫고 반사적으로 다이아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담아.
잠깐 기다려줬으면 해.
이럼 안 돼.
반짝반짝하고 눈부신 섬광처럼 세상이 하얗게 빛나며 이 이상은 안 된다고 뇌 안에 경보가 울려 퍼져.
기다리라든가 떨어지라든가 그런 말을 한듯한 느낌이 들지만,무아지경이어서 잘 모르겠어.
「다이,아아」
「――카난,양」
갑자기 문득 정신을 차린 듯 다이아의 움직임이 딱하고 멈췄어.멈춘 자극에 안심한 반면,갑자기 왜 그럴까 싶어서 다이아 얼굴을 들여다봐.
「……다이아?」
다이아가 천천히 몸을 떼.날 바라보는 눈동자가 당황한 나머지 떨리고,그다음에 「죄송해요」 그렇게 작은 목소리가 귀에 닿았어.
「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그치만……」 다이아가 말을 끊어.
「카난 양,지쳤는데……이런 짓」
――응,그런가.
그럴 줄 알았어.
다이아가 나를 피하는 이유.그건 분명 그런 이유야.
「있지,다이아」 다이아를 불러.난 쭈뼛쭈뼛하며 눈을 치뜨고 날 올려다보는 눈동자를 되받아보며 계속했어.
「혹시,허전했어?」
씰룩하고 다이아 어깨가 떨렸어.그다음에 잠시 후 꾸벅하고 다이아 목이 움직여.
그런가.
그렇구나.
다이아도 똑같았구나.요즘 그다지 맞닿지 못해서 허전했는데.하지만 다이아는 다정하니까 분명 언제나 지친 기색이었던 날 염려해서 손대고 싶다고도 손대줬으면 한다고도 말 못 하고.
나,바보구나아.
「카난 양?」
갑자기 웃기 시작한 나에게 다이아가 의아하게 고개를 갸웃해.왜 웃나요 그렇게 조금이지만 불안이 섞인 목소리로 말해.
「응ー응」
어쩐지 공연히 기뻐서 스스로도 단순하구나 싶으면서,그런데도 역시 기쁨을 멈출 수 없어서 난 대신에 다이아의 가는 몸을 꼬옥하고 끌어안았어.그다음에 뺨을 붙이며 조금 붉어진 다이아 뺨에서 나는 열을 느끼면서 말해.
「굉장히 기쁘다구」
「기뻐?」
「나도 말야,다이아와 똑같으니까」
「……똑같아?」
「응――있지,다이아」
「뭔가요?」
「사랑해」
***
「다이아」
이름을 불러.가슴 꼭대기를 살짝 입에 머금으면 다이아의 가는 허리가 흔들려.
「여기 벌써 딱딱해졌어」
「윽!」
지금,아냐라고 말한 거려나.
고개를 흔들면서 「아니야」라고,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려나.
――속이려고 해도 소용없는데.
부드러운 배에서 배꼽을 휙하고 어루만지고 손끝을 아래로아래로 미끄러져 가.허벅지를 쓰다듬으면 다이아 다리가 씰룩씰룩하고 떨리며 반사적으로 무릎을 닫으려 해서 자신의 몸을 틀어넣어서 그걸 막아.
그리고서 간신히 다다른 다이아의 중심은 촉촉히 미끄러운 맛을 띠었어.그 안에 손가락을 담그고 따끔따끔하고 소리를 내보니 다이아의 앙칼진 교성이 거친 한숨을 찢는 듯이 코를 빠져가.
「안,돼앳」
「거짓말쟁이.계속 이러고 싶었잖아?」
「심술쟁이,안 돼」
「심술쟁이라고 하지 말라구……있지,이제 괜찮아?」
「묻지 말아,줘어――윽」
「응――있지,다이아.아프다면 똑바로 말해줘」
약속이야――다이아 머리를 껴안고 귓가에 그렇게 속삭이고 나서 난 중지를 푹하고 젖은 그곳에 천천히 넣었어.꿈틀꿈틀하고 맥동하듯이 다이아의 안이 꿈틀거리며 내 손가락을 단단히 죄어.
「기분 좋아?」
손가락으로 배를 할퀴듯이 다이아를 자극해가면 「으」라든가 「아」라든가 그렇게 말로 표현 못 하고 단속적으로 방에 튀듯이 울려 퍼져가.
카난 양,카난 양 그렇게 헐레벌떡거리며 달콤하게 눈물 섞인 목소리가 내 이름을 되풀이해서 응 이제 슬슬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손가락 움직임을 빠르게 해가.
「――다이아」
귓가에 이름을 불러.
동시에 깊고 강하게 다이아의 안을 할퀴니 몸 깊숙한 곳부터 열이 튀듯이 다이아의 몸이 커다랗게 활모양으로 젖히는가 싶더니 바들바들하고 조금씩 떨리고,그다음에 쿵하고 쉬트에 빠졌어.
「수고했어」
땀이 묻은 앞머리를 젖지 않은 손가락으로 빗고 가볍게 한 번 키스를 남겨.후우후우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다이아 눈꺼풀이 솟아오르고 녹은듯한 비취가 이쪽을 엿봤어.
「아픈 부분이라든가 없어?」
끄덕.다이아가 끄덕여.
「다행이야」
「카난 양」
「응?」
뭐어야 그렇게 고개를 갸웃하니 다이아가 조금 나른한 듯이 양팔을 들어 올려서 살짝 내 등에 손을 둘렀어.
「다이아?」
「허전했,어요」
「……응.나도 허전했어」
그러니 말야,앞으로는 똑똑히 말로 하자구.
그래도 아무리 해도 함께 있을 수 없는 날도 분명 있겠지만,그런 밤은 이렇게 함께 달라붙어서 자자구.
아직 조금 달아오른 게 남은 다이아 몸을 꽉 껴안으니 사양하기에 십상인 손끝이 내 셔츠 앞가슴을 살짝 붙잡아.그리고서 자세를 안정시키도록 느릿느릿하게 몸을 움직이니 졸린 듯이 눈을 깜빡거려서 「자도 된다구」 그렇게 말을 걸고 잠깐 후두부를 흐르는 머리카락을 삭삭하고 빗듯이 쓰다듬으니 이윽고 다이아한테서는 온화한 숨소리가 들려왔어.